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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의 솔직한 고백 - Business Trip 편

임원의 솔직한 고백 - Business Trip 편

미국 지사로 한 달간 출장을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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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SunnyNov 12, 2025
2815

공항 라운지에서 이 글을 씁니다. 10월에는 유럽에 2주간 출장을 다녀왔고, 이번에는 미국 지사로 한 달간 출장을 떠납니다.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할 때마다 "임원은 자주 출장 다니네"라는 시선을 느낍니다. 하지만 임원의 출장은 부담면에서 많이 다릅니다.

인사담당 임원의 출장, 왜 다를까?

보통 인사담당 임원이라면 해외출장은 조직 이슈나 인사 문제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사 갈등, 현지 채용, 조직 개편 같은 일들 말이죠. 이번 유럽 출장은 달랐습니다.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사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왜일까요? 중소기업 임원의 역할은 대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사만'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업을 이해하고, 현장을 알고, 그 속에서 사람을 읽어야 합니다. 유럽에서 만난 바이어들의 표정, 현지 직원들의 업무 방식, 경쟁사들의 움직임. 이 모든 것이 결국 우리가 어떤 인재를 채용하고, 어떤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됩니다.

출장 준비, 디테일이 성패를 가릅니다

출장 준비는 항공권 예매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 경우 출장 한 달 전부터 준비가 시작됩니다.

1단계: 목적의 명확화 (D-30)

이번 출장에서 무엇을 얻어올 것인가? 저는 A4 한 장에 정리합니다. 미국 지사 출장의 경우, ① 현지 조직의 리더십 파이프라인 점검 ② 본사-지사 간 소통 구조 개선 방안 ③ 미국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인력 수급 계획. 이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2단계: 사전 정보 수집 (D-20)

현지 직원들과 사전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화상회의로 3-4명씩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요즘 가장 힘든 점이 뭔가요?" "본사에 바라는 것은?" 이런 질문들이 출장 현장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방향을 잡아줍니다.

3단계: 현지 일정 큐레이팅 (D-10)

회의실에만 앉아있는 출장은 실패합니다. 저는 최소 30% 이상을 '현장 투어'로 채웁니다. 창고, 대리점, 고객사 방문, 사무실까지.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 쉬는 모습을 보면 조직의 진짜 문제가 보입니다.

현장에서의 참여, 관찰자가 아닌 플레이어로

임원의 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저는 출장 중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킵니다:

7:3의 법칙: 듣기 70%, 말하기 30%

비공식 미팅 필수: 공식 회의 외에 커피 타임, 식사 자리를 최소 하루 2회 이상

현장 메모의 습관화: 스마트폰 메모앱에 실시간으로 기록. "2층 복도에서 만난 마케팅 팀 Sarah, 신입사원 온보딩 프로그램 부재 언급"

즉각 피드백 금지: 현장에서 들은 문제를 바로 해결하려 들지 않습니다. 전체 그림을 본 후 판단합니다.

주의할 점: 임원 출장의 함정들

출장을 다니면서 저도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후배 임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주의사항들입니다.

함정 1: 본사 관점의 고집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 현지 직원들의 마음이 닫힙니다. 각 시장의 문화와 특성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함정 2: 서류상의 진실만 믿기

보고서는 좋은데 현장 분위기가 이상하다면? 보고서가 틀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껴야 합니다.

함정 3: 단기 성과에 집착

한 달 출장 가서 모든 것을 바꾸려 하면 실패합니다. 씨앗을 뿌리는 출장, 물을 주는 출장, 수확하는 출장이 따로 있습니다.

출장 후 연계성,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공항에 도착하면 출장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짜 일은 이제부터입니다.

복귀 후 첫 주 (D+1~7)

출장 보고서 작성 (하지만 형식적인 보고서가 아닙니다. 액션 아이템 중심으로)

관련 부서와 출장 인사이트 공유 세션

현지와의 후속 미팅 일정 잡기

한 달 후 (D+30)

출장에서 약속한 것들의 실행 여부 체크

현지 직원들에게 진행 상황 피드백

필요시 화상회의로 추가 논의

분기 말 (D+90)

출장의 성과 측정: 목표 대비 달성도는?

다음 출장의 필요성 검토

중소기업 임원 출장의 차별화된 강점

대기업 임원들은 전문화된 역할로 출장을 갑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임원인 우리는 다릅니다. 이것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입니다.

강점 1: 통합적 시각

인사, 사업, 재무, 전략을 동시에 봅니다. 현지 법인의 매출 부진이 인력 문제 때문인지, 시장 문제 때문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강점 2: 빠른 의사결정

본사 보고, 승인, 재승인의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현장에서 결정하고, 돌아와서 실행합니다.

강점 3: 진정성 있는 소통

대기업 임원은 수십 명의 수행원과 함께 옵니다. 우리는 혼자 또는 소수 인원으로 갑니다. 현지 직원들이 마음을 열기 쉽습니다.

강점 4: 지속적인 관계

일회성 방문이 아닙니다. 같은 곳을 반복해서 방문하며 관계를 쌓습니다. 이번이 미국 지사 세 번째 방문입니다. 직원들이 제 이름을 기억합니다.

마치며: 출장은 투자다

중소기업 임원의 출장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항공권, 숙박비, 한 달간의 시간. 숫자로만 보면 큰 비용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얻는 인사이트, 직원들과 쌓는 신뢰, 비즈니스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 이것들은 회의실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여러분 회사의 임원이 해외출장을 간다면, 단순히 "또 출장 가네"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올까?"를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임원 여러분, 출장에서 무엇을 얻어올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미국에서 한 달 후, 또 다른 솔직한 고백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뉴욕행 비행기 탑승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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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Sunny
비즈니스와 사람을 함께 성장 시키는 프로일잘러
고주파 의료기기 회사의 CHRO이고 50대 임원으로서, 변화와 실행의 힘을 믿고,조직의 성공과 사람의 성장을 연결하는 일을 25년 넘게 해온 HR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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