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방향성이요? 대표님이 하자는 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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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방향성이요? 대표님이 하자는 대로 하세요!

조직문화 진단, 설계, 재정립을 모두 겪어본 인사담당자의 이야기
조직문화주니어미드레벨신입/인턴시니어리더
ju
Hyeong-juAug 25, 2026
1004

얼마 전, HR 오프라인 모임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10년 차 미만의 HR담당자 위주로 구성된 모임이었는데, 그곳에서의 저는 그래도 경험이 많은 축에 속했습니다. (가까스로 9년차라서요 ^^;)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제 이야기를 간단히 했습니다.

“급여·후생 업무를 시작으로 조직문화와 노사·노무 업무를 5년 정도 했고, 그룹에서 잠깐 일하다가 다시 돌아와 채용과 교육을 거쳐 현재는 인사기획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HR의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봤다는 소개 때문인지 생각보다 다양한 질문을 받게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의 조직문화 방향성은 도대체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요?”

그 질문을 듣고 저도 모르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대표님이 하자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질문을 주신 분은 제 답변을 듣자마자 눈이 동그래지셨습니다. 아무래도 예상 밖의 답변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 속으로는 ‘이게 무슨 답이지?’ 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저와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보니 제가 말하고자 했던 의도를 이해하셨고, 결국 “아, 그런의미라면 맞는 말이네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너무 간결했고, 어떻게 보면 조금은 어이없게 들렸던 저의 답변.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안에는 제가 조직문화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몇가지 생각이 담겨 있었습니다.


첫째, 방향은 대표와 ‘함께’ 찾아야 합니다.

회사마다 사업 영역이 다르고, 구성원이 다르고, 지금까지 쌓아온 히스토리도 다릅니다. 그런데 다른 회사에서 잘됐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조직문화를 그대로 가져온다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먼저 우리 회사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과거에 어떤 방식으로 일해왔는지, 지금 구성원들은 회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앞으로 회사는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조직문화 진단을 하고, 다른 회사의 사례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표가 반드시 함께해야 합니다.

조직문화의 방향성이 HR이나 컨설팅사의 보고서 안에서만 만들어지면, 실제 경영의 방향과 분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 역시 왜 이런 방향이 필요한지 이해하고 대표의 생각 또한 충분히 담겨야 합니다.

결국 조직문화는 회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둘째, 탐색이 끝났다면, 대표가 선택해야 합니다.

조직문화 진단을 하고,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사례를 살펴봤다면 어느 순간에는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표 마음대로 정한다’가 아니라 ‘대표가 충분히 이해한 뒤 최종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HR은 데이터를 보여주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대표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때로는 대표가 생각하는 방향과 진단을 통해 확인한 방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대표가 생각하는 방향과 진단을을 통해 확인한 방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결국 대표를 설득해야 합니다.

외부 전문가는 ‘미리’우리 편으로 만들어 두세요!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내부 HR담당자가 이야기할 때와 외부 전문가가 이야기할 때 받아들여지는 무게가 다른 경우가 꽤 많습니다. 내부에서는 여러 차례 이야기했던 내용인데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외부 전문가가 객관적인 데이터와 다른 기업의 사례를 통해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면 갑자기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HR담당자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내가 했던 말인데…'

싶을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직문화 업무의 목적은 누가 맞았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외부 전문가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실무적인 조언은 이것입니다. 외부 전문가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에 만나지 말고, 그 전에 우리 편으로 만들어 두세요.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들입니다.

  • 착수 전에 우리가 진짜 문제라고 보는 지점을 미리 공유해두기

  • 내부적으로만 알고 있던 데이터와 맥락을 먼저 전달해두기

  • 진단 설계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되어야 하는 질문'을 함께 넣어두기

  • 보고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가야 하는지 사전에 조율해두기

이건 결론을 미리 정해놓는 것과는 다릅니다. 외부 전문가가 우리 회사의 맥락을 모른 채 일반론만 들고 오는 상황을 막고, 우리가 이미 감지하고 있던 문제를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위한 준비에 가깝습니다.

물론 컨설팅사가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대신 정해줄 수는 없습니다. 외부 전문가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여주고, 내부에서 전달하기 어려웠던 이야기에 객관적인 근거와 힘을 실어주는 역할입니다.

방향을 만드는 주체는 결국 회사여야 합니다.

그리고 충분한 논의 뒤에는 결국 대표가 방향을 선택해야 합니다. 본인이 충분히 이해하고 직접 선택한 방향이어야 그 이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대표 스스로 선택한 만큼, 어떻게든 밀고 나가게 되기도 하구요.

조직문화 담당자가 "이렇게 가겠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것과, 대표 스스로 "우리 회사는 앞으로 이렇게 가야 합니다"라고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셋째, 정했다면, 대표가 직접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방향을 정했다고 해서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회사는 좋든 싫든 대표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조직입니다. 구성원들은 회사가 발표한 슬로건보다 대표가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사람을 칭찬하는지, 무엇에 시간을 쓰는지를 훨씬 더 빠르게 눈치챕니다.

회사가 "도전하는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실패한 사람에게 책임부터 묻는다면, 구성원들은 더 이상 도전하지 않습니다. "소통하는 문화"를 선언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이 언제나 일방적으로 내려온다면 그 선언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조직문화의 방향성을 정했다면 대표가 직접 이야기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일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그 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대표의 선언은 구성원에게 새로운 방향의 당위성을 만들어주고, 대표의 행동은 그 방향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 순간부터 조직문화는 슬로건이 아니라 차츰차츰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 되어갑니다.

그럼 대표가 틀린 방향으로 가면요?

여기까지 읽으시면 두 가지 질문이 떠오르실 겁니다.

"대표가 틀린 방향을 고집하면 어떻게 하나요?" "대표가 바뀌면 조직문화도 다시 원점인가요?"

둘 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대표가 정한' 방향과 '대표가 이해한 뒤 선택한' 방향은 다릅니다. 전자는 사람이 바뀌면 함께 사라지지만, 후자는 진단 데이터와 논의 과정이 기록으로 남습니다. 새로운 대표가 오더라도 "우리는 이런 과정을 거쳐 이 방향을 선택했습니다"라고 말할 근거가 되고, 최소한 같은 과정을 다시 밟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HR이 해야 할 일은 대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가 바뀌어도 무너지지 않을 근거를 쌓아두는 것입니다.

다만 솔직하게 인정할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대표가 조직문화에 최소한의 관심은 있는 회사'를 전제로 합니다. 관심 자체가 없는 대표를 모시고 계신 담당자분들께는 이 글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경우라면 방향성을 정하는 일보다, 조직문화가 왜 사업의 문제인지를 먼저 증명하는 일이 앞서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사실, 당시 질문에 답할 때만 해도 저는 이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고 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동안 조직문화 업무를 하며 경험했던 것들이 저도 모르게 한 문장으로 튀어나왔던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너무 성의 없이 답한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다시 한번 제 답변을 곱씹어봤습니다.

조직문화는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정답도 없고, 같은 방법이 항상 같은 결과를 만들지도 않습니다.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에는 구성원의 목소리도 필요하고, HR의 역할도 필요하며, 때로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회사가 실제로 움직이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표의 이해와 선택, 그리고 행동이 함께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하자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다만, 대표님이 제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HR의 역할입니다."

여러분 회사의 조직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나요? 그리고 그 방향에 대표는 얼마나 함께하고 있나요?


ju
Hyeong-ju
ESFJ / HR / 9년차 / 사람 좋아하는 사람
완벽하진 않지만 멈추기는 싫어서, 오늘도 쉼 없이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가다 보면 어디든 닿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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