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팀에는 이런 루틴이 있습니다.
주간미팅에서 구성원들 중에 신경쓰이는 사람들과 관련있는 팀원들이 점심약속을 잡는 것을 논의합니다. 최근 이동이 있었거나 낯빛이 어두워 보이거나 출산 등 이벤트가 있었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합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밥 한 끼 먹으면서 요즘 어떠신지 묻는 정도죠.
그런데 올해 들어 이 명단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짚이는 게 하나 있습니다. 저희 팀은 올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1:1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베이보다 직접 만나서 듣자는 취지였습니다. 인터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팀원들이 하는 말은 일관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훨씬 잘 알게 됐다는 겁니다. 구성원들 쪽에서도 피플팀을 조금 편하게 느끼기 시작했고요. 요즘은 인터뷰를 더 자주 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구성원을 이해하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하다 보니 듣는 행위 자체가 이미 개입이었습니다.
참가하고 있는 독서모임 8월 지정도서인 『레드 헬리콥터』라는 책을 읽다가 이 점심 명단 이야기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두려고 이 글을 씁니다.
이 자리에서 AI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안 쓰는 HRer는 이제 없다고 봅니다.
다만 AI가 우리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이 우리를 거치지 않게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규정 문의는 챗봇이 하고 있습니다. 연차 잔여일수, 증명서 발급, 근태 정정 같은 일들은 이미 구성원이 직접 확인하고 직접 처리합니다. 최근 나오는 서비스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질문에 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프로세스를 끝까지 실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런 솔루션이 지금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 회사에 안 들어왔더라도, 곧 들어옵니다.
그러면 남는 질문은 이겁니다.
구성원이 더 이상 '몰라서' 우리를 찾지 않게 될 때, 그래도 우리를 찾을 이유가 남아 있을까요?
저는 그 이유가 '다정함'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조직에서 감지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회의실에서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