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끝나고 문이 닫혔을 때 같이 들어갔던 팀장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 좋은 사람 같은데요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답변은 정돈되어 있었고 눈을 마주쳤고 앞사람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사람이 석 달 뒤에 팀 하나를 조용히 무너뜨리는 걸 봤습니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 사람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지쳐갔습니다.
그때부터 같은 질문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그때 못 봤을까요?
얼마 전에 글을 하나 받았습니다. 인성이 드러나는 열두 개의 순간을 정리한 목록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열두 명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인사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문장은 대단한 출처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냥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본 사람이 씁니다. 권위를 빌려야 참이 되는 문장이 있고 빌리지 않아도 각자 경험이 증명해주는 문장이 있습니다. 열두 개를 다섯 덩어리로 다시 묶어보려 합니다. 나열된 열두 개는 고개만 끄덕이고 지나가는데 묶인 다섯 개는 사람 보는 눈을 조금 바꿔놓습니다.
약자에게만 강합니다 식당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원래 인상입니다.
강자 앞에서는 순한 양이고 약자 앞에서는 맹수입니다. 인성이 아니라 전략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이 둘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태도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태도가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겁니다.
상대의 위치를 먼저 계산하고 그다음에 태도를 꺼내는 사람은 계산이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의 진짜 얼굴은 계산할 이유가 없는 상대 앞에서만 나옵니다. 주차 안내하시는 분, 회의실에 음료 놓고 나가는 분, 이번 주에 들어온 인턴.
외식업에서는 이게 유난히 잘 보입니다. 매장에는 직급이 뚜렷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고 홀에는 손님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세 개의 얼굴을 쓰는 걸 하루에 몇 번씩 보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처음에는 오히려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윗사람이 보는 얼굴이 제일 좋은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승진도 곧잘 합니다. 위쪽 얼굴만 본 사람들이 그를 올리고 아래쪽 얼굴을 봐왔던 사람들이 회사를 조용히 떠납니다.
가장 조용하고 가장 비싼 손실입니다.
사과가 없고 변명이 있습니다. 미안해 대신 그게 아니라..로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남이 잘되면 운이고 자기가 잘되면 실력입니다. 계산기가 항상 자기 쪽으로 휩니다.
잘못을 지적하면 너는 뭐 잘났냐가 나옵니다. 반성 대신 물귀신을 택하는 겁니다.
셋 다 구조가 같습니다. 잘된 건 안으로 잘못된 건 밖으로.
사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조금씩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차이는 돌아오느냐입니다.
보통은 지적을 받으면 잠깐 방어하다가 돌아옵니다. 이 자리에 걸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방어가 반격이 되고 반격이 끝나면 이야기 주제가 바뀌어 있습니다.
너는 뭐 잘났냐 가 특히 위험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건 그냥 반발이 아닙니다 지적하는 행동에 값을 매기는 겁니다.
한 번 그 값을 치른 사람은 두번째부터 말을 안 합니다. 그렇게 조직 안에 피드백이 도착하지 않는 구역이 생깁니다.
평가 면담을 해보면 이게 제일 잘 보입니다. 낮은 등급을 받았을 때 첫 문장이 뭔지 보면 됩니다.
제가 뭐가 부족했을까요와 그런데 그 프로젝트는 원래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멉니다.
남의 비밀을 들고 다닙니다. 비밀을 화폐처럼 쓰는 사람은 당신의 비밀도 이미 환전했습니다.
도움을 받으면 당연해합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압니다.
도와줄 땐 생색을 냅니다. 그것도 이자까지 붙여서 베푼 걸 기억하는 쪽은 항상 본인뿐입니다.
고맙다는 말을 아낍니다 고마움을 인정하는 순간 빚이 생긴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넷을 한 덩어리로 묶은 이유는 전부 주고받기에 관한 이야기라서입니다.
회사는 계약서에 안 적힌 도움으로 굴러갑니다. 안 해도 되는 인수인계, 요청받지 않은 공유, 굳이 알려준 정보. 이게 실제 동력입니다. 이런 건 정확하게 계산되지 않기 때문에 작동합니다.
이 자리에 걸린 사람은 그 느슨함을 정확한 장부로 바꿔놓습니다 받은 건 적지 않고 준 것만 적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아끼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빚으로 잡히니까요.
비밀 얘기가 제일 서늘합니다 남의 비밀을 옮기는 사람은 대체로 친한 얼굴로 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나한테 해주는 건 나를 믿는다는 표시처럼 느껴지는데 사실은 그 사람이 정보를 어디로 흘리는지 보여준 것에 가깝습니다. 그 길은 언제나 양쪽으로 나 있습니다.
