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를 잘 지키는 사람이 가장 먼저 도태된다

절차를 잘 지키는 사람이 가장 먼저 도태된다

표준과 통제에서, 자동화와 실시간 판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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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환
설평환Jul 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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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영화는 〈모던 타임즈〉다. 찰리 채플린이 연기한 노동자는 거대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하루 종일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벨트의 속도가 점점 빨라질수록 그의 손도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결국 그는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톱니바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웃음을 주는 장면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은 언제부터 기계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는 존재가 되었는가.

오랫동안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정해진 절차를 정확하게 지키는 일이었다. 표준 프로세스를 따르고, 승인 절차를 지키고, 예외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덕분에 품질은 일정하게 유지됐고 결과도 예측 가능했다. 오랫동안 그것이 좋은 조직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같은 기준이 오히려 조직의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승인 단계를 하나 더 거칠수록 의사결정은 늦어지고,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프로세스는 변화에 대응하는 시간을 빼앗는다. AI를 기존 절차 위에 덧붙인다고 해결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화의 핵심은 기존 절차를 더 빨리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국내 제조 현장은 이미 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포스코는 AI를 활용해 설비 설계도와 보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하고, 일부 제어 코드까지 생성하는 수준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고온 작업이나 반복적인 점검은 로봇과 비전 AI가 맡고, 사람은 예외 상황을 판단하고 개선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현대트랜시스도 딥러닝 기반 비전 검사를 도입해 검사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사람이 표준에 맞춰 반복적으로 확인하던 업무가 실시간 자동 판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같은 변화가 이어진다.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는 'Alfred'라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수백 시간이 걸리던 운영 보고 업무를 대부분 자동화했다. 보고 주기는 단축됐고 비용도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한 가지 원칙을 분명히 했다. AI가 일을 대신해도 최종 판단은 사람이 맡는다. 자동화의 목적은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입해야 할 지점을 다시 정의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People팀이 주목해야 하는 변화도 바로 여기 있다.

앞으로는 절차를 가장 잘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절차를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조직의 경쟁력이 된다.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할수록 사람은 기존 표준을 유지하는 역할보다, 새로운 표준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평가의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얼마나 정확하게 지켰는가'보다 '얼마나 더 좋은 방식으로 바꾸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Patrick's Insight

최근 여러 기업의 HR 담당자들로부터 비슷한 고민을 자주 듣는다.

외부의 변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사람은 실패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기존 절차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다 보니 조직 안에서 불협화음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평가가 여전히 '정해진 절차를 얼마나 잘 지켰는가'에 머물러 있다면,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한 사람이 오히려 가장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

조직은 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평가는 순응을 보상하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AI 시대의 People팀은 이 모순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사람을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조직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먼저 실험한 사람으로 바라볼 것인가.

이번 주 회의에서는 이런 질문 하나를 던져보면 어떨까.

"우리의 평가는 절차를 잘 지킨 사람을 인정하고 있는가, 아니면 더 나은 절차를 만든 사람을 인정하고 있는가?"


평환
설평환
조직문화의 변화를 디자인하는 몽상가
조직문화와 HR을 경험했습니다. 이제 여러 동료 분들께 배우고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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