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장 Diary’는 지방 중견 제조업 인사팀장으로 겪는 업무적 경험과 생각을 기록합니다.)
힘들게 총무팀장 채용 절차를 마무리 했다. 작년에 한 번 시도하다 포기하고 총무팀장 겸임을 약 6개월 해왔다. 총무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인지. 인사, 교육과 조직문화만을 경험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총무팀은 신세계였다. 자산관리, 외주업체 관리, 계약검토, 각종 민원 응대, 각종 이벤트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짬밥으로 빵구 안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비와 해외 법인 설립 등의 업무가 부여되자 과부하가 왔고, 인사업무까지도 부담으로 다가 왔다. 하루를 10시간 12시간 일하며 견디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최소 1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총무팀장을 찾았다.
오늘은 그 과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주 월요일 입사를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입사 포기의 과정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고 업계 동료로부터 공감과 동정이라도 받고자 함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처 난 마음에 새 살이 돋아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 첫번째 문자
‘부장님, 안녕하세요.. (중략) 제가 현재 업무를 정리하던 중 인수인계 받으실 분이 갑작스럽게 일본 출장을 가면서 부득이하게 제 입사 일정이 한 주 정도 지연될 상황입니다. 송구스럽고, 큰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후략)’ 목요일 오후에 온 메시지다.
문자를 받고 통화로 무슨 상황인지 들어 보았다. 그래도 약속한 입사일이 있으니 입사한 후 인수인계 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 주겠다 했고, 확인 후 연락 달라 했다. (사실 차주 월요일 발령이라 사내 공지를 벌써 한 상태였다.) 한 두시간 안에 전화나 회신이 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목요일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금요일 오후, 두 번째 문자
‘부장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현재 재직중인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인수인계가 불가능해져,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과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입사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신중히 고려한 끝에, 입사를 일주일 연기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여의치 않다면 입사를 취소해야 할 수도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죄송하지만 전화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추가 문의는 문자로 부탁드립니다. (후략)’ 헉. 전화를 주지 말라… 추가 문의(?) 이게 뭔가!
할 수 없이 문자로 회신을 했다. “이게 무슨 말이죠? 일주일 연기가 안도면 입사 포기라구요?“
다시 온 단문 ‘저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서 저도 손실이 크지만 포기를 염두해 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뭐가 손실이란 말인가? 기존 직장에 연봉이 너무 낮아 불만이라 들었었는데 우리가 제시한 높여준 연봉을 포기하는게 아쉽다는 말인가?
다시 문자로 회신했다. “전화를 주지 말라는 것에서 결정을 마치신 듯함을 느꼈습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여쭙습니다. 포기인가요? 입사 의지가 있나요?”
다시 온 문자, ‘(생략) 귀사와 부장님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을 잘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과 안되면 지금 상황을 유지해야 하는 기로에 심각하게 서 있습니다. 저로 인해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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