기분이 곧 태도입니다. 주변 사람 전부가 오늘의 날씨를 살펴야 합니다.
이건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조직에 드는 비용이 제일 큽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 밑에서 일하면 사람들은 일을 하기 전에 관찰부터 합니다.
오늘 표정이 어떤지 어제 회의가 어떻게 끝났는지 지금 보고해도 되는지 이 관찰은 근무시간에 안 잡히고 성과에도 안 잡히는데 사람은 확실히 닳습니다.
일이 많아서 지치는 게 아닙니다 예측이 안 돼서 지칩니다. 업무 지시가 아무리 명확해도 상사의 기분이 매일 다르면 예측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위로 잘 올라가지 않습니다. 부장님이 기분이 안 좋으세요 는 인사팀에 접수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대부분 퇴사 면담에서야 처음 나옵니다.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요.
남을 깎아내려야 자기 키가 커진다고 믿습니다 칭찬을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결정타는 자기가 좋은 사람인 줄 압니다 열한 개를 다 하면서도.
마지막이 결정타인 이유는 앞의 열한 개를 고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못 보는 사람은 자기가 못 보고 있다는 것도 못 봅니다. 다른 사람 표정을 읽는 능력이 없으면 지금 상대 표정이 굳었다는 신호도 못 읽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체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솔직하고 뒤끝 없고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고요.
칭찬을 안 하는 것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남을 인정 안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기준을 자기 밖에 놓아본 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준이 늘 나면 남은 언제나 미달입니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과 못 받는 사람의 차이는 성격이 아닙니다. 자기를 볼 수 있는 창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다시 읽어봤습니다.
열두 개 중에 면접장에서 드러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면접은 이 열두 개를 가장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자리입니다. 상대는 평가자고 시간은 한 시간이고 질문은 대충 예상이 됩니다.
약자가 없으니 첫 번째 덩어리는 나올 자리가 없습니다. 지적하는 사람이 없으니 두 번째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고받을 시간이 없으니 세 번째도 없고 기분을 견딜 이유가 없으니 네 번째도 없습니다.
우리가 면접에서 보는 건 인성이 아닙니다 면접을 잘 보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면접을 잘 보는 일은 이 열두 개에 걸린 사람들이 대체로 더 잘합니다. 상대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데 익숙하니까요.
그래서 인성 면접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간의 상당 부분은 사실 면접관의 감을 확인하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감은 인성을 걸러내는 대신 다른 걸 걸러냅니다.
말투, 나이, 출신, 인상, 나랑 비슷한지 여부. 채용에서 편견이 들어오는 문은 대체로 이렇게 좋은 이름을 달고 열리는 듯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채용 단계에서 인성을 확실하게 걸러내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성검사로 된다는 말은 저는 믿지 않습니다. 연구 결과도 갈립니다.
대신 확률을 올리는 방법은 있습니다. 세 가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면접장 밖의 시간을 봅니다. 안내데스크에서의 응대, 대기실에서의 태도, 면접 끝나고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삼십 초, 지원자가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구간입니다.
첫 번째 덩어리가 나온다면 여기에서 나옵니다. 다만 개인의 눈썰미에 맡기면 안 됩니다. 뭘 볼지 미리 정하고 본 행동만 적고 해석은 나중에 붙여야 합니다.
평판 조회 질문을 바꿉니다. 어떤 분이셨나요 로는 아무것도 못 얻습니다. 사건을 물어야 합니다. 이 사람이 실수했을 때 어떻게 했는지, 같이 일하면서 힘들어한 동료가 있었는지, 어려운 피드백을 준 적이 있는지, 있었다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평가가 아니라 장면을 물어야 답이 나옵니다.
수습기간을 다시 관찰 기간으로 만듭니다. 수습은 업무 적응만 보는 시간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은데 이 열두 개가 처음 드러나는 구간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뭘 볼지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석 달이 그냥 갑니다. 다만 볼 항목은 행동으로 적어야 하고 기록으로 남아야 합니다. 인성이라는 단어가 근거 없이 평가서에 들어가는 순간 그건 인사관리가 아니라 분쟁의 시작이 됩니다.
마치며..
글을 쓰는 내내 걸리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열두 개를 읽으면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도 이 글을 읽으면 분명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릴 겁니다.
마지막 항목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목록은 언제나 남을 향해 읽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 하나만 남기고 마치겠습니다.
열두 개 중에 내가 걸리는 건 몇 번일까요?
그리고 그걸 저한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제 옆에 있을까요?
인성을 검증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보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 먼저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