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이클’은 잭슨 파이브로 데뷔했던 마이클 잭슨이 퀸시 존스와 손잡은 뒤 '오프 더 월(Off The Wall)'을 내며 솔로 전성기를 열고, 1988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아티스트로서 남겼던 굵직한 족적은 곳곳에 잘 배치돼 팬심을 자극한다.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라이벌 관계였던 LA의 실제 갱단과 함께 호흡했던 '빗 잇', 감독 존 랜디스의 연출 아래 단편영화 구조를 선보여 대중문화의 혁신을 불러온 '스릴러' 뮤직비디오, 흑인 차별이 있던 MTV의 벽을 뚫은 '빌리진'의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동물 애호가이자 아이들을 유독 좋아했던 마이클 잭슨의 인간적인 면모는 놓치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이 1999년 한국에 왔을 때도 어린이들과 음반 매장, 놀이공원 등을 돌며 시간을 보냈던 점을 생각하면 빠져선 안 될 인물의 중요한 서사 중 하나다. 마이클 잭슨의 팬이라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장면들이 많다.
영화 속에서 인사노무 이슈를 찾아본다.
영화 장면 중 통쾌하면서도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에피소드는 앨범 ‘Thriller’의 대성공 과정이다. 당시 전 세계 음악 트렌드를 주도하던 뮤직비디오 채널 MTV는 흑인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방영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의 벽을 세워두고 있었다. 이에 마이클 잭슨은 자신의 뮤직비디오 방영을 강력히 요구한다. 결국 MTV의 벽을 깨부수고 방영된 ‘Billie Jean’, ‘Beat It’은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꾸며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복시켰다.

현대 HR의 핵심 화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란 무엇인가?
과거 MTV가 가졌던 태도는 현대 기업 내에 고착화된 제도적 차별(Systemic Discrimination) 및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과 닮아 있다.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사활을 걸고 도입하는 DEI 전략은 바로 이러한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작업이다.
DEI는 시혜적 복지가 아닌 ‘비즈니스 경쟁력’
당시 MTV가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틀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흑인 아티스트에 대한 시혜적 배려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MTV는 마이클 잭슨 덕분에 전 세계 흑인 음악 팬이라는 유례없는 초거대시장을 개척하며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루어냈다. 현대 조직의 DEI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소수자를 위한 시혜적 복지나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장의 트렌드가 다변화되고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인재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창의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파괴적인 비즈니스 혁신이 일어난다. 기업의 HR 리더들은 우리 조직 내부에 여전히 흑인 음악을 검열하던 1980년대 초의 MTV와 같은 완고한 편견의 장벽이 남아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그 벽을 깨부수고 다채로운 인재들이 무대 위에서 춤추게 만들 때, 비로소 기업은 제2의 ‘Thriller’와 같은 혁신적 성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마이클(Michael)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영광스러운 무대 뒤에 가려진 조셉 잭슨의 혹독한 스파르타식 훈련 방식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매니저이자 아버지였던 조셉은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명분 아래 어린 아들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며 완벽을 강요했다. 어린 마이클과 형들을 “너희는 인디애나주의 가난한 흑인일 뿐이야. 내가 물려줄 것도 없으니 쟁취해야 해. 승자가 아니면 패자일 뿐. 아버지처럼 평생 제철소에서 일하다 죽을 거냐?”며 자식들을 가수로 만들기 위해 학대에 가깝게 조련한다. 보컬 실력이 탁월한 막내 마이클에겐 툭하면 바지 혁대를 풀어 채찍질하듯 때린다. 과거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나 고도 성장기 기업 환경에서는 이를 ‘성공을 위한 열정’ 또는 ‘지독한 성과 관리’로 포장하곤 했다.
그러나 리더십 리스크와 인권이 중시되는 현대의 노동법과 HR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러한 조셉식 경영은 명백한 퇴출 대상이자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의 핵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는 ①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②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③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의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 성립한다. 이 중 가장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는 핵심 분수령은 바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가’이다.
이 중에서 ‘업무상 적정범위 초과 여부 판단 원칙’은 행위가 지극히 사적(私的)이거나, 업무적 필요성이 전혀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업무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의 양태가 사회통념상 적절하지 않다면(예: 폭언, 모욕, 과도한 징벌 등)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시된다.
‘성과 관리’와 ‘괴롭힘’의 경계 사례
조직 내에서 리더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는 ‘성과를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다. 영화 속 조셉의 행동 유형과 현대 기업에서 발생하는 구체적 사례를 매칭하여 적정 범위 초과 여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구분 및 유형 현대 기업 내 실제 괴롭힘 사례를 살펴보자.
첫째, 인격 모독형 성과 압박의 사례로는 실적 미달 팀원에게 “이 따위로 할 거면 사표 써라”, “대가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라.”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반복하는 행위 등이다. 이는 실적 개선 독려는 업무적 필요성이 있으나, 비하 발언과 폭언은 사회통념상 적정 범위를 완전히 초과하여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둘째, 공개적 망신 주기로는 “전체 회의 시간이나 사내 메신저 단체방에서 특정 직원의 실적을 언급하며 우리 팀의 암적인 존재, 낙오자라 부르며 공개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행위” 등이다. 이는 업무 피드백의 목적을 이탈하여 근로자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므로 적정 범위를 탈피한 위법 행위이다.
셋째, 불가능한 목표 및 징벌 (휴식권 박탈 및 강제 노동)의 사례이다.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를 부여한 뒤,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당한 수당 없이 주말 출근을 강제하거나 사유서 제출을 매일 반복하게 하는 행위 등이다. 이는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업무 부여 및 징벌적 근무 환경 조성 역시 업무상 적정 범위를 초과한 괴롭힘에 해당한다.
리더십의 패러다임 전환
영화 ‘마이클’속 조셉의 스파르타식 경영은 단기적으로 ‘팝의 황제’라는 불세출의 결과물을 낳았을지언정, 인간 마이클 잭슨의 삶을 평생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최근 HR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리더들에게 ‘업무상 적정 범위’의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교육하는 것이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리더십은 현대 기업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조직의 법적 리스크를 키우는 시한폭탄일 뿐이다. 이제는 두려움이 아닌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 위에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리더십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만일 대한민국에서 ‘팩스’로 해고를 한다면 적법할까?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유효하게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사업주가 서면통지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반드시 ‘종이’로 된 서면이 아니라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로 해고통보를 하는 경우에도 근로기준법의 서면통지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은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의 유효성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이란 일정한 내용을 적은 문서를 의미하고 이메일 등 전자문서와는 구별되지만
▲전자문서법 제3조는 ‘이 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전자문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문서로서의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출력이 즉시 가능한 상태의 전자문서는 사실상 종이 형태의 서면과 다를 바 없고 저장과 보관에 있어서 지속성이나 정확성이 더 보장될 수도 있는 점
▲이메일(e-mail)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단지 이메일 등 전자문서에 의한 통지라는 이유만으로 서면에 의한 통지가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앞서 본 해고사유 등을 서면 통지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
판례는 구체적 사안을 고려하여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히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되고 근로자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메일 해고통지도 서면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결국 사업주들은 근로자들을 해고해야 할 경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이메일·문자메시지·카카오톡이 아니라 ‘종이’에 기재하여 근로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부당해고 리스크를 없애는 가장 깔끔한 방법이다.

