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15년차, 일을 하며 성장하고, 일에 몰입할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일까 떠올려보았습니다.
열정? 성장? 돈? 인정? 승진? 일에 대한 만족감?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항상 신뢰(Trust)가 있었습니다. 동료, 상사, 팀원, 외부 파트너사와의 신뢰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며 일에 몰입하고, 일을 통해 성장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뢰는 단순한 개인 감정이 아니라 협력, 성과, 조직 몰입을 이끄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3년차 주니어 시절 이직 후 새로운 팀장님과 합을 맞춰가며 deadline도 맞추고 업무를 확장하며 일하던 시기에 실수할까 조바심을 내고 눈치를 보았던 제게 당시 팀장님께서 해주신 한 마디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입사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우리 서로 신뢰가 많이 쌓여가고 있다. 실수해도 괜찮다. 힘든 게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해도 괜찮다”라는 한 마디로 큰 안정감 느끼고, 이는 업무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졌습니다.
시니어가 되면 다를까요?
누군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아마도 주니어 시절보다 몇 배에 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시니어가 될 수록 Role과 사람에 대한 기대치(Expectation)도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시니어가 되어도 실수를 하고, 하는 일마다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직 후 성과를 잘 내고, 잘 하고 있는지, 나의 부족한 점들에 휩싸여 한 없이 작아지던 그 때, 저를 신뢰하신다는 상사의 한 마디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상사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어려움이 와도 극복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상사 분의 신뢰 어린 한마디는 저 개인에게는 위로이자 칭찬이었지만, 동시에 조직 차원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리더십 행동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비단 팀장 팀원의 관계가 아니어도 서로 신뢰하는 조직 구성원들이 많아지면 팀워크는 자연스럽게 강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뢰는 일방적인 노력으로 쌓이지 않습니다. 상호 간의 노력과 진정성있는 소통이 필요한데요. 그렇게 단단해진 신뢰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게 도와줍니다. 간혹 본인은 상사에게 소통하지 않으면서 리더가 다 알아주고 신뢰 받기를 원하는 직원을 보기도 하는데, 신뢰를 쌓으려면 내가 먼저 소통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먼저 소통하고 Speak up하지 않으면 리더도 내 업무 현황, 어려움, 성과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타 팀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소통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조직에서 ‘신뢰(Trust)’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자산이기도 합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신뢰는 [조직의 실행 속도와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동력]이며, 신뢰가 높은 팀은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게 회복하고 안정적인 성과를 창출한다 설명했는데요. 직책이나 권한은 제도적으로 부여되지만, 신뢰는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쌓여야만 조직문화와 리더십으로 이어집니다. 신뢰는 조직 구성원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빠르게 행동하게 만드는 엔진이 될 것입니다.
📌 신뢰란 무엇일까요
신뢰는 “상대방이 내 기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사회심리학자 메이어(Mayer, Davis, & Schoorman, 1995)의 신뢰 모델에 따르면 능력/역량(Ability), 선의/호의(Benevolence), 정직성/진실성(Integrity) 세 가지 요인이 신뢰를 형성한다고 합니다.
능력/역량: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지식, 기술 역량 등을 의미합니다.
선의/호의: 상대방이 나의 이익을 고려해주고, 해치려는 의도가 없다는 믿음을 말합니다.
정직성/진실성: 행동과 말이 일관되고, 원칙과 기준을 지키며, 공정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조직 문화 관점에서, 이러한 세 가지 요소는 구성원 간 신뢰와 협력, 건강한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신뢰는 리더십의 자산이다
리더가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높은 직책을 가져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리더가 성과 중심으로만 팀을 몰아붙이면서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단기 성과는 있었지만, 인재들이 이탈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손실이 커졌습니다. 반대로 또 다른 리더는 구성원들과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약속을 지키며 신뢰를 쌓았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신뢰는 곧 리더십의 지속성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신뢰는 단기간의 성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예전에 법륜 스님 강연에서 결혼한 지 6개월 된 며느리와 빨리 가까워 지고 싶다는 시어머니에게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요. 법륜스님 왈 “원래 좀 시간이 걸려~한 10년!” 10년까지는 아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쌓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일관성(consistency)의 법칙으로 설명하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 태도, 행동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강한 심리적 동기를 의미합니다. 말과 행동이 반복적으로 일치할 때 비로소 신뢰가 형성되는데요.
“나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하면 스스로 불편해지고, 결국 태도나 행동을 수정하거나 합리화를 시도합니다. 리더가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선언하면, 그 이후에도 같은 원칙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가 깨지고 “말뿐인 리더”로 평가될 것입니다.
