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발을 읽고, 변화관리 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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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발을 읽고, 변화관리 라고 쓴다

리더가 바뀌면 흔들리는 조직과 유지되는 조직 그 차이를 만드는 HR의 두가지 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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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조 ODISTAug 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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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200명 남짓한 제조업체였다. 그 회사에서 가장 성과가 좋던 팀의 팀장이 다른 본부로 옮겼고 여섯 달이 지나자 그 팀의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회의는 길어졌고 결정은 자꾸 미뤄졌고 사람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다들 후임 팀장을 탓했다.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봤다.

 

인수인계 문서를 받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문서에는 담당 업무와 거래처와 진행 중인 과제가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정작 그 팀이 잘 굴러갔던 이유는 한 줄도 없었다. 어떤 안건을 어느 선에서 결정해도 되는지, 위로 올려야 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각자의 목표가 왜 그렇게 잡혔는지, 전부 전임 팀장의 머릿속에 있었고 그 암묵지가 다른 층으로 옮겨 갔을 뿐이었다. 후임은 무능했던 게 아니라 물려받을 것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 200명 정도 회사니까 그렇지, 우리처럼 큰 조직은 정기인사로 매년 팀장이 바뀌어도 멀쩡히 돌아간다는 말을 듣는다. 큰 조직에는 문서로 된 권한 규정과 결재 체계와 표준 프로세스가 있다. 그런데 그 규정대로 실제 판단이 이뤄지는지는 다른 문제다. 규정에는 팀장 전결이라고 적혀 있는데 실무자들은 여전히 임원 성향부터 살피는 조직을 나는 여러 번 봤다. 작은 조직은 기댈 구조가 아예 없어서 곧바로 무너지고, 큰 조직은 구조가 서류에만 있어서 티 안 나게 천천히 무너진다. 규정이 비워둔 자리를 그동안 사람이 대신 메우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 사람이 떠난 뒤에야 드러난다. 무너지는 속도가 다를 뿐 질문은 같다. 이 조직은 지금 무엇에 기대어 굴러가고 있는가

 

답은 대개 둘 중 하나다. 암묵지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권한과 개인화된 목표 아니면 의사결정 원칙과 권한위임 체계와 정렬된 목표 중에 암묵지에 기대고 있던 조직은 사람이 떠날 때 그 사람과 함께 사라지고, 시스템 조직은 사람이 사라져도 작동된다. 리더가 교체될 때 드러나는 건 후임의 역량이 아니라 그 조직이 그동안 무엇 위에 서 있었는지다.

조직개발이 하는 일이 정확히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구조와 관계와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것이다.

 

나는 조직개발을 그렇게 읽고, 변화관리라고 쓴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동사가 두 개 들어 있다. 읽는다 그리고 쓴다. HR이 조직개발을 한다고 말할 때 대개 둘 중 하나만 한다. 읽기만 하는 쪽이 있다. 진단 서베이를 돌리고 인터뷰를 하고 워크숍을 연다. 리포트는 정확하게 조직의 병목이 어디인지, 어느 층에서 정보가 끊기는지 다 나와 있다. 그리고 그 리포트는 공유 폴더로 그대로 보존되고 조직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 된다. 문제를 아는 것과 문제가 풀리는 것 사이에는 아무 인과가 없다. 나도 한동안 정확한 진단이 절반이라고 믿었는데 정확한 진단은 절반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쓰기만 하는 쪽도 있다. 제도부터 손을 댄다. 평가제도를 바꾸고 직급체계를 정비하고 조직도를 다시 그린다. 어느 회사에서 잘 됐다는 방식을 가져오지만 그 조직이 지금 무엇에 기대어 굴러가고 있는지는 읽지 않았다. 그래서 제도는 새것인데 일하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 남는다. 결재선만 짧아지고 실제로 결정하는 사람은 그대로인 조직을 여러 번 봤다. 그래서 필요한 건 읽는 역량도 쓰는 역량도 아니라 읽은 것을 그대로 쓰는 역량이다. 조직을 진단한 사람이 그 진단을 제도와 원칙으로 옮기는 자리까지 따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진단서만 넘기고 빠지면 그 조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그 일을 해내는 힘을 세 가지로 나눠서 본다.

 

첫째는 현상을 구조로 번역하는 역량이다.

팀장이 소통을 안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을 소통 교육 수요로 받는 사람과 그 팀의 의사결정 권한이 어디까지 명문화되어 있는지 확인하러 가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 문제로 보이는 것 대부분은 구조가 비어 있는 자리를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메우고 있는 흔적이다. 그 흔적을 사람의 성향으로 읽으면 교육이 나오고 구조의 공백으로 읽으면 설계가 나온다.

 

둘째는 개입의 주체와 대상을 구분하는 역량이다.

개입하는 주체는 조직개발 또는 HR 담당자이지만 변화의 주체는 조직 자신이어야 한다. 내가 함께 컨설팅을 하는 동안에만 굴러가는 변화는 변화가 아니라 대행이다. 워크숍을 매끄럽게 마치고 나면 꽤 뿌듯한데 그 뿌듯함이 위험 신호일 때가 많다. 그날 일한 건 조직이 아니라 나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입을 설계할 때 내가 손을 뗄 시점부터 먼저 정한다. 워크숍을 다섯 번 한다면 첫 회차만 내가 진행하고, 두 번째부터는 팀장이 진행하고 나는 뒤에 앉는다. 회의 규칙도 내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들이 만들게 하고, 나는 그 규칙이 지켜졌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기록 양식 하나만 남긴다. 이렇게 하면 결과물의 완성도는 눈에 띄게 떨어진다. 처음 몇 번은 회의가 엉망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다. 내가 만든 완성품은 내가 나갈 때 같이 나가지만 그들이 만든 엉성한 것은 남기 때문이다.

셋째는 연속성으로 검증하는 역량이다. 개입이 끝난 다음에 물어야 하는 질문은 만족도가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도 연속성이 남는가? 그러려면 검증 시점을 종료일에 두면 안 된다. 나는 프로젝트 계획서를 쓸 때 종료 6개월 뒤 확인 일정을 처음부터 같이 넣는다. 그때 보는 것은 인식이 아니라 흔적이다. 서베이 점수를 다시 재지 않는다. 대신 회의록에 결정한 내용만 적혀 있는지, 결정한 근거까지 적혀 있는지를 본다. 그사이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자기가 어디까지 결정해도 되는지를 선배에게 물어보지 않고 알 수 있는지를 본다. 그 기간에 팀장이 한 번 더 바뀌었다면 오히려 좋은 조건이다. 그 조직이 정말 무엇 위에 서 있는지는 그때 드러난다. 리더가 교체돼도 담당 HR이 바뀌어도 유지된다면 그건 구조에 얹힌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사람에 의존하는 것이고 언젠가 그 사람이 옮겨 가면 처음의 그 팀처럼 된다.

 

나는 여전히 좋은 보고서를 쓰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조직을 정확하게 읽어냈다는 감각에는 중독성이 있다. 그런데 읽기만 잘하는 사람은 조직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읽은 것을 구조로 옮겨 써야 한다. 조직이 스스로 작동하는 조직개발은 변화관리가 되는 지점에서 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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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조 ODIST
개인개발은 결국 조직개발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직설계자
개인개발은 결국 조직개발로 나아가야 한다는 자율을 위한 기준 설계, 성장을 위한 나침반 구조를 조직시스템을 설계하여 작동하는 조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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