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과 조직의 성장이 만날 때

'자기다움'과 조직의 성장이 만날 때

Book Review - 『자기다움 리더십』 (박정열, 박선웅 공저)
조직문화코칭리더십전체
종민
전종민Jun 18, 2026
2964

시중에는 리더십 개발을 다룬 책이 넘쳐난다. 대부분 비슷한 말을 반복한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라, 더 자주 소통하라, 공감하라, 동기를 부여하라, 변화를 이끌어라... 다 맞는 말이지만 읽고 나면 어딘가 허전할 때가 많다. 리더십의 본질을 묻기보다, 이미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몇 가지 스킬을 보완하라고 권하는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연세대 철학과 동문인 박정열, 박선웅이 함께 쓴 『자기다움 리더십』은 그런 점에서 결이 조금 다르다. 조직경영 전문가와 심리학자가 함께 쓴 책답게, 이 책은 리더십을 단지 몇 가지 행동 요령이나 관계 기술로 다루지 않는다. 저자들은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조직의 활력과 구성원의 역동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리더십을 혁신하려면 소프트 스킬 몇 가지를 다듬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리더십을 바라보는 본질적인 관점과 사람에 대한 철학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리더십을 혁신하려면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묻는 본질적인 관점,
사람을 대하는 근본 철학,
구성원의 역동성과 조직의 활력을 바라보는 시각을 먼저 혁신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리더십 관련 소프트 스킬을 개선하는데만 머물러 있다.

많은 조직이 리더십 교육 장면에서 피드백 스킬, 코칭 대화법, 회의 운영법 같은 것들을 가르친다. 물론 다 필요하고 도움되는 스킬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는, 리더가 구성원을 어떤 존재로 보는가이다. 사람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가, 아니면 가능성과 의미를 지닌 존재로 보는가. 조직을 성과를 짜내는 장치로 보는가, 아니면 서로 다른 삶이 연결되어 더 큰 의미를 만드는 공간으로 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뀌지 않으면, 얄팍한 리더십 기술은 금세 밑천을 드러낸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리더의 역할을 “구성원을 빛나게 하는 사람”으로 본다는 점이다. 리더는 혼자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빛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와 함께 구성원 각자의 삶과 서사가 조직의 목적과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도록 돕는 사람이다. 조직의 이야기가 개인의 이야기를 집어삼키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이야기가 조직과 무관하게 흩어지는 것도 아니다. 날줄과 씨줄처럼 서로 얽히며 더 큰 무늬를 만들어내는 것.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리더십의 핵심 과제로 본다.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을 어떻게 빛나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구성원의 이야기와 조직의 이야기가 날줄과 씨줄처럼 엮여
거대한 융단을 직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SK그룹이 오랫동안 이야기해 온 행복의 선순환 구조를 떠올렸다. 구성원의 행복이 우선이고, 그것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두뇌활용으로 이어지며, 결국 SUPEX 수준의 성과를 낳는다는 관점 말이다. 『자기다움 리더십』은 SK가 강조하고 있는 행복철학을 외부의 시각과 언어로 풀어낸 듯한 느낌을 준다. 구성원 개개인의 정체성과 조직의 정체성 사이에 교집합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행복을 증진하고, 자발성과 창의성을 폭발시키는 길이라는 대목은 특히 그랬다. 개인의 정체성과 조직의 정체성이 공명할 때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은, 사람을 성과의 수단이 아니라 성장과 의미의 주체로 보는 관점 위에 서 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기다움’을 지나치게 추상적인 말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자기다움을 만드는 세 가지 요소로 "흥미, 강점, 지향점"을 제시한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추구하는 것을 중심으로 자기 자신을 명확히 인식하는 사람들이 혁신가라는 의미다. 우리는 종종 자기다움을 “나답게 사는 것” 정도로 감성적으로 소비하지만, 이 책은 그것을 보다 분명한 구조로 보여준다. 호기심의 영역이 일의 실마리가 되고, 잘하는 것으로 성과를 내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신념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때, 사람은 비로소 열정과 몰입을 경험한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일은 단순한 생계 유지 수단을 넘어
세상과 의미있게 연결되는 합목적적 존재감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이다.
구성원은 기업에 고용된 처지이지만, 고용주의 손발이 아니라
고용주와 '의미있는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이고 싶다.

이 책은 일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많은 조직이 여전히 사람을 언제든지 넣고 뺄 수 있는 자원으로 취급하지만, 이 책은 사람을 자기 서사를 가진 존재로 본다. 그리고 리더의 역할은 그 서사가 조직의 목적과 만나 더 큰 성장의 이야기가 되도록 돕는 데 있다고 말한다.


『자기다움 리더십』은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당신도 할 수 있다”를 남발하는 책이 아니다. 리더에게 스킬을 덧붙이라고 하기보다, 사람과 조직을 바라보는 눈부터 바꾸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찬찬히 읽고 나면 리더십을 성과를 관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자기다움과 조직의 목적을 연결하는 철학으로 다시 보게 된다. 구성원 각자가 더 자기답게 빛나면서도 함께 더 큰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하는 리더의 모습을 꿈꾸게 한다.


종민
전종민
SK에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연구해왔던 전종민입니다
대체로 진부한 세상에서 아주 가끔 놀라워지는 삶을 추구합니다. SK 그룹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조직문화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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