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밋업
컨퍼런스
[인사팀장 Diary] 01. 채용, 아무리 오랜 경험을 해도 쉽지 않은 일

[인사팀장 Diary] 01. 채용, 아무리 오랜 경험을 해도 쉽지 않은 일

채용 면접 입사포기 Learning by Doing
채용시니어리더전체신입/인턴
석원
윤석원Jul 18, 2025
206216

(‘인사팀장 Diary’는 지방 중견 제조업 인사팀장으로 겪는 업무적 경험과 생각을 기록합니다.)

힘들게 총무팀장 채용 절차를 마무리 했다. 작년에 한 번 시도하다 포기하고 총무팀장 겸임을 약 6개월 해왔다. 총무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인지. 인사, 교육과 조직문화만을 경험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총무팀은 신세계였다. 자산관리, 외주업체 관리, 계약검토, 각종 민원 응대, 각종 이벤트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짬밥으로 빵구 안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비와 해외 법인 설립 등의 업무가 부여되자 과부하가 왔고, 인사업무까지도 부담으로 다가 왔다. 하루를 10시간 12시간 일하며 견디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최소 1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총무팀장을 찾았다.

오늘은 그 과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주 월요일 입사를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입사 포기의 과정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고 업계 동료로부터 공감과 동정이라도 받고자 함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처 난 마음에 새 살이 돋아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 첫번째 문자

‘부장님, 안녕하세요.. (중략) 제가 현재 업무를 정리하던 중 인수인계 받으실 분이 갑작스럽게 일본 출장을 가면서 부득이하게 제 입사 일정이 한 주 정도 지연될 상황입니다. 송구스럽고, 큰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후략)’ 목요일 오후에 온 메시지다.

문자를 받고 통화로 무슨 상황인지 들어 보았다. 그래도 약속한 입사일이 있으니 입사한 후 인수인계 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 주겠다 했고, 확인 후 연락 달라 했다. (사실 차주 월요일 발령이라 사내 공지를 벌써 한 상태였다.) 한 두시간 안에 전화나 회신이 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목요일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금요일 오후, 두 번째 문자

‘부장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현재 재직중인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인수인계가 불가능해져,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과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입사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신중히 고려한 끝에, 입사를 일주일 연기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여의치 않다면 입사를 취소해야 할 수도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죄송하지만 전화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추가 문의는 문자로 부탁드립니다. (후략)’ 헉. 전화를 주지 말라… 추가 문의(?) 이게 뭔가!

할 수 없이 문자로 회신을 했다. “이게 무슨 말이죠? 일주일 연기가 안도면 입사 포기라구요?“

다시 온 단문 ‘저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서 저도 손실이 크지만 포기를 염두해 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뭐가 손실이란 말인가? 기존 직장에 연봉이 너무 낮아 불만이라 들었었는데 우리가 제시한 높여준 연봉을 포기하는게 아쉽다는 말인가?

다시 문자로 회신했다. “전화를 주지 말라는 것에서 결정을 마치신 듯함을 느꼈습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여쭙습니다. 포기인가요? 입사 의지가 있나요?”

다시 온 문자, ‘(생략) 귀사와 부장님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을 잘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과 안되면 지금 상황을 유지해야 하는 기로에 심각하게 서 있습니다. 저로 인해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두둥~

최종 의견을 들어야 했다. 회사는 채용 과정에서 공식 오퍼레터를 보냈기에 나중에 노동부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입사를 취소했다’고 진정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회신을 요청했다.

“입사 후 시간을 배려하겠다 했는데 안되겠다는 뜻이군요. 명확한 의사를 여쭙습니다. 입사 포기신가요? 만약 지금이라도 입사를 하겠다면 지금의 일련의 과정은 모두 잊을 겁니다. 확답만 주세요. 30분 이내에 확인 문자 부탁드립니다. 저도 내부에 보고해야 할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묵묵 부답… 기다리다 마지막으로 문자 통보 “답변이 없으시군요. 공식적으로 입사 포기로 처리하겠습니다. 채용은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15분 후, ‘네 알겠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후략)’

‘네 알겠습니다!’의 느낌표에서 확~ ‘빡침’을 느꼈다. 중간에도 혈압이 오르는 경험을 했지만… 느낌표라니. 젠장. 어렵게 뽑았던 총무팀장은 이렇게 거의 24시간 만에 입사가 취소되었다. 차주 월요일자 인사발령은 아직 실행 전이라 경영진 보고 후 취소 안내로 수정했고 유관부서, 특히 총무팀원들에게는 간단히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다. 그리고 다음 사람을 구하기 전까지 잘 부탁한다고…

팀장 역할을 시작한 것은 2013년 부터이기에, 12년 정도 팀장 이상의 경험을 해 왔다. 그 과정에 수 많은 사람들을 채용하고 면접을 봤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인사, 교육을 담당하면서 사내에 수많은 군상들을 경험했다. 어떤 사람은 끝이 좋지 못하다. 조직에 적응이 쉽지 않다 등의 나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건은 나에게 큰 스크레치를 준 사건으로 기록된다.

빡진 감정을 정리하고 이번 글을 쓰며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해 보자면, ‘겸직을 떼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내가 사람을 보는 신중함을 간과한게 아닌가’ 싶었다. 채용과정을 거치고 합격 통보를 총무팀원들에게 할 때는 참 좋은 분이고, 충분한 경험을 가진 분이라고 소개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좋은 사람이었을까 혼란스럽다. 중이 제 머리 깍지 못한다고 하는데, 내 직무와 연관되니 눈에 뭐가 씌였나 보다.

채용은 참 어려운 일이다. 서류에 나와 있는 모습, 링크드인에 구직을 위한 간절함을 확인하고, 1~2차에 걸친 면접… 그럼에도 사람은 모르는 것이다. 특히 나와 관계된 일이라면 더욱이 말이다. 다음엔 이런 실수가 없도록 더 철저하게 검증해야겠다. 하반기 다시 총무팀장을 뽑을지, 그동안 고생한 기존 총무팀의 선임을 팀장으로 선임할지 고민스럽다. 지금 인사팀원도 한 명 더 뽑으려 하는데 이런 실수를 한 번 더 한다면 사내에 나에 대한 평판도, 경영진의 신뢰도 잃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용…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하루였다. 주말에 푹 쉬고 머리를 비워 재충전을 해야겠다. 이만 뿅~

(본 글은 오프피스트 Beta test 때 작성했던 것이어서, 시점이 일주일 정도 뒤임을 밝힘니다)


석원
윤석원
함께, 행복한 성장을 추구합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컨설팅펌을 경험했고, 현재는 자동차부품제조기업 덕일산업 인사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