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에게 일을 맡겼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다시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믿고 맡겨보려고 합니다. 팀원도 성장해야 하고, 팀장 혼자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됩니다. 제대로 하고 있을까? 방향은 맞을까? 마감에 맞출 수 있을까? 결국 중간에 자료를 확인합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 다릅니다. 몇 가지 수정을 요청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마감은 다가오고, 결국 팀장이 직접 파일을 열어 고치기 시작합니다.
'역시 내가 하는 게 빠르지.'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팀장은 일을 맡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집니다. 하지만 정말 팀원이 일을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팀장이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팀원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데, 그 과정을 직접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불안한 걸까요?
윌리엄 온켄(William Oncken Jr.)과 도널드 워스(Donald L. Wass)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글에서 흥미로운 비유를 소개했습니다. 바로 '원숭이(Monkey)'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원숭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으로 취해야 할 행동과 그 책임을 의미합니다. 팀원이 팀장에게 찾아와 말합니다. “팀장님, 고객사에서 요구사항을 바꿨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팀장이 대답합니다. “내가 좀 생각해 보고 알려줄게요.”
별문제 없어 보이는 대화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팀원의 어깨에 있던 원숭이가 팀장의 어깨로 옮겨갑니다. 이제 다음 행동을 해야 하는 사람은 팀장이 되었습니다. 팀원은 팀장의 답을 기다리고, 팀장은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팀장은 점점 바빠지고 팀원들은 점점 기다리는 사람이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팀장이 처음부터 일을 가져오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책임까지 떠안게 된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팀원은 문제가 생기면 팀장을 찾아가고, 팀장은 해결 방법을 알려줍니다. 당장은 일이 빨리 처리됩니다. 하지만 같은 문제가 생기면 팀원은 다시 팀장을 찾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답을 기다리는 것이 더 익숙해진 것입니다. 그렇다고 팀원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위임이 아니라 방임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불안하다는 이유로 사사건건 확인하고 결정한다면 간섭이 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위임은 무엇이 다를까요? 저는 위임이란 단순히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기대하는 결과와 책임을 함께 합의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팀장과 팀원이 고객사 제안서를 준비한다고 해보겠습니다. 팀장은 “금요일까지 제안서를 준비해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팀원은 열심히 회사 소개와 서비스 내용을 정리합니다. 하지만 팀장이 기대했던 것은 고객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제안서였습니다. 서로 다른 결과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일을 줄이려면 위임할 때 네 가지를 합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완성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언제 함께 점검할 것인지입니다. “이번 제안서는 고객이 우리 솔루션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고객의 핵심 과제 세 가지와 해결 방안을 담아주세요. 구성은 김 대리가 판단하되 제안 범위가 달라지면 함께 논의합시다. 수요일에 전체 방향을 한번 확인하고 금요일에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팀장이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서 팀원도 똑같이 이해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이해했나요?”,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울 것 같은 부분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임은 팀장이 설명을 끝냈을 때가 아니라, 서로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이렇게 합의하면 팀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일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팀장은 모든 과정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간 점검도 갑작스러운 간섭이 아니라 함께 약속한 시간이 됩니다. 점검은 팀원을 감시하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기대가 어긋나기 전에 조정하는 시간입니다. 물론 이렇게 합의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고, 팀원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코칭입니다.
코칭을 하다 보면 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상대방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미 답을 알고 있어도 바로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팀원이 문제를 가져왔을 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어떤 방법을 생각해 봤나요?”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까요?”
처음에는 이런 대화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직접 답을 알려주는 것이 빠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팀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경험이 쌓이면 다음번에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납니다. 팀장이 답을 주면 당장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만 팀원이 스스로 답을 찾으면 다음 문제를 해결할 힘이 생깁니다.
원숭이를 팀원의 어깨에 남겨둔다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라는 뜻이 아닙니다. 팀원이 자신의 원숭이를 돌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위임이 어려운 이유는 팀장에게 여전히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안해지고 자꾸 확인하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직접 챙기기 시작하면 팀장은 더 바빠지고, 팀원은 성장할 기회를 잃습니다. 팀장은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팀원은 팀장의 결정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팀장이 해야 할 일은 불안해서 자꾸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지 않도록 위임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좋은 위임은 팀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팀원이 스스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과 기준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려움이 생겼을 때 대신 해결하기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결국 팀장의 성과는 혼자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지가 아니라, 팀원들이 얼마나 스스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에 팀원에게 일을 맡길 때, 그리고 지금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현재 내 어깨 위에는 누구의 원숭이가 올라와 있을까요?

Management Time: Who's Got the Monkey? - Oncken, W., Jr., & Wass, D. L.
1. The "monkey" represents the next action and responsibility needed to solve a problem.
'원숭이'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으로 취해야 할 행동과 그 책임을 의미한다.
2. Managers often take on employees' problems without realizing it, increasing their own workload.
팀장은 자신도 모르게 팀원의 문제를 떠안으며 스스로 업무 부담을 늘리곤 한다.
3. Effective delegation means keeping ownership of the next action with the employee.
효과적인 위임은 문제 해결의 다음 행동과 주도권을 팀원에게 남겨두는 것이다.
4. Managers should clarify decision-making authority and agree on when to review progress.
팀장은 팀원의 의사결정 권한을 명확히 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할 시점을 합의해야 한다.
5. Great leaders develop employees' initiative while providing guidance and support.
좋은 리더는 팀원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기보다 적절한 지원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준다.
#팀코칭은어치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