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쓰다가 시간이 늦어 마무리하지 못했던 채용 면접 라이브러리 사례를 마저 정리해 두려고 다시 일기장을 폈다. 마침 요 며칠 사이 몇몇 HR 지인들에게 지난번 정리했던 내용을 공유할 일이 있었다. 면접 구조화를 고민하던 차에 꽤 도움이 됐다며, 다른 영역의 질문 사례들도 들어보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분 좋은 독촉이다. 나 역시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나머지 질문들도 정리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난번 ①조직관에 이어, 이번에는 당시 우리 회사의 인성면접(≒컬쳐핏 면접)에서 활용했던 ②기업관과 ③노사관의 질문 및 선호 답변 사례를 기록해 본다.
※ 먼저 읽으면 좋은 아티클 : [인사담당자 일기] 면접 질문 라이브러리 실제 사례(클릭)
[도입질문]
(1) 최근 기업과 관련한 뉴스 중에 지원자가 관심 있게 본 내용은 무엇인가요?
- 그 문제는 어떻게 개선/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2) 시장경제주의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해 주세요.
- 시장경제주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 시장경제주의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3) 우리 회사가 잘하고 있는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심화질문]
(1) 선진국의 경우 많은 기업가들이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선호 답변 : 국가 경제발전과 고용창출 등에 기여한 것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함. 대기업에 대한 편견과 자본주의 개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원인임.
- 비선호 답변 : 오래 전부터 정경유착으로 인한 불법적인 부의 축적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함. 또한 오너 경영체제가 대대로 세습되는 것도 경영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문제임.
(2)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 선호 답변 : 원천기술 개발, 인재 육성, 수익성 강화, 경영시스템 고도화 등
- 비선호 답변 : 지배구조 개혁, 정경유착 탈피, 경영 투명성 확보, 오너 세습 관행 탈피 등
(3) 시장경제가 점점 고도화되고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용 확대를 위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 선호 답변 : 정부의 친기업 정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신기술 개발 등
- 비선호 답변 : 기업의 고용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감독 강화, 노조의 경영 참여 확대 등
(4)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 보세요.
- 선호 답변 : 기업의 본질은 효율적인 생산을 통해 이익 창출 및 고용 확대로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임.
- 비선호 답변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통해 국민의 삶의 수준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등의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임.
(5) 최근 대기업을 상대로 한 시민단체나 NGO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선호 답변 : 일부 순기능도 있으나, 대체로는 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한 대기업의 역할에 대해 폄하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생성하는 점은 아쉬움.
- 비선호 답변 : 대기업이 이윤 극대화만 추구해서는 안 되며, 부의 재분배나 사회 정의 실현 측면에서 이러한 시민단체의 감시/감독은 필요함.
[도입질문]
(1)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2)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특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심화질문]
(1) 선진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선호 답변 : 산업 구조의 복잡화 등으로 인해 노조의 역할에 한계가 있음. 노조활동 자체보다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 간의 근본적인 협력이 중요함. 노조와 같은 집단화는 근시안적 문제 해결을 할 뿐 중장기적인 회사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 확대
- 비선호 답변 : 노조 가입에 대해 필요성을 못 느낄 만큼 복지가 좋은 일부 선진 회사들에 국한된 사항임. 복지 수준이 낮은 많은 회사들과 노사 문화의 개선이 필요한 우리나라에서는 노조 활동 강화가 필요함.
(2) 기업 내 노동조합의 장단점에 대해 얘기해 보세요.
- 선호 답변 : 노조의 장점은 근로자의 대의기구로서 근로자의 임금, 복리후생 등의 근무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단점은 무분별한 파업, 과도한 임금인상 및 성과급 요구, 정치 연계 등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저하.
- 비선호 답변 : 노조의 장점은 자본주의에서 '을'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근로자에게 단체 행동권을 부여함으로써 고용주와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점.
(3) 근로자 대의기구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선호 답변 : 노사 상생,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한 축, 현장 개선의 주체 등
- 비선호 답변 : 합리적인 임금인상률 견인, 사용자의 권한 견제, 근로자의 권익 보장 등
(4) 만일 회사가 경영난에 봉착하여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된다면, 회사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겠는지?
