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이것부터 오픈하세요

조직문화? 이것부터 오픈하세요

세상에 비밀은 없다. 그렇다면 먼저 여는 게 낫지 않을까?
조직문화리더십리더임원CEO
밀)
김진영(에밀)Jul 16, 2026
1023

여러분은 ‘조직문화’라는 말, 한 해에 몇 번이나 듣나요? 워크숍에서, 임원 회의에서, 새로 온 컨설팅 제안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 단어를 가운데 두고 얘기해보면 묘한 일이 벌어지죠. 다들 열 내면서 말하는데 결론이 안 납니다. 누구는 수평적 소통을 말하고, 누구는 도전정신을 말하고, 또 누구는 워라밸을 말합니다. 머릿속에 그린 그림이 저마다 다르니 대화가 겉돌 수밖에요. 여러 문제점을 얘기하다 누군가 '이게 다 조직문화 탓인가봐요'하면 '그런가요...'하며 얘기가 끝나버립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조직문화는 너무 넓거든요.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핵심가치, 일하는 방식, 회식 분위기, 의사결정 습관까지 전부 그 안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큰 그릇을 앞에 두고 바꾸자고 하면, 논의는 늘 안개 속에서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많은 조직문화 프로젝트가 멋진 슬로건 하나 걸고, 이벤트 몇 개를 기획하며 조용히 사라집니다.

오늘은 이 안개를 걷어낼 아주 구체적인 한 수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조직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추상적인 선언 대신 손에 잡히는 것부터 손대자는 겁니다. 그리고 그 첫 단추로 저는 ‘경영진 회의를 공개할 것을 권해드리려 합니다. 

왜 하필 경영진 회의인가

조직문화 학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문화의 가장 표층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 즉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과 관행이 놓여 있다는 겁니다. 뿌리 깊은 가치관은 그 아래 숨어 있고요. 그러니 문화를 바꾸려면 뿌리를 붙잡고 씨름하기 전에, 표층의 눈에 보이는 관행부터 손대는 편이 빠릅니다. 관행이 바뀌면 시간이 지나며 그 아래 믿음도 따라 움직이거든요.

그렇다면 조직에서 가장 상징적인 관행이 무엇일까요? 저는 경영진 회의라고 봅니다.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결정 과정에서 누구 목소리가 크고 누가 침묵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긴 자리니까요. 구성원들은 이 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늘 궁금해합니다. 동시에 가장 모릅니다. 참석자(상사)가 전해주는 말이 전부인가 싶습니다. 이 정보 격차가 바로 불신의 씨앗이 되죠.

한 제조업 회사의 B 임원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위에서 뭘 결정하는지 모르니까, 늘 최악을 상상해요. 아니라고 얘기해도 충분히 믿지 못하는 눈치에요.”

기본적으로 정보가 닫혀 있으면 사람은 빈칸을 불안으로 채웁니다. 그러니 조직문화를 바꾸는 가장 손에 잡히는 레버는, 바로 이 닫힌 방의 문을 여는 일입니다. 이미 중앙정부의 국무회의, 수보회의는 일부 공개되었고, 부산, 울산에서도 시작됐습니다.

이미 문을 연 회사들

막연한 이상론이 아닙니다. 실제로 회의를 열어젖힌 회사들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입니다.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회사의 거의 모든 회의를 녹화해 전 직원이 열람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른바 완전한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이죠. 시작은 우연이었습니다. 1993년, 최측근 세 명이 달리오에게 당신이 너무 직설적이라 조직을 다치게 한다는 메모를 건넸고, 여기서 그는 모든 대화를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합니다. 변호사들은 증거를 만드는 셈이라며 말렸지만, 달리오는 오히려 다 공개하면 잘못을 저지를 여지가 줄어든다고 봤습니다. (CNBC)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위계나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좀 더 온건한 방식도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임원 회의가 끝나면 24시간 안에 회의록을 전 직원에게 공유합니다. (참고하기 좋은 조직문화 사례 11) 국내에서도 토스처럼 사내 채널에서 경영진과 구성원이 위계 없이 대화에 참여하고, 그 대화가 다시 문화를 갱신하는 순환을 만드는 곳들이 늘고 있습니다.

핵심은 방향입니다. 실시간 생중계든, 다음 날 회의록 공유든, 결정이 내려지는 방 안을 바깥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은 같습니다. 손에 잡히는 관행 하나가, 말로만 외치던 수평·소통·신뢰를 눈에 보이는 현실로 바꾸는 겁니다. 이런 방향은 의외(?)의 좋은 작용도 낳습니다.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는 임원들의 발언이 진중해졌다는 겁니다. CEO에게 하는 발언을 고스란히 직원들이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냥 다 까면 될까요

여기서 잠깐 멈추셔야 합니다. 투명성이라고 다 같은 투명성이 아니거든요.

슈나켄버그와 톰린슨(Schnackenberg & Tomlinson, 2016)이 Journal of Management에 발표한 연구는 조직 투명성을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눕니다. 얼마나 정보를 여는가(공개성), 그 정보가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가(명료성), 그리고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가(정확성)입니다. (Journal of Management) 이 연구의 통찰은 이겁니다. 정보를 많이 푼다고 저절로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는 것. 명료하고 정확하지 않으면, 공개는 오히려 혼란과 의심을 키운다는 겁니다. 가벼운 내용만 공개하고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배후에서 일어난다면 구성원 누구도 회의를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회의록을 통째로 던져주는 것과, 무엇을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맥락까지 정리해 건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앞엣것은 정보 폭탄이고, 뒤엣것이 진짜 투명성이죠. 부작용도 정직하게 봐야 합니다. 밤버거와 벨로골로프스키(Bamberger & Belogolovsky, 2017)가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는 투명성의 어두운 면을 다룹니다. 맥락에 따라 정보 공개가 구성원 간 협력과 서로 돕는 행동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결과였죠. (연구 소개) 브리지워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완전한 투명성이 낳은 그림자, 즉 지나친 압박과 사생활 소멸을 두고 일부 전직 직원들은 압력솥 같았다고 회고합니다. (HBR)

그러니 결론은 이렇습니다. 문을 열되, 면멸히 설계해서 열어야 합니다. 무작정 다 까발리는 건 무책임에 가깝습니다.

리더십은 관계 속에서 자라는 현상이라는 이야기를 예 전 글귀사의 리더십 교육은 안녕합니까?에서 나눈 적이 있는데요. 회의를 여는 일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경영진 혼자 바뀌는 게 아니라, 열린 방을 두고 조직 전체가 함께 상호작용하며 문화를 다시 쓰는 일이니까요.

마치며

조직문화를 바꾸자는 회의는 늘 거창하게 시작해 흐지부지 끝납니다. 안개 같은 단어를 붙들고 씨름한 탓입니다. 그럴 땐 손에 잡히는 것 하나만 붙잡으시길 권합니다. 가장 상징적이면서 가장 닫혀 있는 자리, 경영진 회의. 그 문을 여는 순간, 수평과 신뢰는 슬로건이 아니라 지난주 회의록이라는 눈에 보이는 사실이 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다 열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현장의 회의록 한 장 공유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하시면 충분합니다. 조직문화는 그렇게, 손에 잡히는 것에서부터 바뀌더군요.


밀)
김진영(에밀)
비즈니스 코치
『위임의기술』 『팀장으로산다는건』 저자, 전략-운영-리더십-성과 with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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