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는 구성원 180명 규모의 IT 기업에서 6년째 인사 업무를 하고 있다.
채용부터 평가, 노무까지 손대지 않는 영역이 거의 없는, 흔한 중견 인사담당자다.
작년 가을, 개발팀이 두 달 넘게 찾던 시니어 개발자가 최종 면접을 통과했다.
해당 건은 처우 협의로 넘어왔고, 정우가 받았다.
문제는 후보자의 희망 연봉이었다. 그 팀에 이미 있는 두 사람보다 높았다.
한 명은 3년째 근무 중이었고, 다른 한 명은 작년에 승진했다.
이 조건대로 결재하면 반년 안에 알려질 가능성이 높았고, 알려졌을 때 두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은 이미 조용히 시장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던 참이었다.
정우는 밴드를 다시 열었다. 직급 체계를 조정할지, 사이닝 보너스로 처리할지, 다음 연봉조정에서 기존 두 사람을 먼저 올려 순서를 맞출지. 팀장에게 보고했다가 다시 가져오라는 지시를 받았고, 그 사이 재무팀과 한 번 부딪혔다.
그렇게 3주가 지났다. 그리고 후보자는 다른 회사로 갔다.
채용 회고 미팅이 끝나고 다들 일어서는 중이었다. 개발팀 리더가 노트북을 덮으면서 말했다.
"인사팀은 왜 이렇게 느려요?"
회의실에 여섯 명이 있었다. 아무도 웃지 않았고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정우 입장에서 그 3주는 놀고 있던 3주가 아니었다. 실제로 가장 바빴던 기간에 가깝다. 그가 하고 있던 일은 채용 한 건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그 한 건이 조직에 남길 흔적을 계산하는 일이었다.
인사 업무의 본질적 특성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전례를 만든다. 한 명에게 준 예외는 예외로 끝나지 않는다. 6개월 뒤에는 같은 요구가 열 건이 되고, 그때 거절하면 "저 사람은 왜 되고 나는 왜 안 되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여기에 답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모든 규칙이 협상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정우는 느린 게 아니라 다른 시계를 보고 있었다.
개발팀 리더는 이번 분기의 결원을 보고 있었고, 정우는 이 결정이 만들 3년을 보고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기록을 되짚어보면, 그 3주 동안 정우가 개발팀 리더에게 보낸 메시지는 두 번이었다.
"검토 중입니다"와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개발팀 리더 입장에서 지난 3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3주였다.
사람을 못 뽑은 채로, 남은 팀원들이 그 일을 나눠서 하면서 보낸 3주.
정우가 한 일은 전부 진짜였다. 다만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현업은 인사팀이 결정을 못 내려서 늦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다르다.
판단 자체는 대체로 빨리 나온다. 정우도 첫 이틀 만에 "이 조건 그대로는 위험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간이 걸린 건 그다음이다. 팀장 보고, 재무팀 협의, 대안 설계, 재보고. 이 과정은 인사팀 바깥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백오피스 직무의 구조적 딜레마가 여기 있다. 성과물은 보이지만 과정은 안 보인다.
개발자는 커밋 로그가 남고 영업은 파이프라인이 보이는데, 인사팀이 3주간 한 조율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결과만 남는다. 그리고 결과가 나쁘면 과정 전체가 없었던 일이 된다.
이건 억울해할 일이 아니라 설계해야 할 문제다.
보이지 않는 노동은 스스로 보이게 만들지 않으면 영원히 안 보인다.
서비스 경영 분야에 오래된 고전이 하나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마이스터가 쓴 「대기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Waiting Lines)」이다.
40년 전 글인데 아직도 인용될만큼 유명하다.
그가 제시한 여덟 개 명제 중 두 개가 이 사례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불확실한 기다림은 정해진 기다림보다 길게 느껴진다." 의사가 "30분 뒤에 봐드릴게요"라고 하면 사람들은 차분히 기다린다. "곧 봐드릴게요"라고 하면 훨씬 짧은 시간도 못 견딘다.
"설명 없는 기다림은 설명 있는 기다림보다 길게 느껴진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배달이 늦어도 참는다.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개발팀 리더가 참을 수 없었던 건 3주라는 시간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채용에 3주 걸린다는 건 그도 안다. 그가 견딜 수 없었던 건 그 3주가 언제 끝나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함의가 나온다. 인사팀이 속도를 두 배로 올리는 건 대개 불가능하다.
