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기관의 채용 면접위원으로 초빙된 좋은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사기업에만 근무했기 때문에 공공기관 면접은 처음이었는데, 새로운 것과 배울 점이 많은 경험이었다. 이번 면접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공공기관 채용 시에는 내부 임직원으로만 면접위원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기업과 다른 점이었다.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은 외부 면접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었고, 덕분에 나 같은 외부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또한 통상적으로는 공공기관에서 직접 외부 면접위원을 선정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의뢰를 하며, 면접장 세팅부터 전체 면접 일정 관리까지 업체에 맡기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지원자 인적사항에 대해 철저히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프로세스 전반적으로 공정성에 만전을 기울이는 인상을 받았다. 면접위원에게 제공되는 지원자 정보에는 이름, 사진, 출생 연도, 성별, 최종학력, 전공, 학점, 주소 등이 없었다. 경력 회사들과 보유 자격증 정도만 객관적인 정보였고, 자기소개서 내용과 인성검사 결과가 참고자료로 제공되었다. 면접 초반 흔히 하는 자기소개 시간에도 본인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도록 지원자 대기실에서 안내가 되었다. 우리 나라의 공공기관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채용 절차에 꽤 많이 신경 쓰고 있음이 느껴져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며칠 간 면접에 참여하면서 몇 가지 개선사항도 보였는데, 면접 운영사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는 지인에게 피드백을 정리해 전달했다. 사실 이러한 메일을 보낼 때면 항상 조심스럽다. 나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 회사가 더 잘 되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아 내 의견을 전하지만, 자칫 '지적질'로 오해받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요즘들어 나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까지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같은 물을 마셔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심을 다해 의견을 전하는 데까지이고, 그 다음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
오늘은 내가 보낸 이메일을 일기에 기록해 둔다.
※ 회사명 등 일부 정보는 익명 처리한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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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 안녕하세요?
태건입니다.
지난주 A공기업의 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주신 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수준 높은 면접 운영을 보면서 그 동안 귀사에서 기울이신 노력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공공기관 면접은 이번에 처음 경험했는데, 배우고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한편, 본부장님께서 참고하시면 귀사에 도움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서 몇 가지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면접 기간 동안 저 개인적으로는 주니어 때 직접 면접장 세팅과 철수 작업도 하고, 면접장 밖에서 무전기 이어폰을 끼고 진행자 역할을 했었던 기억도 떠올라서 좋았습니다. 당시 제가 다녔던 회사가 국내 최고 기업이라는 명분 때문에 면접 진행에 있어서도 회사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 돌이켜 보면 그렇게 치밀하게 일을 했었던 경험이 제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사소한 운영 상의 개선점부터 조금 큰 주제까지 몇 가지 의견 드리오며, 회사에서 참고하거나 반영하실 만한 내용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면접장 출입문이 두 짝으로 되어 있어 양쪽 문을 모두 열 수 있는 경우, 지원자가 퇴실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왼쪽 문이 열리는지, 오른쪽 문이 열리는지, 미는지, 당기는지, 처음 방문하는 장소에다 긴장까지 한 지원자 입장에선 별 것 아닌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금번에 제가 근무한 면접장도 그러했는데, 지원자가 퇴실하면서 양쪽 문의 손잡이를 번갈아 밀었다 당겼다 하며 문이 덜그럭거리고 지원자도 빨리 문이 열리지 않아 당황하는 상황이 몇 차례 발생하였습니다. 그럴 때에는 출입문에 안내 문구를 간단히 부착해 두면 지원자가 혼선 없이 퇴실할 수 있습니다. 고정된 문에 '고정문', ‘폐문' 등의 문구를 부착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원자가 문구를 읽고 다시 다른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안내가 간접적입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문에 행동 가이드, 즉 '당기세요', '미세요'와 같은 안내를 붙이는 편이 더 직관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부착 위치는 제 경험상 손잡이 조금 위쪽이 가장 좋습니다.
※ 이번에 제가 참석한 면접장에서는 문제 인식 직후 포스트잇으로라도 급히 부착하여 불편을 해소했습니다.
바닥이 딱딱하고 미끄러운 면접장에는 지원자가 착석하는 의자에 바퀴가 없는 고정형 의자가 좋습니다. 바퀴가 있을 경우, 면접 중에 쉽게 의자가 움직여 주의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번처럼 바닥이 두툼한 카펫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고정형 의자보다 바퀴형 의자가 더 좋습니다. 고정형 의자는 카펫 위에서 너무 고정되어 있어서 지원자가 의자를 당겨 앉거나 뒤로 밀며 일어설 때 의자를 들고 엉덩이에 붙인 채 움직여야 하는 어색한 동작과 불편이 생깁니다. 예전 저희 회사에서는 지원자가 일어나면서 의자가 뒤로 쓰러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면 바퀴가 있는 의자는 카펫 위에서 적당한 마찰력이 있어, 앞뒤로 이동 시 편리하며 면접 중에는 체중으로 인해 움직이지 않는 장점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면접위원용 의자는 항상 바퀴가 없는 고정식 의자가 좋습니다. 자주 일어섰다가 앉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통 면접위원 우대 목적에서 바퀴가 있거나 회전형 의자를 두는 경우가 있는데, 면접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몸을 가만히 못 두는 면접위원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면접기간 중 호텔 내 너무 훌륭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제공해 주셔서 호사를 누렸습니다. 매일 면접 일정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하루는 11:20부터 점심시간인 날이 있었는데, 식당 오픈 시간과 맞지 않아 작은 해프닝이 있었기에 공유 드립니다. 지정해 주신 식당은 11:30부터 운영이었고, 점심시간 이전에는 해당 층에 엘리베이터 자체가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실을 몰랐던 면접위원들은 엘리베이터 탑승 후 식당 층 버튼이 눌러지지 않아 난처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다른 엘리베이터로 옮겨탔다가 같은 상황을 겪고 결국 호텔 직원에게 문의하여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향후 면접 운영 시에는 오전 면접 종료 일정과 지정 식당의 운영시간을 함께 확인해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금번 면접은 아무래도 부산, 경남 출신의 지원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원자들이 대체로 그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슷한 지역 출신이다 보니 대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조금은 정겨운 느낌까지 들었었는데, 저희 면접장에 면접위원 한 분은 지원자가 사투리를 써서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겠다고 하신 사례가 있었습니다.
