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on1 미팅 솔루션을 제작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조직의 HR 담당자님들을 만나왔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정말이지 다양한 개성이 담긴 이름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인사팀이 아니라 피플팀입니다."
"이번에 조직 개편을 하면서 EX(Employee Experience)팀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저희는 조금 달라요. 인사팀이 아니라 Culture & Growth팀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히 트렌드를 좇거나 있어 보이기 위한 포장으로 치부하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들여다본 실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명목적인 R&R은 공유할지라도, HR이라는 큰 틀 하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분명 저마다 상이했습니다. 조직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그 기업과 HR팀이 구성원을 바라보는 관점과 일하는 방식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선언이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HR 조직명들을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보고, 각 이름이 내포하고 있는 철학적 무게와 지향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름은 정체성을 담는 얼굴과도 같습니다. 이름이 다르다는 것을 곧 '가장 중요히 여기는 것이 다르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최근의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네 가지 유형을 바탕으로, 우리 조직과 HR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어렴풋이 진단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명칭입니다. (그렇다고 '구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명칭을 고수하는 조직은 기준과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 철학: "조직은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향점: 혼란스러운 비즈니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룰을 세우고, 채용부터 보상까지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합니다.
특징: 대외적으로 역할이 가장 명확하며, 리스크 관리와 운영의 안정성을 지탱하는 조직의 척추 역할을 수행합니다.
국내 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확산시킨 명칭입니다. 'Human Resource(자원)'라는 단어 대신 'People(사람)'을 씀으로써, 구성원을 단순한 수단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주체'로 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핵심 철학: "구성원의 만족이 곧 성과로 이어진다."
지향점: 회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지양하고,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지원하는 '서비스 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특징: 특히 'People Operations'를 표방하는 경우,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하여 조직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고속 성장하는 조직이나, '우리다움'을 강조하는 기업에서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HR의 기능을 기능적으로 쪼개기보다, 문화라는 큰 그릇 안에서 채용과 성장을 통합적으로 바라봅니다.
핵심 철학: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은 정렬(Align)되어야 한다."
지향점: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뚜렷하고 안정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와 핏이 맞는 인재를 발견하고 그들이 조직 안에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특징: 사내 이벤트나 복지 제도를 기획할 때도 "이것이 우리 문화에 부합하는가?"를 가장 먼저 묻습니다. HR이 '제도'를 넘어 '브랜딩'의 영역까지 확장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대두된 유형으로, 마케팅의 고객 경험(CX) 개념을 HR에 이식했습니다. 직원이 회사와 만나는 모든 접점을 설계합니다.
핵심 철학: "직원이 회사에서 겪는 모든 순간이 곧 브랜딩이다."
지향점: 입사 지원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온보딩, 업무 환경, 평가, 그리고 퇴사 인터뷰까지의 모든 여정을 매끄럽고 긍정적으로 설계하여 '자발적 몰입'을 이끌어냅니다.
특징: 인사 제도를 넘어 사무실의 조명,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UI, 사내 메신저의 톤앤매너까지 폭넓은 영역을 관장하며, 직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덕트 팀처럼 일합니다. ‘구성원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물론 모든 유형이 칼로 무 자르듯 나누어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 조직의 환경과 특징에 따른 영점 조절이 이루어지며, 담당자들의 성향에 따라서도 그 방향성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름이 내포하는 영향력은 막강하며, 의사결정 시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조직명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명함의 텍스트를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약속이어야 합니다. 이름과 실체가 일치할 때 혁신이 일어나지만, 그렇지 않을 땐 오히려 독이 됩니다.
에어비앤비는 업계 최초로 CHRO 직함을 없애고 '글로벌 직원 경험 최고 책임자(Global Head of Employee Experience)'를 신설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주목할 점은 그들의 실행 방식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기존에 흩어져 있던 [인사 + 총무 + 사내 커뮤니케이션 + 복지] 기능을 'EX팀'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실제 구성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그 모든 개별 기능들이 ‘연속적인 경험’의 관점에서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에어비앤비 특유의 강력한 소속감과 환대 문화를 만드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뼈아픈 실패 사례도 존재합니다.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A사는 최근의 많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혁신적인 이미지를 얻고자 '인사팀'을 '피플팀'으로 개명했습니다.
하지만 내부의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였습니다.
여전히 상명하복식 지시가 내려왔고,
People을 위한다며 만든 소통 창구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으며,
구성원을 위한 지원과 소통보다는 '감시'에 가까운 근태 관리가 지속되었습니다.
구성원들은 "피플을 위하기 때문이 아니라, 피플을 들들 볶아서 피플팀인 것이냐"며 냉소했습니다. 이처럼 이름과 실제의 괴리가 클 때, 개명은 단순히 의미가 없는 정도에서 나아가 조직에 대한 신뢰가 오히려 더 빠르게 무너지는 역효과를 낳게 됩니다.
인사팀이든, 피플팀이든, 혹은 EX팀이든 그 이름 자체에는 우열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 뒤에 숨겨진 진정성과 일치성입니다.
[인사/HR팀]이라면,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납득 가능한 공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