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우리를 움직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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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우리를 움직이는 것

거대한 미션이 아니라 옆 사람의 하루를 지켜주는 아주 구체적인 목적. 이것이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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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ParkMay 25, 2026
1905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진짜 이유

20년 넘게 같은 회사에서 일해온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제는 단순했습니다.

“일터에서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그런데 흥미롭게도, 서로 다른 팀과 역할을 가진 분들에게서 비슷한 문장이 반복되었습니다.

“내가 안 하면, 결국 누군가가 그 피해를 떠안잖아요.
그게 싫어서 열심히 하게 됩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멈칫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이런 마음을 ‘책임감’이라고 부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분들이 이 마음을 ‘책임감’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책임감이라기엔 너무 조용하고, 관계적이며, 너무 ‘남’ 쪽을 바라봅니다. 그렇다면 이 동기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답을 찾던 중,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설명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한국인의 심리적 특징을 개인주의도, 단순한 집단주의도 아닌 ‘관계주의’라고 설명합니다.

한국인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그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라는 동기는 단순한 배려가 아닙니다.

그것은 관계 안에서 균형을 깨지 않으려는 심리, 그 관계 안에서의 ‘나’를 지키려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행동합니다.

조용히 일하고, 불편함을 말하지 않으며, 내가 조금 참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 동기는 분명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하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좋은 사람일수록 더 빨리 지치는 이유

일터는 본질적으로 서로 연결된 시스템입니다.

누군가의 지연은 다른 누군가의 야근이 되고, 누군가의 누락은 다른 누군가의 재작업이 됩니다.

이런 구조 안에서 “내가 안 하면 남이 고생한다”는 감각은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현실 인식입니다.

그래서 이 동기는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여기에 세 가지가 더해집니다.

  •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보이는 순간

  •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관계적 욕구

  • 손실을 피하려는 심리 (예방 초점)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사람은 스스로를 압박하면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 동기는 열심히 만드는 힘은 있지만 지속시키는 힘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쌓이고, 참아낸 선택은 반복되며, 어느 순간 조용하게 무너집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가장 성실한 사람이 가장 조용히 지치는 장면을.

우리는 오랫동안 다양한 동기 이론을 배워왔습니다.

메슬로우의 욕구 단계,
허츠버그의 동기 요인과 위생 요인.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돈만으로는 안 됩니다.”
“조건은 괜찮은데, 왜 이렇게 허무할까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람은 숫자보다 의미와 관계 속에서 더 오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라는 동기는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거대한 미션이 아니라 옆 사람의 하루를 지켜주는 아주 구체적인 목적.

이것이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HR과 리더가 놓치고 있는 것

문제는 많은 조직이 이 동기를 ‘잘 활용’하기보다 ‘당연하게 소비’한다는 점입니다.

성실한 사람에게 일이 더 몰리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더 버티게 됩니다.

그 결과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지칩니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동기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더 오래 가게 만들 것인가.

정답은 분명합니다.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라는 동기는 차갑게 말하면 조직이 개인의 도덕성에 기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따뜻하게 말하면 아직 우리가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HR과 리더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이 소중한 동기가 죄책감과 소진으로 꺼지지 않도록,

연결된 책임을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옮겨 심는 것.

그렇게 할 때 사람은 ‘열심히’가 아니라 ‘오래’ 일할 수 있습니다.

이 동기를 ‘소진’이 아니라 ‘지속성’으로 바꾸는 법

방향은 명확합니다.

관계적으로 연결된 책임을 개인의 양심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옮겨야 합니다.

  •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이게 만들 것’

  • 특정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할 것

  • “네가 해야 한다”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한다”로 바꿀 것

  • 감사와 인정은 감정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 되도록 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자신의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보게 해야 합니다.

사람은 목표보다 영향에서 더 오래 움직입니다.


rk
Grace Park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람의 성장을 설계해 온 HR 전문가입니다. 채용/육성/조직문화/코칭까지 HR의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고, 최근에는 HR Analytics와 조직/리더십 진단으로 성장의 방향을 더 정교하게 잡는 일을 합니다. 제도와 콘텐츠를 연결해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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