면접은 지원자와 면접위원 사이에 기본적인 소통이 이루어져야 지원자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답변의 내용조차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면접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저도 이번 면접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고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만, 면접위원을 구성할 때 지원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가능성도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전라도나 제주도에 가서 면접을 본다고 내용을 못 알아들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 )
매일 고급 다과를 풍성하게 준비해 주시어 잘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면접위원에게 다과를 준비해 주고 책상 위에 비치하는 사항은 기업 문화에 따라 타당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예전에 제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초기에는 면접위원들에게 다양한 다과를 제공했었다가 나중에는 모두 없앴던 사례가 있습니다. 지금도 다과를 비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원자로부터 불만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외부 채용 사이트에 본인은 열심히 답변하고 있는데 면접위원이 과자를 먹으며 성의가 없이 임했다는 면접 후기가 올라 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도 면접 진행자로서 달갑지는 않은 후기였지만 그 자체는 말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지원자들은 그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준비와 도전을 거쳤을 것입니다. 합격 여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자리라고 생각할 것이며, 짧은 시간 안에 본인 지식과 경험을 압축해 답변하고 있는 자리일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면접위원이 과자를 먹고 있는 장면은 그들에게 결코 긍정적일 수 없겠습니다. 또한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면접위원들이 당연히 그 회사 소속 임직원일 거라 생각할 것이기에 자칫 그런 사항들로 불만이 제기되면 귀사나 원청인 공공기관에도 피해가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과라는 것이, 소수의 면접위원을 챙기다가 다수의 지원자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 줄 수도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고객사의 조직문화에 따라 면접위원들의 권위를 더 세우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 면접위원 책상도 큰 것으로 세팅하고, 책상 덮개도 깔고, 고급 쿠키와 몇 가지의 음료들을 비치해 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면접 트렌드가 탈권위 및 쌍방향 평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민해 볼 만한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다과를 준비하되, 면접 중에는 취식을 자제해 달라는 등의 안내를 하거나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한하여 다과를 제공하는 것이 절충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좀 더 어렵고 시간이 필요한 주제입니다. 면접 가이드를 잘 제공해 주셔서 그 범위 안에서 질문하며 원만하게 면접 진행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좀 더 HR 전문성 측면에서 보면 면접 질문 구조화에 다소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구조화라는 것은 질문의 영역을 구성하고 한두 개의 후속 질문 예시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각 질문에서 어떤 방향으로 답변을 하면 긍정적 점수를 주고 또 그 반대여야 하는지까지 설계를 해 두는 것입니다. 즉, 면접 질문을 해당 조직의 조직문화와 좀 더 직결시켜서 정말 그 회사에 더 어울리고 성과낼 사람이 합격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 고객사가 얼마나 인재상과 핵심가치를 잘 정의해 두었냐와 연관되기 때문에 귀사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열정', '성실', '정직', '협동' 등은 그 자체로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사실 좋은 인재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한 항목들은 당연히 더 많이 갖출수록 좋은 가치이므로 해당 조직이 선호하는 인재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회사가 열정적이 않고 성실하지 않은 후보자를 원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인재상은 그 회사의 조직문화에 연결된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선호도’를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실행 방식과 관련해서는 '자율성'과 '지시 기반'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위험 관리에 대해서는 '도전'과 '안정' 중에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빠른 실행'과 '충분한 합의'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 등 그 회사에서 선호하는 방향성이 있어야 합니다. 둘 다 틀린 것은 아닌데 우리 회사에서 선호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 선호도에 맞는 사람을 채용해야 입사 후 훨씬 빠르게 정착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음은 자명합니다.
※ 물론 공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청렴'과 같은 보편적 가치도 모두 제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귀사에서 고객사와 면접 운영 방식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고객사의 인재상이나 핵심가치가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그 부분을 먼저 짚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컨설팅 역할을 통해 채용 운영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할 기회도 모색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가 드릴 말씀입니다.
아마 서류전형, 면접전형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뒤 이렇게 피드백을 전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귀사와 본부장님께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무엇이라도 도움을 드리면 좋겠다 싶어 저만의 방법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물론 제가 관련 비즈니스 현실을 충분히 알지 못해 실제로 반영하기 어려운 제안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뭘 하나를 해도 건성으로 하고 싶지 않고, 어떤 일을 하나 마치고 나면 복기하며 개선점을 찾는 것이 제게 몸에 밴 습관이기에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모쪼록 제 의견 중 하나라도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저에게도 의미 있고 기쁜 일일 것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도 좋은 기회로 제 경험과 역량이 공공기관과 귀사에 기여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 본 글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