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차의 리텐션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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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연차의 리텐션은 가능한가?

붙잡는 기술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의 품질을 설계하는 기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용리더임원
rk
Grace ParkMay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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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연차의 리텐션, 가능할까요?

민간기업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공공조직에서도 “1년도 못 버티고 나간다”는 이야기가 일상이 됐습니다.

실제로 재직 1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가 2014년 538명에서 2023년 3021명으로 9년 새 5.6배 늘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채용비·교육비·온보딩 리소스를 다 들였는데 1~3년 안에 떠나버리니 “어차피 갈 사람”이라는 냉소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조직은 ‘3년만 쓰고 보내자’는 식의 전력화 계획으로 방향을 틀려 한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 Z세대가 떠나는 이유는 ‘배신’이 아니라 ‘계약의 불일치’

요즘 저연차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입니다. “지금 열심히 일하면 몇 년 후에 승진을 하고, 이 조직에서 이런 성장 경로가 있고….”라는 미래지향적인 말은 그들에게 설득력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들은 “그래서 지금 당장 저에게 어떤 혜택(유익)이 있나요?” 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 당장의 혜택과 유익이 없다고 생각되면 빠르게 조기 퇴직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22년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1년 이내 조기퇴사 경험의 기업 비율은 84.7%였습니다.

사람인 조사에서도 직장인 70.1%가 “올해 이직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이직 이유로 ‘급여’와 함께 ‘비전·성장 정체’가 상위권이었습니다. ‘버티면 좋아진다’는 서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심지어 ‘근무 중 이직 준비’가 트렌드가 됐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대기업 재직자 중 12.2%가 일과시간에 이직을 준비한다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는, 조직의 몰입 기반이 이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저연차는 ‘회사가 나를 소모한다’는 감각과 ‘내 정체성이 역할에 의해 눌린다’는 감각에 매우 민감합니다. 이 감각이 커질수록, 연봉이 조금 높아도, 브랜드가 좋아도, ‘다음’을 준비하게 됩니다.

■ “어차피 떠날 인재에 투자하지 말자”는 자기실현적 예언

‘3년 후 떠날 사람’으로 규정하는 순간 조직은 자동으로 세 가지를 잃게 됩니다.
첫째, 학습 속도. 둘째, 관계의 뿌리. 셋째, 개선의 내재화 입니다. 숙련이 쌓이기 전에 사람이 바뀌면, 조직은 매번 ‘초기화 비용’을 내야 합니다. 2023년 한국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년 내 퇴사자 1인당 기업 손실 비용은 평균 2000만원이라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문화가 다음 기수에게도 전염된다는 점입니다.

“여긴 오래 다닐 곳이 아니구나.”

그렇다고 해답이 “무조건 잡아두자”는 것도 아닙니다. 리텐션을 ‘붙잡기’가 아니라

‘머무는 동안의 성장과 기여를 극대화하는 계약’으로 재정의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 리텐션의 새 정의: “몇 년 다니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12개월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잡플래닛의 ‘저연차가 일하기 좋은 기업’ 상위권 기업을 보면서 힌트를 얻어 봅니다. 유연근무, 월 2회 금요일 휴무 같은 제도적 유연성이 만족도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즉, 거창한 ‘미래의 약속’보다 일상에서 체감되는 선택권과 회복이 중요해졌다는 점입니다.

HR과 리더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맞춤 복지’ 이전에, 다음 4가지를 표준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1. 역할·기대의 선명화(첫 30일)
    입사 초기 불안은 “내가 뭘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에서 시작됩니다. 직무기술서가 아니라 ‘이번 분기 내가 책임질 2~3개의 결과물’을 합의해 보는 것입니다.

  2. 성장의 가시화(90~180일)
    저연차가 원하는 건 “승진 루트”가 아니라 “내 역량이 지금 쌓이고 있나”라는 증거입니다. 프로젝트를 ‘보조’가 아니라 ‘소유’하게 하고, 작은 성공을 빠르게 경험시켜 보는 것입니다.

  3. 관계의 안전망(상시)
    리텐션은 제도보다 ‘직속 상사 경험’에 크게 좌우됩니다. 주 1회 1:1에서 업무만 묻지 말고, 에너지·관계·학습을 함께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정체성 침해’는 대부분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4. 회복과 선택권(상시)
    유연근무·휴가 사용의 눈치 제거·업무량 캡핑 같은 장치는 번아웃을 늦춥니다. “월급날이 가장 행복하다”는 조사 결과가 반복되는 이유는, 일상에서 회복 지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리더에게: ‘관리’가 아니라 ‘전환 설계’를 하라

저연차는 ‘부품’이 아니라 ‘전환기 사람’입니다.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개인 성취에서 팀 성과로, 지시 수행에서 문제 해결로 전환하는 시기입니다. 이 전환을 설계해주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떠나더라도 “좋은 곳이었다”는 기억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그 기억은 레퍼럴(추천)과 재입사(부메랑)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연차 리텐션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계약을 제안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3년만 제대로 쓰자’는 전략은 단기적으로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숙련과 신뢰를 갉아먹는 가장 비싼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조직이 해야 할 일은 명료합니다.
붙잡는 기술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의 품질을 설계하는 기술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게 Z세대가 ‘나’를 지키면서도 조직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 아닐까요.


rk
Grace Park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람의 성장을 설계해 온 HR 전문가입니다. 채용/육성/조직문화/코칭까지 HR의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고, 최근에는 HR Analytics와 조직/리더십 진단으로 성장의 방향을 더 정교하게 잡는 일을 합니다. 제도와 콘텐츠를 연결해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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