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핸스드 게임에서 도핑까지 허용했는데, 왜 신기록은 딱 1개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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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핸스드 게임에서 도핑까지 허용했는데, 왜 신기록은 딱 1개뿐이었을까

조직은 왜 자꾸 '도파민'을 선택할까.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받는 사람, 조용히 버티는 사람 중 조직이 진짜 붙잡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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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ParkJul 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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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뻔히 보이는 술수와 꼼수로 잠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사가 출근하든 휴가를 가든 상관없이 동일한 페이스로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옆에 있는 제 눈에는 훤히 보이는 그 꼼수를 왜 위에 있는 상사는 보지 못하는 걸까, 정말 못 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 묵인하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종종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상사가 자리를 비우면 태도가 돌변하는 사람, 커피를 마시러 다니며 자리를 오래 비우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은 아니꼽지만 일러바칠 수도 없는 애매한 불편함으로 남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답답함에 뜻밖의 위안을 준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입니다.

In a move that could redefine (or completely derail) the future of elite  sports, the Enhanced Games are set to launch next May in Las Vegas,  offering athletes massive prize money for

도핑을 허용해도 넘지 못한 벽

인핸스드 게임은 "과학의 힘으로 인간의 한계를 돌파한다"는 명목 아래 스테로이드, 성장호르몬, 에리트로포이에틴 같은 금지약물 투여를 전면 허용한 세계 최초의 스포츠 대회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피터 틸 등 억만장자들이 후원자로 나섰고, 5,000만 달러를 들인 임시 경기장에서 육상·수영·역도 3개 종목에 전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포함한 42명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우승자에게는 25만 달러, 세계신기록 달성자에게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습니다.

결과는 주최 측의 호언장담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참가자 42명 중 90.5%가 테스토스테론을, 78.6%가 인간성장호르몬을 투여했지만, 실제로 기존 기록을 넘어선 선수는 그리스의 수영선수 크리스티안 골로메예프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2009년 이후 금지된 '기술 도핑' 전신 수영복까지 착용한 채 세운 기록이라 상징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우승자 중 여러 명이 약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선수였다는 점입니다. 약물 없이 남자 육상 100m에서 우승한 프레드 컬리는 경쟁자들을 향해 "훈련을 더 열심히 하거나 약을 좀 더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뼈있는 농담을 남겼다고 합니다. 세계수영연맹은 이 대회를 "지름길로 가득 찬 꼼수 서커스"라고 규정하며 모든 기록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평소의 성실함이 아닌 약물로 잠깐 끌어올린 힘은, 결국 꾸준히 쌓아온 진짜 실력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결과에서 묘한 위안을 받았습니다. 상사가 보는 앞에서만 반짝 열심인 사람, 순간의 인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훔치는 사람도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믿음이 굳건해졌습니다.

그런데 조직은 왜 자꾸 '도파민'을 선택할까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교훈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정말 괜찮은 사람을 뽑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어렵게 뽑아 회사의 모든 노하우와 기술을 가르친 3~5년차 인재들은 가장 숙련된 시점에 회사를 떠나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잘 키워놓은 인재를 붙잡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 즉 잠깐 도파민을 올려주는 보상을 택합니다. 특별 성과급, 일시적 인센티브, 파격적인 승진처럼 즉각적이고 강렬한 자극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인핸스드 게임의 약물과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도파민은 보상을 받을 때뿐 아니라 보상을 '기대'할 때도 분비되는데, 한 번 그 짜릿함을 맛본 사람은 다음번에는 더 강한 자극, 더 큰 보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마치 중독이 더 강한 약물을 끊임없이 찾게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잠깐의 도파민식 보상은 핵심인재를 붙잡는 데 있어 지속성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다음 자극에 대한 역치만 높여 놓습니다.

그렇다면 도파민이 아닌, 진짜 지속성을 만드는 인재유지 전략은 무엇일까요. 몇 가지 방향을 제안해 봅니다.

첫째, 보상이 아니라 '성장'을 설계해야 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핵심인재 유지에 가장 강력한 도구는 개발적 코칭(55%)과 유연근무제(45%)였고, 보상은 그 뒤를 따랐습니다. 인핸스드 게임의 약물처럼 즉각적인 보상은 짧은 순간의 만족만 만들어낼 뿐, 진짜 리텐션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반면 조직이 구성원의 역량 성장에 실제로 투자하고 있다는 신호는 이직 의도를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둘째, 커리어를 '사다리'가 아니라 '릴리패드'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수직 승진 경로는 이제 유효기간이 짧습니다. 구성원들은 연잎을 옮겨 다니는 개구리처럼 짧은 주기로 성장을 반복하는 커리어를 원합니다. 이때 조직이 할 일은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부분에 있어서는 조직의 목표와 연결되는 테두리 안에서 경력 설계의 주도권을 회사에서 '개인' 중심으로 과감히 넘겨보는 것입니다.