- 선호 답변 : 현재의 경영상황과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임을 인정. 회사와 근로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여 위기 극복 필요.
- 비선호 답변 : 경영 부실의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한 결정이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움.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함.
(5) 산업 전반의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동계에서는 부정적 입장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선호 답변 :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의 유연성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음. 경영 효율성 추구를 위해 비정규직의 활용은 불가피함.
- 비선호 답변 : 비정규직 근로자의 확대는 기업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 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임금 상향 조정이 사회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함.
이 정도가 기억이 난다.
질문들을 다시 정리해 놓고 보니, 당시 내가 다닌 회사는 참 보수적이었고, 참 착한(?!) 직원을 선호했던 것 같다. 개성보다는 무난함, Bottom-up보다는 Top-down, 현재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 제기보다는 조직의 방침을 일단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했던 흔적이 질문 곳곳에 묻어 있다.
특히 노사관 질문을 다시 보니 그때의 경영진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었는지도 보인다. 노조가 없던 회사였기 때문에 노조가 결성될 가능성을 상당히 경계했고, 그 우려가 질문과 선호 답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대기업이라는 특성상 언론과 국민 여론에도 민감했고, 기업과 기업가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지원자를 선호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질문과 답변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도 있고 아예 완전히 수정하고 싶은 항목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사례의 핵심은 아니다. 면접 질문 라이브러리는 ‘정답’을 만들어 놓는 작업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 정의하고 이를 질문과 평가 기준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당시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질문과 선호 답변도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 기준이 회사의 MVC(미션, 비전, 핵심가치)와 제대로 연결되어 있다면 면접관이 달라져도 지원자를 바라보는 기준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며 좋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가이드가 없으면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소위 ‘말빨 좋은’ 지원자에게 판단이 흔들리기 쉽다. 공채 면접과 같이 반복되는 패턴과 육체적·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정 속에서 언변이 화려한 지원자가 비선호 답변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면, 어느 순간 그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방식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될 수도 있다. 질문 라이브러리의 역할은 바로 그 지점을 잡아주는 데 있다. 지원자의 말솜씨가 아니라, 그 말 속에 회사가 확인하고자 했던 생각과 행동의 기준이 실제로 담겨 있는지 그 핵심 내용에 집중토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일전에 언급한 면접관의 불필요한 우월의식을 눌러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면접 질문 라이브러리는 단순히 ‘면접관용 질문 모음집’에 머무르지 않고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는 컬쳐핏 면접에 한정해 예전에 활용했던 사례를 정리해 보았지만, 사실 이런 라이브러리는 각 회사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면접전형에 적용할 수 있다. 실무면접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과 ‘알고 있으면 좋은 지식’을 나누고, ‘필수 경험’과 ‘권장 경험’을 구분해 질문을 만들 수 있다. 답변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키워드를 정리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HR팀에서 주니어 급여담당자를 채용한다면 필수 질문으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차이를 물어볼 수 있고, 추가 질문으로 모성보호 관련 법률과 그에 따른 급여제도를 물어볼 수 있다.
물론 회사 내 모든 직무에 대한 이런 질문 목록을 HR팀 혼자 만들 수 없다. 전체 직무에 대해 라이브러리를 집대성하기 위해서는 현업 부서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HR이 얻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현업 부서에 면접 질문 라이브러리의 취지와 목적, 제작 방법, 사례 등을 설명하고 함께 라이브러리 제작을 하다 보면, 현업에서 HR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HR팀이 이런 일도 해요?”
“아, 면접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군요.”
“되게 체계적이라 면접관들 간에 이견도 별로 없고 도움이 됐어요.”
HR을 잘 모르는 많은 현업 직원들에게 HR팀은 그저 사람을 뽑고, 월급을 지급하고, 때가 되면 평가와 승진을 처리해 주는 운영 업무 중심의 부서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HR팀이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채용 면접과 연결시키고 문제를 조금 더 구조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HR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라이브러리 제작 경험 자체가 HR 담당자의 커리어에 큰 자산이 되는 것도 덤이다.
※ 본 글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