절차와 검토를 줄이면 리스크가 그만큼 늘어나니까. 그러나 기다림의 체감을 절반으로 줄이는 건 가능하다. 그리고 그건 대체로 메시지 한 줄의 문제다.
이 사례의 가장 불편한 지점이다.
정우의 3주는 정당했다.
그런데 인사담당자라면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정당하지 않은 지연도 똑같은 문장으로 나간다는 것.
"검토 중입니다"라는 말 뒤에는 여러 가지가 숨을 수 있다. 아직 파일을 열어보지 못했을 때. 답을 이미 알지만 "안 된다"고 말했을 때 벌어질 설득과 항의가 부담스러워 시간을 끌 때. 위에 물어봐야 하는데 타이밍을 재고 있을 때.
셋 다 "인사는 신중해야 하니까"라는 명분으로 포장된다. 그 명분이 실제로 참이기 때문에 더 잘 포장된다.
문제는 받는 쪽에서는 이 둘이 완전히 똑같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어적 지연이 몇 번 반복되고 나면, 정당한 지연까지 의심받기 시작한다.
인사팀의 신뢰는 이런 방식으로 소모된다. 큰 사건으로 무너지는 게 아니라, 구분되지 않는 "검토 중"이 쌓이면서 마모된다. 그리고 신뢰가 마모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정당한 이유를 설명해도 변명으로 들린다.
정우가 만약 첫 주에 "이 조건 그대로는 어렵고, 대안을 찾는 데 2주 정도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개발팀 리더는 화를 냈을 것이다.
그건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화를 내면서 남은 2주를 어떻게 쓸지 결정할 수 있었다. 후보자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시간을 벌든, 다른 후보를 다시 보든, 대안을 같이 설계하든.
3주 뒤에 결렬을 통보받은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거절을 늦게 하는 건 대개 갈등을 피하려는 선택인데, 실제로는 갈등을 더 크게 만들어서 나중에 받는 선택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상대의 대응 가능성까지 함께 사라진다.
"안 됩니다"를 빨리 말하는 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훈련되는 역량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사 직무에서 이 역량의 중요도는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
정우 같은 상황에 놓인 인사담당자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건 의외로 크지 않다.
절차를 줄일 수도, 재무팀 회신을 앞당길 수도 없다.
다만 세 가지는 비용 없이 가능하다.
첫째, 끝나는 시점을 먼저 준다.
결론을 못 줄 상황이라면 "다음 주 화요일에 중간 상황이라도 공유하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반드시 연락한다. 진전이 없더라도 연락한다.
마이스터의 표현을 빌리면, 약속된 시점은 그 자체로 기다림을 유한하게 만든다.
둘째, 왜 걸리는지 한 줄이라도 말한다.
"기존 인원 처우와 함께 보고 있어서 시간이 걸립니다" 정도면 충분하다. 내부 사정을 시시콜콜 공유하는 게 프로답지 않다고 여기기 쉽지만, 설명 없는 침묵이 만드는 비용이 훨씬 크다.
셋째, 안 되는 건 빨리 말한다.
가장 어렵고, 효과는 가장 크다.
이 사례를 정리하면서 깔끔하게 답하지 못한 지점이 있다.
어디까지 설명해도 되는가.
인사 정보는 대부분 남의 정보다. 설명하려다 보면 말하면 안 되는 선에 금방 닿게 된다.
"기존 인원 처우와 함께 보고 있다"는 말도, 듣는 사람이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누구의 연봉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있다. 투명성과 비밀유지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고, 여기에는 일반해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하나 더.
인사팀은 정말 더 빨라져야 하는 걸까, 아니면 느린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우리 일인 걸까.
둘 다라고 답하면 편하지만, 실제로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어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골라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날 회의실에서 나온 질문은 "왜 느리냐"가 아니었다.
"언제 끝나냐" 였다.
정우는 3주 동안 그 질문에 한 번도 답하지 않았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이 선을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특히 어디까지 설명하고 어디서 멈추는지, 기준이 있으시다면 궁금합니다.
참고: David H. Maister, "The Psychology of Waiting Lines" (Harvard Business 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