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할수록 더 바빠지는 이유

일을 잘할수록 더 바빠지는 이유

신뢰라는 이름으로 좋은 인재를 지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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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박민정Oct 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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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특정 직원들에게 일이 몰릴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이름이 떠오르고,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이 사람이 맡으면 안심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직원들입니다. 업무를 빠르게 이해하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냅니다.

회사와 리더에게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고마운 인재입니다. 직원도 처음에는 새로운 업무를 맡는 것을 자신에 대한 신뢰와 인정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같은 사람을 찾고, 기존 업무를 조정하지 않은 채 새로운 역할을 계속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성장의 기회였던 일이 어느 순간 반복되는 부담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칠 수 있습니다.

“왜 새로운 일은 항상 나에게 오는 걸까?”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계속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문제는 일을 잘하는 직원의 소진이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업무가 많아도 일정을 맞추고,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니 조직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 쉽죠.

하지만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과 직원이 지속 가능한 상태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신뢰가 부담으로 바뀌는 순간

A직원은 업무 이해도가 높고 여러 부서와의 협업도 원활했습니다. 일정이 지연되던 프로젝트를 맡아 관계자들을 조율했고, 예상보다 빠르게 프로젝트를 안정시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리더는 다시 A직원을 떠올렸습니다.

“지난번 프로젝트도 잘했으니 이번에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A직원도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업무를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업무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조직 상황에 따라 다르며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프로젝트를 이끌 책임은 주어졌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리더의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업무 범위는 넓어졌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A직원은 일정에 맞춰 계속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러 업무를 잘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업무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줄어들었고, 회의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일도 적어졌습니다. 이전에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던 문제에도 필요한 수준까지만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문제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긴 것 자체가 아닌데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면서 기존 업무의 조정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고, 책임에 필요한 권한과 지원도 함께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조직은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했지만, 직원에게는 기존 업무에 또 하나의 책임이 추가된 경험이었을 수 있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업무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결과에 대한 신뢰일 것입니다.

성과가 검증된 직원은 업무의 배경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빠르게 이해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스스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요. 일정이 촉박하거나 실패 가능성을 줄여야 할수록 리더는 가장 안정적인 사람을 선택하게 됩니다. 직원의 책임감도 영향을 줍니다. 성과가 좋은 직원일수록 조직의 기대를 잘 알고, 어려운 업무도 쉽게 거절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직원의 책임감을 업무를 더 맡을 여유가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순간, 신뢰는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것은 우연이라기보다 조직이 단기적인 효율성과 안정성을 반복해서 선택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일을 더 많이 맡기는 것과 더 큰 역할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다릅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끌거나 다른 부서와 협업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추가 업무가 성장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데요.

프로젝트의 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만 있고 주요 의사결정은 모두 상위 리더가 한다면 충분한 리더십 경험을 쌓기 어려울 수 있고, 기존 업무가 그대로 유지되고 필요한 지원까지 생략된다면 역할 확대보다 업무 부담의 증가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조직과 팀 상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반대로 새로운 책임과 함께 적절한 권한이 주어지고, 새로운 이해관계자와 협업하며, 진행 과정에서 코칭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같은 업무라도 의미 있는 성장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맡길 때는 무엇을 더 할지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역량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함께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 직원들에게 일이 몰릴 때 생기는 리스크

일이 특정 직원에게 집중될 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는 소진입니다.

번아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데요. 일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새로운 업무에 대한 기대보다 부담이 먼저 들거나, 좋은 결과를 만들고도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추가적인 역할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업무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면 조직은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영향은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데요.

중요한 업무를 늘 같은 직원에게 맡기면 다른 구성원은 새로운 경험을 쌓기 어렵고,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회를 주지 않지만, 기회를 받지 못한 직원은 필요한 경험을 계속 쌓지 못하게 되겠죠.

결국 경험이 부족해서 기회를 주지 않고, 기회를 받지 못해서 계속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지식과 업무 관계, 의사결정의 맥락도 특정 직원에게 집중될 수 있습니다. 업무 절차는 문서로 남길 수 있지만, 예외 상황에서 누구와 먼저 소통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까지 모두 문서화하기는 어렵습니다.

해당 직원이 휴가나 장기 부재로 자리를 비우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의존 구조가 드러나는데요. 직원이 조직을 떠날 경우 그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집중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핵심인재의 소진, 다른 구성원의 성장 정체, 특정직원에 대한 조직의 의존을 동시에 키울 수 있습니다.

좋은 인재가 오래 기여할 수 있으려면

그렇다고 중요한 업무를 잘하는 직원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더 큰 과제와 새로운 역할은 좋은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업무를 맡길 때는 “이 업무를 할 수 있는가?”만 묻기보다 몇 가지를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먼저 새로운 업무가 직원에게 의미 있는 성장 경험인지, 익숙한 일의 반복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경험할 수 있는지, 직원이 개발하고 싶은 역량과 연결되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기존 업무 중 무엇을 내려놓을지도 함께 이야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직원 스스로 업무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결국 회사나 팀장보다 직원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물론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불필요한 업무는 중단하고, 반복 업무는 간소화하거나 AI로 자동화하며, 다른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눌 수 있겠죠. 기존 업무는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역할만 계속 추가한다면,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결국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책임과 권한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프로젝트를 맡겼다면 직원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와 리더의 승인이 필요한 영역을 명확히 하는 편이 좋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시 경험이 많은 직원이 전체 방향을 이끌고, 다른 구성원이 분석이나 커뮤니케이션, 일부 회의를 담당하면 프로젝트 리더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팀의 경험도 넓어집니다.

다만 경험이 많은 직원에게 동료 육성까지 맡긴다면, 그 역할을 기존 업무 위에 또 하나의 책임으로 더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을 지원하고 경험을 전수하는 데에도 시간과 에너지가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을 잘하는 직원에게도 지원과 피드백은 필요합니다.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기대가 방치로 전달되지 않도록,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과 우선순위를 함께 점검하는 대화가 중요할 것입니다.

직원도 자신의 에너지를 스스로 살펴주세요

채용 과정에서 후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진이 누적되었거나 결국 번아웃으로 퇴사를 선택한 사례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회사를 떠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경우가 많았는데요. 바쁜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현재의 업무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돌아볼 시기를 놓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소진의 책임을 직원 개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조직과 리더가 업무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동시에 직원도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면 자신의 에너지와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보다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새로운 업무에 대한 기대감과 성취감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 몇 가지 반추해보며 지금의 업무 방식을 한번 점검해 보아야 할 타이밍일 수도 있겠죠.

  • 이 업무는 기존 업무보다 우선순위가 높은가?

  •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면 어떤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가?

  •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진행 과정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새로운 경험을 실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대화가 중요할 것입니다. 리더 역시 직원이 업무량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을 책임감 부족으로 보기보다, 업무의 우선순위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조정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신뢰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일을 잘하는 직원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신뢰가 계속 더 많은 업무로만 표현된다면, 직원은 인정받는다는 느낌보다 자신의 책임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업무가 아니라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그 경험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직과 리더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때 기존 업무, 권한, 지원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원도 자신의 에너지와 소진 가능성을 살피고, 지금의 업무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느낄 때 조정과 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가장 많은 일을 견뎌야 하는 조직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더 크게 성장하면서도 오래 건강하게 기여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좋은 인재에 대한 신뢰는 일을 계속 더 얹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과 지속 가능한 업무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민정
박민정
직원과 조직의 성공을 돕는 성장 파트너
글로벌 기업에서 채용, 조직문화, 성과관리, 조직개발, 글로벌 프로젝트, 변화관리, HR 셋업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직원과 조직의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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