
모자무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라는 드라마는 AI시대가 본격 시작된 무렵에 방영되어 제목 하나, 대사 하나가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켰지요.
인간의 무가치함과 가치 있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주었고, 나를 지킨다는 것에 대해서도,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황동만 감독의 형, 황진만이 늘 사람들에게 물었던,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라는 질문 하나 하나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작품이지요. 이 많은 생각거리 중에서 저는 오늘 ‘감정 워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나도 모르는 내 감정을 읽어주는 감정 워치. 우리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진짜 나의 감정이 맞다면 감정 워치가 필요할까요? 우리는 왜 진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저는 소통에 대해 연구하면서 말을 하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 바로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감정’과 ‘심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해왔습니다. 소통을 하는 데도 감정을 잘 안다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남편에게 부인이 “할 말 있어요, 오늘 저녁에 대화 좀 해요.”라는 말을 하면 남편들은 움찔합니다. 부인이 자신에게 뭔가 감정이 쌓여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지요. 감정은 이렇게 우리로 하여금 말과 행동을 하게 하지요. 감정은 우리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지만, 우리 맘대로 되진 않지요.
감정학습 드라마라고 할 만한 <모자무싸>3화 속 황동만 감독의 말을 들어보시죠.
“감정은 의지로 못 바꿔요. 절대.
우울할 때는 길바닥에 떨어진 오백 원이라도 주워야지. 작은 성공, 그런 게 있어줘야 기분이 바뀌지. 의지로는 안 돼요.”
황동만 감독은 드라마 속 인물들 중에서 가장 감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요. 감정은 이 말처럼 이성에 의해 다룰 수 없는 것이기에 역사 속 긴 세월동안 감정을 두려워하며 억누르거나 회피해왔지요. 한 마디로 감정을 무시해왔지요. 그러나 AI가 우리 이성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기 시작하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감정, 욕구, 직관, 무의식 등이 남게 되는 셈이지요. 감정은 이성이라는 의식 반대편에 있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같은 역할을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을 연결하고,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며,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감정, 만물의 영장이 지닌 의지력이나 통제욕을 내려놓고 겸손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감정을 대해야 한다는 말 일 겁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진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진짜 감정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일단 감정을 바깥으로 꺼내기를 두려워합니다. 감정 표현을 가능한 적게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에서 자랐고, 막상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 상황에서 곤란을 겪은 일이 많았지요. 그러다보니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해왔고, 당연히 자신의 감정도 알기 어려워진거죠. 우리는 흔히 진짜 감정을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감정을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답니다. 자, 그럼, 예일대 감성지능센터장인 마크 브래킷의 5단계를 통해 진짜 감정을 한번 찾아가보죠.
1단계는 ‘감정 인식하기’. 감정은 비언어적(바디 랭귀지)으로 드러나기에 ‘관찰’이 중요합니다.
뭔가 불편하다, 뭔가 기분이 살살 좋아진다... 쾌, 불쾌를 드러내는 자신의 비언어적 표현을 감지해봐야 합니다. 그다음 2단계, 감정을 알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단계인 ‘감정 이해하기’. 감정을 이해하면 5단계를 순식간에 통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중요하죠.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잘 해야 합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지? 왜 지금이지? 왜 이 사람에게만 그러지? 왜 이런 식으로 느껴지지? 무엇 때문에 이런 감정이 드는 거지? 등등. 이런 질문을 통해 우리는 감정을 자극하는 근본적인 주제나 그럴만한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감정 이해하기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부부 간의 사례를 많이 듭니다. 남녀 모두, 심지어 부모를 지켜 본 자녀들도 잘 이해하기 때문이지요.
까똑.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는 문자가 왔어요. 부인은 은근 화가 납니다. ‘또 늦는다는 거야?’
부인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왜 이렇게 느끼는 걸까요? 화, 분노가 맞나요?
자, 여기서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해나가 보겠습니다. ‘왜의 여정’.
‘왜 나는 남편의 늦는다는 카톡에 매번 화가 나는가?’ 자,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답을 찾아가봅시다. 전혀 생각 안 해 본 경우라면 넘어가시고, 여기서 나오는 답변 중 맞네 싶은 것은 인정합시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밥을 먹을까봐 화가 나나요? 아니요, 그럴 위인이 아니에요.
그럼, 남편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화가 난 건가요? .. 그건 생각 안 해봤어요.
그렇다면, 남편이 일찍 들어올 거라 생각하고 맛난 반찬에 날도 더운 데 맥주도 시원하게 해 놓았는데 늦는다고 하니 화 난 건가요? 네! 맞아요!
자, 그럼 이 감정이 화가 맞나요? 같이 맥주 한 잔 하며 오순도순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늦는다니 서운한 거 아닌가요? 섭섭함, 서운함. 맞네요.
그럼 우리는 왜 화 난 것으로 표현할까요? 그냥 섭섭함을 표현하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분노는 상대에게 위압적인 태도로 표현을 하기 때문에 자존심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분노는 많은 경우 우리의 취약성을 지키는 가짜 감정의 역할을 가장 많이 하지요.
자, 내 감정이 이해되시지요. 그럼, 3단계, 감정 명명하기를 해볼까요? 내 진짜 감정은 뭐였죠? 서운함. 섭섭함. 이제 4단계로 가보죠. 감정 표현하기. 부인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을 해볼까요? 남편의 늦는다는 카톡에 뭐라고 말하면 될까요?
“여보, 당신이 일찍 올 줄 알고 시원한 맥주도 사다놓고, 맛난 맥주 안주도 해놓았는데, 서운하네요....”
그럼 남편은 뭐라 할까요? “.... 아, 내가 몰랐네. 최대한 일찍 가도록 해볼게.”
이렇게 부인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을 하고 나면, 70~80% 정도 감정이 해소가 됩니다. 그리고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았으니 되었구요. 이렇게 감정은 표현되어야 사라집니다.
이 단계를 거치면 감정은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감정 조절하기가 바로 마지막 단계지요.
이처럼 자신의 감정이 일어난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감정을 직면할 수 없고 내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황동만과 변은아처럼 감정 워치라도 있어야 내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감정을 모른다는 것은 감정에서 나오는 욕구, 소망, 직관, 무의식으로 가는 길은 점점 더 요원해지는 것이겠죠. 나의 내면의 레이더를 해석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너무 낙담하지 마시고, 우리 차근차근 인문심리학을 통해 우리 내면을 조금씩 알아가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