피드백을 줄 때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사결정 기준을 명확히 공유하는 것, 작은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것 등 이런 ‘작은 신뢰의 적립’이 쌓여 어느 순간 ‘큰 신뢰 자산’이 됩니다.
📌 신뢰는 쌍방향이다
사실 모든 사람의 신뢰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생각도 가치관도 너무 다양하기 때문인데요. 조직생활에서 힘들어하셨던 많은 분들을 보면 사실 일 때문에 힘들기보다 인간관계로 인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인간관계로 고민을 토로하시는 직원분들께 드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 분과 소통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보셨는 지입니다. 물론 업무 상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일방향의 노력으로 신뢰가 쌓이지 않기 때문에 노력해도 소통이 잘 안될 수도 있고 많은 어려움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는 노력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고 노력해주기만을 바라는 케이스도 보는데요. 신뢰는 쌍방향입니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신뢰를 필요로 하지만, 리더 역시 구성원에게 신뢰를 받아야 원활하게 팀을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팀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꼽히는 데 이 안전감은 상호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즉, 상호적인 신뢰가 존재해야 팀원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신뢰가 단방향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신뢰
위기 상황에서 신뢰 받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아 빠르게 정상화되는데요.
예를 들어,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일부 기업은 리더가 직원들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오히려 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했습니다. 반대로 정보를 숨기거나 일관성 없는 의사결정을 내린 조직은 불신과 이탈을 경험했습니다. 위기 속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실 상황이 좋을 때는 Happy하고 서로 예민하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위기 상황이 찾아왔을 때입니다. 이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하려면 단단한 신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신뢰는 표현할 때 강해진다
“나는 XX님을 신뢰해요” 누군가에게 당신을 신뢰한다는 말을 들어보신적이 있으실까요? 사실 저도 가족이나친한 친구에게 조차 당신을 신뢰한다고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표현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신뢰한다는 한마디의 힘은 강력합니다. 리더라면 내가 신뢰하는 팀원에게 신뢰한다고 표현하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것처럼 리더의 한 마디로 팀원은 힘을 얻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뢰를 얻는다는 것의 의미
결국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는 조직 성과, 인재 유지, 그리고 개인의 리더십 지속성을 결정짓는 근본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뢰는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기반이며, HR의 관점에서는 리더십과 조직 성과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로 조직문화와 리더십 개발의 중요한 지표로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작은 일관성이 큰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다시 더 큰 성과와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리더와 HR 모두가 신뢰를 ‘축적해야 할 자산’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때 (물론 쉽지 않겠죠), 조직은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약속의 이행, 공정한 제도 운영, 리더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쌓여 조직의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자리 잡습니다. HR은 이러한 신뢰 자본을 조직 내에서 키우는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할 때, 사람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HR은 리더십 개발, 피드백 문화 조성,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체계 설계를 통해 조직 내 신뢰 자본을 축적해야 할 것입니다.
현장에서 리더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점검할 수 있는 기본 행동 지침 참고해보시면 어떨까요?
작은 약속 지키기 : 인터뷰 일정, 회의 피드백, 교육 일정 공유, 업무/프로젝트 Deadline 준수 등 사소해 보이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큰 신뢰의 기반이 됩니다. 특히 직급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작은 약속을 지키는 태도가 더욱 중요합니다.
투명한 정보 공유 : 회사 사업 현황, 정책 변경, 성과평가 결과, 보상 체계, 이슈 등 직원들에게 영향을 주는 정보를 숨기지 않고 명확히 설명합니다.
경청하기 : 직원들의 의견과 불만을 단순히 듣는 수준을 넘어, 공감과 후속 조치로 연결합니다.
일관된 피드백 : 상황과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면 신뢰는 쉽게 무너집니다. 평가, 코칭, 피드백 소통 과정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위기 시 솔직한 커뮤니케이션 : 구조조정, 조직 개편, 리더 교체 등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일수록 HR이나 리더는 숨기지 않고 가능한 범위에서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정한 의사결정과 실행 :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편향되면 신뢰는 쉽게 흔들립니다. 규칙을 공정하게 적용하고, 예외를 두더라도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왜 이런 결정을 했는가”를 꾸준히 설명하는 것 자체가 리더십 신뢰를 강화할 것입니다.
진정성 있는 인정과 감사 표현 : 성과를 낸 직원이나 작은 노력을 기울인 팀원에게 진심을 담아 인정과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신뢰의 연결고리를 강화합니다.
지난 아티클에서 동료 관계에서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하다 신뢰라는 주제에 꽂혔는데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고민한다면 간과하지 말하야 할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더라면 먼저 우리 팀안에서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작은 실천들을 통해 팀 내의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고, 그렇게 단단한 팀이 많아 진다면 건강한 조직문화와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