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여성이 많다고 다양해지는 걸까?
K교수님의 다양성 수업 두 번째 시간. 원래는 가치 곡선이라고 불리는 ‘Smile Curve’를 통해 왜 이 시대에 기업의 다양성 관리가 중요한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제조(Assembly)에서 나오는 부가가치가 제일 커서, 제조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는 ‘예측 가능한 모습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이 변해 R&D와 Service의 부가가치가 제일 커져서, Apple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성과에 기여하는 창의성 관리’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들이 ‘다양성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양성에 대한 3가지 패러다임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다르다고 차별하지 말자는 ‘Discrimination & fairness paradigm’이고, 두 번째는 서로 다름을 비즈니스에 활용하자는 ‘Access-and-legitimacy paradigm’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다양한 구성원들로부터 자극과 충돌을 통해서 서로를 배우고 이것이 창의적인 가치를 창출한다는 ‘Learning-and-effectiveness paradigm’인데, 이번 수업에서는 이 세 번째 패러다임에 주로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다양성 주제는 ‘Gender Diversity’였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전세계와 대한민국의 성평등 역사와 주요 사건, 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현실 등 다양한 내용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다양성을 실제로 실현하기 보다는 소수 집단 구성원을 상징적으로 몇 명 포함시켜 ‘우리는 다양하다’는 모습을 만드는 토크니즘(Tokenism)의 개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조직에서 소수자인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남성처럼 행동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Gender Diversity 관련 Experience Log로 제가 재직 중인 회사의 상황을 담담하게 기술한 것 같습니다.
남초 회사
제가 근무 중인 B사는 심각한 남초 회사입니다. 2천 명이 넘는 구성원 중 약 9:1의 비율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Media 등 신생 조직에는 여성 구성원들이 많지만, Engineer, B2B 영업, 지방 조직에서는 여성 구성원을 찾기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여성 리더
그룹에서는 여성 리더를 일정 수준 이상 보임하라고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여성 구성원의 모수가 자체가 크지 않은 B사는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몇 해 전 외부에서 여성 임원 두 분을 영입하여 간신히 여성 임원이 3명이었던 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야심차게 영입했던 여성 영입 임원 두 분이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습니다. 그만큼 남성 중심의 문화에 외부에서 영입한 여성 임원이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매년 핵심 인재 선발과 팀장 보임 시 일정 수준을 여성으로 선발하고 보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점이 있는 것 같고, 경쟁 관계에 있던 일부 남성 구성원들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신입 채용
여러 해 동안 신입 채용을 담당했는데, 요즘에는 여학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 인/적성 검사, 면접 등 채용 전반에서 남학생들보다 뛰어난 것 같습니다. 10여 년 전 신입 채용 실무자 때 당시 팀장님은 인위적인 성별 조정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어느 단계까지 합격한 여성 지원자의 수가 훨씬 많았는데, 임원 보고 과정에서 큰 질책을 받고 최종 합격자의 성비를 일부 조정하였습니다. 당시 임원은 “똑똑한 여자애들 뽑아봐야 시집가고 애 낳으면 금방 그만둔다.”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에는 공정채용 때문에 남녀 성비 등 채용 전반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근 몇 년간 선발된 B사 신입사원 중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어떤 해에는 최종 합격자 중 여성이 83%였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20년 이상 다니고 있는 B사가 성별 다양성을 갖춘 회사가 되길 바랍니다. 다만, ‘진짜 성별 다양성을 갖춘 회사란 단순히 여성의 숫자가 많은 회사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여성 구성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이 조직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실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수업 초반에 배운 Learning-and-effectiveness paradigm에 조금 더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Experience Log들도 교수님께서 공유해 주셨습니다. 저희 회사와 달리 여성이 훨씬 많은 회사들도 있었고, 회사마다 또 업종에 따라 Gender Diversity의 상황은 많이 다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에세이처럼 잘 쓴 몇몇 학생들의 Experience Log와 제가 제출한 부끄러운 첫 과제를 마음 속으로 비교하면서 다음에는 좀 더 잘 작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주 주제는 ‘Generation Diversity’였습니다.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