셋째, 스킬의 수명주기에 맞춘 지속적 스킬업 구조를 짜야 합니다. 단기적이고 일회성인 보상보다, 조직에 중요한 기술의 생애주기에 맞춰 꾸준히 이어지는 전략적 리스킬/업스킬 전략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는 구성원에게 "내 기술이 이 조직에서 장기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AX 시대에는 핵심인재에게 변화를 리드하는 중심 역할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리텐션 요인이 됩니다. 변화의 과정에 주도적으로 몰입한 사람은 중도에 그 과정을 포기하기가 스스로도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넷째, 결국 사람을 붙잡는 건 직속 상사입니다. 갤럽 Q12 연구에 따르면 팀 내 몰입도 편차의 최소 70% 이상이 리더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됩니다. 정기적으로 미팅을 갖는 팀원은 그렇지 않은 팀원보다 몰입할 확률이 2.5배 높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보상 시스템을 설계해도, 현장에서 구성원을 알아주고 배려하고 발전을 돕는 리더가 없다면 그 설계는 종이 위의 계획으로 남습니다.

다섯째, 몰입은 '순간'이 아니라 '지속'으로 측정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몰입은 현재 시점의 열정만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에너지까지 함께 갖춰졌을 때 완성됩니다. 이벤트성 행사 하나로 몰입도가 반짝 오르는 것과, 구성원이 실제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다섯 번째 원칙과 관련해, 최근 많은 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펄스 서베이(Pulse Survey)가 좋은 실행 사례가 됩니다. 연 1회 대규모 몰입도 조사만으로는 문제가 곪아 터진 뒤에야 발견하게 됩니다. 반면 펄스 서베이는 짧은 핵심 문항을 매일 또는 매주 물어 팀 단위 몰입 신호를 실시간으로 포착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실제 조직만족도 조사와 퇴직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조직만족도 문항 중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이직의향을 직접 묻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문항 점수와 실제 퇴직 여부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결과 매우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즉, 형식적으로 느껴지기 쉬운 만족도 설문의 "계속 다니고 싶습니까"라는 단순한 질문 하나가, 실제로는 그 사람이 조직을 떠날지를 가장 정확하게 예고하는 신호라는 뜻입니다. 연 1회의 '사후 부검'이 아니라, 이 신호를 상시로 짚어내는 것이야말로 도파민식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몰입 관리의 실질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인핸스드 게임으로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정리했지만, 사실 '나가는 사람이 왜 나가는지', '어떻게 붙잡아야 하는지'는 모든 조직이 가장 절실하게 풀고 싶어 하면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전략을 세워도 사람의 마음은 숫자 하나로 다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어려운 문제 앞에서, '사람'에 집중하기보다 '시스템'에 집중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결국 관리자 개개인의 감과 기억, 선의에 기대는 일입니다. 하지만 감과 기억은 편차가 크고, 놓치기 쉬우며, 리더가 바뀌면 함께 사라집니다. 반면 시스템에 집중한다는 것은 근태·몰입도·평가·보상 데이터가 흩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한 사람이 놓치는 신호를 구조가 대신 잡아내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실제로 체계적인 인재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은 이직률이 30% 이상 감소하고 직원 만족도가 평균 2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록하는 HR'에서 '예측하는 HR'로의 전환은, 결국 한 사람의 관찰력에 인재 유지를 맡기지 않고 조직 전체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구조를 갖추는 일입니다.

인핸스드 게임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약물이라는 지름길로도 꾸준함이 쌓아 올린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잠깐의 도파민식 보상으로는 핵심인재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진짜 붙잡는 힘은 성장에 대한 투자, 의미의 연결, 그리고 매일의 관계 속에서 조용히 쌓입니다. 결국 답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조용히 그러나 빠짐없이 신호를 잡아내는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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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Park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람의 성장을 설계해 온 HR 전문가입니다. 채용/육성/조직문화/코칭까지 HR의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고, 최근에는 HR Analytics와 조직/리더십 진단으로 성장의 방향을 더 정교하게 잡는 일을 합니다. 제도와 콘텐츠를 연결해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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