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는 힘, 리더의 정서지능 (Emotional Intelligence)

잠시 멈추는 힘, 리더의 정서지능 (Emotional Intelligence)

감정을 이해하고 더 나은 반응을 선택하는 리더십의 일상 연습
조직문화HRBP코칭리더십전체
민정
박민정Oct 25, 2026
2828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반응이 우리의 성장과 자유를 결정한다.”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lies a space. In that space lie our freedom and power to choose a response. In our response lies our growth and our happiness.

— Victor Franckl 빅터 프랭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는 이 문구는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Viktor E. Frankl)의 사상을 대표하는 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문구는 외부에서 자극이 주어졌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공간’에서 자신의 반응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과 자유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이 문장에서 말하는 ‘공간’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의미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불안해지거나 화가 날 때 잠시 멈춰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그 짧은 멈춤 속에서 우리는 감정에 이끌려 익숙하게 자동으로 반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서지능은 바로 이 공간을 활용하는 힘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이해하며, 나와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나는 왜 조급해졌을까?”, “이 대화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감정을 더 나은 판단을 위한 정보로 바꾸어 줍니다.

리더의 하루에는 이런 선택의 순간이 반복됩니다. 예상치 못한 보고를 받았을 때,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팀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때, 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을 때, 협업이 어려울 때. 곧바로 반응할지, 잠시 멈추고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하는 일이 팀의 분위기와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왜 지금, 정서지능(EQ)인가

AI가 정보 처리와 분석을 맡으며 빠르게 발전할수록,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며 신뢰를 쌓는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에 따르면, 기업들은 근로자의 핵심 역량 중 39%가 2030년까지 달라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기업들이 꼽은 2025년 5대 핵심 역량 가운데 인간 중심의 역량인 회복탄력성, 유연성, 민첩성, 리더십, 사회적 영향력, 동기, 자기인식은 정서지능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당시 GPT-4를 기준으로 2,800개가 넘는 세부 역량을 평가한 결과, 생성형 AI의 대체 가능성이 ‘매우 높음’으로 분류된 역량은 없었습니다. 공감과 적극적 경청은 대체 가능성이 없는 영역으로 평가됐습니다. 당시 모델과 평가 기준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사람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주목할 이유를 보여줍니다. 한편 Six Seconds의 자체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EQ 점수가 2019년 이후 5.5% 감소했다고 합니다. 정서지능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이를 일상에서 기르기 위한 노력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은 전염된다

리더에게 정서지능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감정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리더가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구성원들은 말투와 표정, 작은 반응을 읽습니다. 무심코 내쉰 한숨이나 짧고 날카로운 대답도 “지금은 질문하면 안 되겠다”거나 “내가 무언가 잘못했나 보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특히 리더는 업무의 방향을 정하고 구성원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의 감정 표현은 구성원들이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단서가 됩니다. 조급함이 묻어나는 반응은 문제를 솔직하게 꺼내기 어렵게 만들 수 있고, 차분하게 묻고 듣는 태도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할 여지를 열어 주기도 합니다.

잠깐 멈춤으로써 자신의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알아차리고, 상황과 목적에 맞게 반응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어려운 대화를 앞두고 스스로에게 던져 볼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대화에 어떤 감정의 온도를 가져가고 있는가?”

리더에게 정서지능이 필요한 세 가지 이유

오늘날 리더의 역할은 쉽지 않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팀이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역량을 기르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데요. 그중 심리적 안전감, 경력 개발, 투명한 리더십은 정서지능이 이러한 역할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보여주는 세 가지 영역입니다.

1. 심리적 안전감: 문제를 드러내고 함께 배우는 팀 만들기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는 리더 혼자 모든 답을 알기 어렵습니다. 현장의 문제와 서로 다른 의견이 드러나야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팀원들이 질문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이견을 말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은 팀의 학습과 문제 해결을 위한 토대입니다.

이 토대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리더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쌓이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합니다. 당혹감이나 조급함이 날카로운 말투로 전달되면 팀원은 다음번에 문제를 꺼내기를 주저할 수 있습니다. 정서지능은 자신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질문을 선택하도록 돕습니다. 압박 속에서도 묻고 들을 수 있는 힘이 팀의 배움을 이어줍니다.

2. 경력 개발: 변화에 맞춰 팀의 성장을 이끌기

직무와 업무 방식이 바뀌면서 리더는 당장의 성과를 관리하는 동시에 팀이 앞으로 갖춰야 할 역량도 준비해야 하는데요. 이때 새로운 과제나 역할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구성원마다 강점과 관심이 다르고, 변화 앞에서 느끼는 기대와 부담도 성장 속도와 역량도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서지능은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적절한 도전과 지원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리더 자신의 성과 압박이 조급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고, 구성원이 어떤 일에서 동기를 얻으며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듣는 것입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피드백과 학습 기회, 경력 경로를 마련할 때 개인의 성장을 팀에 필요한 역량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투명한 리더십: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신뢰 지키기

리더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하며, 때로는 이미 정한 방향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이럴수록 결정의 배경과 판단 기준, 그리고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을 설명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구성원들이 상황을 이해해야 변화에 맞춰 자신의 역할과 행동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판단에 의문이 제기되거나 불편한 질문을 받으면 리더도 방어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정서지능은 그 순간의 불안과 부담을 알아차리고, 질문에 담긴 우려를 살펴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결정이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필요한 설명을 나누며, 새로운 정보에 따라 판단을 조정하는 태도를 통해 변화 속에서도 신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 가지 영역의 중심에는 압박 속에서 자신의 반응을 선택하는 리더의 힘이 있습니다. 질문을 받아들이고, 성장을 지원하고,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일은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잡아줄 것입니다. 정서지능은 리더가 이러한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도록 뒷받침하는 역량입니다.

