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도, DX도 빠진 채 AX만 외치는 조직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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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도, DX도 빠진 채 AX만 외치는 조직의 착각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최신 툴을 가장 먼저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조직의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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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
Grace ParkJun 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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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 개발자 동료에게 Claude Code를 배우며 AI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엑셀은 제게 가장 익숙하고 강력한 분석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시트가 많아지고 파일 수가 늘어날수록, 그리고 데이터 형식이 엑셀 바깥으로 확장될수록 분석은 점점 더 사람의 수고와 인내에 기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휴먼 에러는 피할 수 없는 리스크였습니다. 파일을 열고, 붙여넣고, 정리하고, 다시 해석하는 과정은 늘 반복적이면서도 많은 시간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AI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작업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엑셀 파일 몇 개를 읽고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이미지, PDF, PPT까지 함께 읽고, 그 사이의 연결을 찾아내고, 패턴을 분석하며 상관관계를 짚어내고, 위험요인을 예측하며 인사이트까지 빠르게 정리해냅니다. 데이터 분석을 오래 해온 사람일수록 이 변화가 얼마나 큰지 더 선명하게 체감할 것입니다. 저 역시 ‘이제 정말 다른 시대가 시작되고 있구나’ 하는 감각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그 놀라움은 곧 다른 깨달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데이터를 잘 분석하는 것과, 그 결과를 잘 해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AI는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보기 좋게 정리하고, 꽤 그럴듯한 논리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결과는 ‘누가 봐도 맞는 말’ 수준에서 멈춥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이 숫자가 지금 우리 조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왜 이 문제가 지금 드러나는지, 어떤 이해관계와 맥락 속에서 봐야 하는지를 읽어내는 일입니다.

결국 AI는 분석의 속도와 범위를 압도적으로 넓혀주지만, 맥락을 읽는 판단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합니다. 그 판단을 위해서는 회사의 상황을 알아야 하고, 사람들의 관계를 알아야 하며, 경영과 현장의 흐름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AI 시대에 사람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직접 정리하는 수고는 줄어들 수 있지만, 그 결과를 조직의 언어로 번역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저는 한 가지를 더 분명히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손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시스템 안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읽고 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능력이라는 점입니다. 엑셀 파일을 열고 복사해 붙이는 방식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연결하고, 목적에 맞게 가공하고, 그 결과가 다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분석의 다음 단계는 ‘더 열심히 하는 분석’이 아니라 ‘분석이 반복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자동화’입니다.

물론 이것을 구현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개발자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업이 빠져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자동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업이 먼저 문제를 정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무엇이 비효율인지, 어떤 판단이 반복되고 있는지, 어디에서 병목이 생기는지, 어떤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현업이기 때문입니다. 현업이 큰 그림과 프로세스를 그릴 수 있을 때, 개발자는 훨씬 더 정확하게 목적에 맞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의 출발점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는 사람의 언어에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의 현장은 생각보다 이 단계에 와 있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조직은 AI를 빠르게 업무에 연결하고 있지만, 어떤 조직은 여전히 데이터를 사람이 손으로 작성합니다. 보안 이슈는 정리되지 않았고, 거버넌스는 모호하며, 업무 프로세스조차 표준화되지 않은 곳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조직에서는 AI 이전에 자동화가 먼저이고, 자동화 이전에 DX와 DT가 더 시급합니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고 업무 흐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AI를 도입해도 그것이 현장에 깊이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현장은 아직 자동화와 DX의 기초도 충분히 갖추지 못했는데, 위에서는 너무 쉽게 AX를 외친다는 점입니다. AI를 도입하면 곧 혁신이 시작될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 일하는 구조, 협업의 리듬, 의사결정의 흐름이 그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태에서 AX는 쉽게 ‘기술을 도입했다’는 선언에 머무르게 됩니다. 도구는 들어왔지만 일은 바뀌지 않고, 데모는 화려하지만 실행은 이어지지 않으며, 조직은 AI를 말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느립니다.

저는 그래서 많은 조직이 AX를 하나의 툴 도입 프로젝트로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짜 AX는 툴 몇 개를 붙인다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조직의 목표와 인력 구조, 업무 프로세스, 데이터 흐름, 제품과 서비스의 방향이 함께 정렬될 때 비로소 실행력을 갖습니다. 이 정렬 없이 각 부서가 “우리도 AI를 이렇게 쓰고 있다”고 경쟁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면, 혁신은 협업이 아니라 과시가 되고 맙니다. 서로 다른 시도가 연결되지 못한 채 흩어지고, 성과는 개인 사례로만 남으며, 조직 차원의 변화로 축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AI 도입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인 “어떤 툴을 쓰면 되나요?”라는 말이 저는 때로 가장 본질을 비껴간 질문처럼 들립니다. 물론 툴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툴은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다른 질문입니다. 우리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는 왜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가. 무엇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덜 힘들게 만들고 싶은가. 이 질문이 선명해질 때 비로소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문제 없이 툴부터 찾으면 유행을 좇게 되지만,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면 기술은 해법이 됩니다.

결국 AI는 단순히 좋은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조직의 수준과 준비도를 드러내는 거울에 가깝습니다. 문제를 선명하게 정의하지 못하는 조직에서는 AI도 피상적으로 쓰입니다. 협업 구조가 없는 조직에서는 AI 성과가 확산되지 못합니다. 자동화와 DX의 기반이 없는 조직에서는 AI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문제를 정확히 보고, 현업과 기술이 함께 설계하고, 실행 구조까지 연결한 조직에서는 AI가 강력한 변화의 수단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슨 AI를 쓸까”가 아니라 “우리의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보다 먼저 문제를 들여다보고, 자동화와 DX의 기초를 다지고, 실행 구조를 정렬하는 조직만이 AX를 진짜 변화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도, DX도 빠진 채 AX만 외치는 조직은 혁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혁신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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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Park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람의 성장을 설계해 온 HR 전문가입니다. 채용/육성/조직문화/코칭까지 HR의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고, 최근에는 HR Analytics와 조직/리더십 진단으로 성장의 방향을 더 정교하게 잡는 일을 합니다. 제도와 콘텐츠를 연결해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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