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조직의 무기력,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걸까?

조직의 무기력,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걸까?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과 동기부여 실종의 본질
재형
박재형Jul 17, 2025
전체
291316

"이 일을 잘해도, 못해도 결국 다른 구성원과 똑같이 평가 받는다면 굳이 더 애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주변의 많은 조직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이 한마디 속에는 현재 우리 조직들이 처한 동기부여의 위기가 응축되어 있다. 나의 업무 성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그 평가가 적절한 보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조직은 점차 무기력해진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 시스템 전반의 실패에서 비롯된 조직적 증상이다.

이러한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가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이다.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브룸(Vroom)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선택할 때, 세 가지 기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노력하면 실제로 성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expectancy),

둘째, 성과가 나면 이에 대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instrumentality),

셋째, 그 보상이 개인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기대(valence)이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 이 세 가지 축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구성원들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고, 설령 성과를 내더라도 그에 대한 즉각적 보상이나 인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더 나아가 보상의 형태 자체가 개인의 동기와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일을 잘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못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생각들이 자리 잡는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구성원들이 점점 수동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주어진 업무만 충실히 수행하고 새로운 시도는 자제하며, 불필요한 노출이나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조직 내에서는 ‘흠 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되고, 리더의 지시보다는 눈치와 조직 정치에 의존하는 문화가 강화된다. 자연스럽게 생산성은 저하되고, 리더십은 약화되며, 조직 전반에 대한 신뢰와 몰입도는 하락한다. 이른바 ‘조직 무기력증’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이처럼 구조적 무기력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HR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내에서 명확하고 일관된 ‘성과-보상’의 고리를 실질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규정 제정이나 제도 설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례를 통해 구성원이 ‘이렇게 하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Adobe는 연 1회의 고정된 성과 평가 대신 ‘수시 체크인’ 제도를 도입하고, 관리자 재량으로 즉시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게 했다. 한 팀원이 새로운 보고서 자동화 툴을 만든 경우, 곧바로 소정의 상금과 함께 사내 뉴스레터에 그 기여가 소개되었다. 이처럼 ‘성과 → 보상’의 연결을 빠르게 보여주는 경험은 구성원에게 강력한 동기 자극이 된다. 말보다 강력한 것은 타인의 성공을 ‘보는 것’이다.

더불어 관리자 역할에 대한 재정립도 필요하다. 관리자가 되고 싶지 않은 자리가 되어버린 조직에서는 리더십이 약화되고, 직책에 대한 책임의식도 줄어든다. 관리자가 단순한 감시자나 서류 결재자가 아니라, 팀의 성과를 이끄는 실질적인 리더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역할 재정의가 병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관리자 자리에 대한 보상이나 명예, 성장 기회를 현실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경쟁이 치열한 ‘되고 싶은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팀장이 직접 팀원의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데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팀장이 팀을 리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효능감을 부여하는 등의 성과관리제도 개선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구성원에게는 팀장이 ‘존재감 있는 리더’로 인식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히 직급만 높고 책임만 무거운 자리가 아니라, 조직의 성과와 보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여야 비로소 구성원들이 ‘되고 싶은 역할’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무순환을 통해 조직 내 연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정 분야에 오래 머무를수록 자신이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게 되고, 타 부서나 타 업무에 대한 이해와 협력 의지는 약해진다. 따라서 관련 분야 간의 순환을 제도화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 인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만 조직은 단절과 고립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협업과 공감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조직 내 동기부여는 단순히 ‘자율성과 재미’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특히 구성원이 “공정하다”고 느끼지 못할 때, ‘성과 중심주의’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이제는 ‘왜 일하는가’에 대한 개인적 고민을 넘어, ‘일하면 무엇이 돌아오는가’에 대한 조직 차원의 명확한 답변이 필요할 때다.

HR은 바로 그 답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참고문헌: Vroom, V. H. (1964). Work and motivation.

재형
박재형
HR과 조직을 함께 고민합니다.
HR과 조직 운영 실무를 이어오며,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