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에게도 협상력이 필요합니까

인사담당자에게도 협상력이 필요합니까

성공한 협상이란
조직문화HRBPHR 커리어코칭리더십전체
a)
김지인(Ella)Oct 12, 2026
41011

인사담당자에게도 협상력이 필요합니까

이기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대해

인사 일을 하는 사람에게 협상력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저는 주니어 시절에 협상 교육을 수료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주변에서는 영업이나 구매 쪽 사람들이 듣는 과정을 왜 인사담당자가 듣느냐고 했습니다.

인사는 규정을 지키고 사람을 챙기는 일이지

누구와 조건을 겨루는 일이 아니라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저도 그때는 명확히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교육을 들으면서 한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그동안 제가 어렵다고 느꼈던 자리들이

대부분 협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뒤로 지금까지 협상력을 인사담당자의 핵심 역량으로 여기며 일해 왔습니다.

면담, 회의, 미팅.

이름은 다르지만 양쪽이 원하는게 다르고

어딘가에서 맞춰야 끝나는 자리라는 점은 같습니다.

채용 조건을 조율하는 일,

팀간에 인력을 나누는 일,

상사에게 일정이 빠듯하다고 말하는 일,

퇴사하겠다는 사람과 마주 앉는 일,

구조조정을 하는 일.

인사담당자의 하루는 거의 협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만 아무도 그걸 협상이라고 부르지 않을 뿐입니다.

그런데 오래 하다 보니 협상력이라는 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주니어때는 내 쪽 조건을 잘 관철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쪽이 이기고 끝난 협상은 그날은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에 반드시 다시 돌아옵니다.

조건을 밀어붙여 채용한 사람은 입사 후에도

그 조건을 기억하고 이탈이 생길 가능이 높아지고,

동료에게 억지로 넘긴 업무는 저품질로 돌아옵니다.

양쪽이 "이 정도면 됐다."고 느껴야 끝난 협상인데

그 "이 정도"를 만들어내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왜 어려운지 그때 배운 개념 두 가지를 떠올려 말해보려 합니다.

겹치는 구간

협상 이론에서는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가 겹치는 구간을

합의 가능 영역이라고 부릅니다.(ZOPA)

쉽게 말하면 "서로 여기까지는 괜찮다."가 포개지는 자리입니다.

이 구간이 없으면 아무리 말을 잘해도 합의는 나오지 않고

이 구간이 있으면 말이 서툴러도 어딘가에서 만나게 됩니다.

문제는 인사담당자가 이 구간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면담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면담 전에 제 쪽 결론은 정해둡니다.

이 직원은 이 팀으로 옮겨야 하고,

이 조건까지는 줄 수 있고,

여기서 더는 안 된다.

그리고 들어가서 설명합니다.

설득이 잘 되면 좋은 면담이고

안 되면 어렵고 까다로운 직원이라고 적습니다.

그런데 상대의 범위는 한번도 물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어디까지 괜찮은지,

무엇은 절대 안 되는지,

지금 가장 아까운게 돈인지 시간인지 자리인지 등.

묻지 않고 설득부터 하면 겹치는 구간이 있어도 찾을 수 없습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서로 각자의 끝을 향해 밀기만 합니다.

면담이 자꾸 길어지고 끝나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은 이유의 절반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꿨습니다.

제 결론을 말하기 전에 상대의 범위를 먼저 듣습니다.

"어디까지면 괜찮겠나요?"가 아니라

"뭐가 제일 걸리십니까?"로 묻습니다.

앞의 질문은 숫자를 부르게 하고

뒤의 질문은 범위를 말하게 합니다.

범위를 들으면 겹치는 자리가 보이고,

안보이면 오늘은 합의할 날이 아니라는 것도 보입니다.

그걸 아는 것만으로 면담은 훨씬 짧아집니다.

깨져도 괜찮은 쪽

두번째는 이 자리가 깨졌을 때 제게 남는 것입니다.

합의 없이 돌아섰을 때의 최선의 대안이라고 부릅니다.(BATNA)

이게 협상의 힘을 정합니다.

목소리가 큰 쪽이 아니라 테이블을 떠나도 괜찮은 쪽이 결국 조건을 정합니다.

회의에서 이걸 자주 봅니다.

가장 말을 많이 한 사람이 이기는게 아니라,

이 안건이 무산되도 자기 일에 영향이 없는 사람이

가장 느긋하고 그 느긋함이 결론을 끌고 갑니다.

반대로 이 안건이 꼭 통과돼야 하는 사람은

양보를 거듭하다가 통과시키고도 지는 기분으로 회의실을 나옵니다.

인사 일에서 이게 가장 선명한 자리가 퇴사 면담입니다.

붙잡고 싶은 사람이 사직서를 들고 올 때

그 사람은 이미 갈 곳이 있습니다.

회사는 그 사람을 대체할 방법이 당장 없습니다.

대안이 강한 쪽은 직원이고 약한 쪽은 회사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무엇을 제시해도 늦습니다.

그 면담은 협상이 시작되는 자리가 아니라,

몇달 전부터 하지 않은 협상의 결과를 통보받는 자리입니다.

대안은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평소에 만들어 둬야 합니다.

그 사람이 없어도 돌아가는 구조,

그 사람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알고 있는 상태 등.

이게 회사 쪽의 대안이고 이걸 만드는 사람이 인사담당자입니다.

이걸 갖춘 회사는 퇴사 면담에서 붙잡지 않아도 됩니다.

붙잡지 않아도 되는 회사가 이상하게도 사람이 덜 떠나는 회사였습니다.

그래서 필요한가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인사담당자에게 협상력이 필요한가?"

저는 필요하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다만 주니어때 생각했던 그 협상력은 아닙니다.

조건을 관철하는 힘이 아니라,

겹치는 구간을 찾아내는 눈과

깨져도 괜찮은 자리를 미리 만들어 두는 손입니다.

설득력은 그날 하루를 이기게 해 줍니다.

겹치는 구간과 대안은 다음에도

그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인사담당자가 협상에서

이길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업은 거래가 끝나면 상대와 헤어지고 끝일때도 있지만

인사는 면담이 끝나도 같은 건물에서 그 사람과 계속 일합니다.

이긴 협상의 상대는 다음 면담에 방어 자세로 들어오고

만족한 협상의 상대는 다음에 먼저 찾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면담이 끝날 때

상대가 문을 나가며 짓는 표정이 아니라

이 사람이 다음에 또 저를 찾아 올 것 같은가를 봅니다.

조건을 다 받아냈는데 다시 안 올 것 같은 사람이 있고

원하는 걸 다 못 받았는데도

또 올 것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성공한 협상은 후자입니다.

늘 그랬듯 질문으로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하셨던 면담, 미팅, 회의 중에

상대가 다시 오고 싶어 할 자리는 몇 번이나 되나요?


a)
김지인(Ella)
오픈 Head of HR
조직의 성과와 사람의 성장을 함께 설계하는 HRer입니다. 숫자와 제도 너머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