Six Seconds KCG 모델: 알고, 선택하고, 실천하다

그렇다면 정서지능을 어떻게 일상의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정서지능 전문기관 Six Seconds는 정서지능을 “생각과 감정을 함께 활용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감정이 전하는 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더 나은 판단과 행동에 활용하자는 실용적인 접근입니다.

KCG 모델은 세 가지 실천 방향으로 이뤄집니다.

  • Know Yourself — 자신을 이해하기: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아차립니다.

  • Choose Yourself — 의식적으로 선택하기: 습관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의도에 맞게 행동합니다.

  • Give Yourself — 목적에 따라 행동하기: 나와 타인에게 중요한 가치를 살피고, 일상의 선택을 더 큰 목적과 연결합니다.

이 세 가지 아래에는 학습하고 측정할 수 있는 8가지 역량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모두 익히려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마주한 실제 과제와 연결되는 역량 하나를 골라 연습해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일상에서 EQ(정서지능)를 연습하는 세 가지 방법

정서지능을 기르려면 일상에서 짧게 반복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한데요. 내일부터 시도해 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감정에 이름 붙이기: Name It to Tame It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감정적 반응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일 때, 전전두피질의 특정 영역은 더 활발해지고 편도체의 반응은 줄어드는 양상이 관찰되었다고 하는데요.

어려운 면담을 앞두고 다음 문장을 완성해 보세요.

“나는 지금 …을 느끼고, 동시에 …도 느낀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 하나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화가 나는 동시에 걱정이나 실망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면, 내가 무엇에 반응하고 있는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KCG의 세 가지 질문

Six Seconds의 KCG 모델을 바탕으로 최근의 어려웠던 상황을 돌아보며 다음 질문을 차례로 던져보세요.

  • Know Yourself: 나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으며,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가?

  • Choose Yourself: 다른 선택지는 무엇이었으며, 각각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는가?

  • Give Yourself: 나와 상대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나는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은가?

혼자 상황을 돌아볼 때도, 구성원과 코칭 대화를 나눌 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고, 다음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는 데 초점을 맞춰보세요.

3️⃣무드 미터로 감정 체크인하기

예일대 정서지능센터에서 개발한 무드 미터는 감정을 에너지의 높낮이와 유쾌함의 정도에 따라 네 가지 색의 영역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도구인데요. 지금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더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 에너지(Energy) —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가

  • 유쾌함(Pleasantness) — 지금 이 감정이 얼마나 기분 좋은가

활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의 감정을 무드 미터에 표시하고, 에너지와 유쾌함의 정도를 살펴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상황에서 비슷한 감정이 반복되는지 관찰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패턴을 알면 자신에게 필요한 휴식이나 대응 방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회의를 시작할 때 각자 지금 기분이 어느 영역에 가까운지 편한 만큼 나눠 보세요. 하루 중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연습입니다. 가정에서도 아이와 함께 감정 체크인을 활용해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연습은 자기인식을 높이고, 압박 속에서도 감정을 표현하고 다루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직과 팀에서 감정 체크인을 나누면 서로의 상태를 이해하고, 리더는 자신의 감정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며 상대의 상황까지 고려해 소통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감정이든 괜찮습니다. 반드시 노랑이나 초록 영역에 있어야 하는 것도,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는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이름 붙일수록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타인의 감정에 더 잘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리더의 연습에서 조직의 공통 언어로

정서지능이 조직에 자리 잡으려면 개인의 연습을 함께 배우는 문화로 넓혀 가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학습과 적용 : 일정한 간격으로 배우고, 실제 업무에서 겪은 상황을 돌아보며 반복해서 연습합니다.

  2. 측정과 성찰 : 진단으로 출발점을 확인하고, 일정 기간 뒤 다시 측정하며 일상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3. 공통의 언어 : 리더와 구성원 모두가 감정과 선택을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 갑니다.

리더 개인의 출발점은 작아도 좋습니다. 다음 회의에 들어가기 전,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의 온도를 가져가고 있는가?”라고 한 번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 질문은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대화에 필요한 태도를 선택할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글을 열며 인용한 문장으로 돌아가 봅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알아차리고, 그 안에서 자신과 상대를 살피며 더 나은 반응을 선택하는 리더. 그런 선택이 쌓일 때 팀은 더 솔직하게 대화하고 함께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잠시 멈추고 선택하는 ‘6초의 여유’를 만드는 힘, 리더십의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역량, 정서지능을 통해 단단한 리더로 성장하시길 응원합니다. :)


민정
박민정
직원과 조직의 성공을 돕는 성장 파트너
글로벌 기업에서 채용, 조직문화, 성과관리, 조직개발, 글로벌 프로젝트, 변화관리, HR 셋업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직원과 조직의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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