영화에서 관객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장면은 어린 마이클이 밤늦도록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낮에는 피로에 지쳐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다. ‘잭슨 파이브’의 메인 보컬이었던 마이클 잭슨은 불과 만 5세의 나이에 데뷔하여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뛰어놀 시간에 성인조차 버티기 힘든 야간 업소 공연과 살인적인 녹음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년 가장이자 대중문화계의 거대한 상품이었던 그의 유년 시절은 노동법 관점에서 보면 보호받지 못한 잔혹한 아동 노동(Child Labor)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대중문화계의 아동 노동 잔혹사는 비단 마이클 잭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중문화 산업의 아동 노동 보호체계의 시초가 된 아주 유명하고도 슬픈 사례가 있으니, ‘찰리 채플린의 신동 ‘재키 쿠간’ 소송 사건’이다. 찰리 채플린의 명작 ‘더 키드(The Kid)’에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아역 스타 재키 쿠간(Jackie Coogan)은 아동 노동의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그의 통장 잔고는 단 1달러도 남아있지 않았다.
탐욕스러운 어머니와 의붓아버지가 법적 허점을 이용해 그의 출연료를 모두 탕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분노한 미국 사회는 1939년 아역 스타의 수입 15%를 성인이 될 때까지 신탁 계좌(쿠간 계좌)에 강제 저축하고, 학습권과 근로시간을 보장하는 최초의 아동 아티스트 보호법인 ‘쿠간법(Coogan Act)’을 제정했다.

근로기준법 및 대중문화예술산업법의 미성년자 보호
제2의 마이클 잭슨을 방지하기 위한 법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만 15세 미만 근로금지 (근로기준법 제64조) : 만 15세 미만 청소년은 원칙적으로근로가 금지된다. 단,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고용 가능하며, 학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만 발급되므로 무단으로 연습 및 촬영일정을 조율해서는 안 된다.
둘째, 연소근로자 시간 제한 (근로기준법 제69조) : 만 15세 이상 18세 미만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1일 7시간, 1주일 35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합의 시 1일 1시간, 1주 5시간 연장 가능). K-POP 기획사 등에서 청소년 연습생·아티스트 관리 시 성인과 동일한 스케줄을 적용하면 즉시 위법이다.
셋째, 대중문화예술인 보호 (예술산업법 제22~24조) : 청소년 예술인의 학습권, 휴식권, 수면권을 보장해야 한다. 연령별로 주당 총 활동 시간(만 15세 미만은 주35시간 등) 제한 및 야간 활동이 금지된다. 밤 10시 이후 야간 촬영이나 콘서트 강행 시 법적 처벌(징역 또는 벌금)과 함께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최근 K-POP 아이돌 산업을 비롯해 콘텐츠 크리에이터, 아역 아티스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성년 인력에 대한 에이전시 및 기업의 윤리적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HR은 단순히 노동법적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취약한 연소 근로자의 학습권과 정신건강까지 관리하는 지속 가능한 인재 관리(Sustainable Talent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이들을 ‘현재의 소모품’이 아닌 ‘미래의 자산’으로 바라보는 법적·윤리적 태두리가 견고하게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