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단어에 질식하는 팀장님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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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단어에 질식하는 팀장님들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 발견하기
조직문화리더십리더
정현
서정현Aug 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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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요?

“팀장님, 하반기에는 팀원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시고, 공감과 소통을 바탕으로 심리적안전감이 있는 팀을 만들어 주세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하반기에 성장, 공감, 소통, 심리적안전감에 대해 신경 쓰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분이 별루입니다. 불쾌감도 있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내가 그렇게 별루인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원과 권한은 그대로인데, 좋아 보이는 단어들로 만들어진 이 우아한 피드백 문장은 직책자에게 직장에서 성인군자가 되라고 요구하는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좋은 말이고, 필요한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팀장 개인의 무한한 희생과 인성으로 커버하라는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좋은 단어들이 팀장, 나를 질식시키는 이유

조직에서 직책자에게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좋은 단어’들이 강요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 피로감과 불편함이 극도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심리적안전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험하는 조직문화와 시스템의 영역입니다. 팀원들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팀장이 권위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즘 팀장은 존경은커녕 존중받기도 힘듭니다. 더불어 팀장도 상사에게 압박감을 느낍니다. 팀장도 느끼지 못하는 심리적안전감을 구성원에게 만들어 준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1on1 바쁜 일정 속에서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며, 정작 팀원이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 놓아도 팀장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원이 거의 없어서 무력감과 죄책감만 쌓입니다. 더불어 팀장이 팀원일 때 1on1의 경험이 부족합니다. 잘못했을 때 불려간 기억으로 1on1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임파워먼트 권한을 주면 방임한다고 비판받고, 세심하게 챙기면 마이크로매니징힌다는 말을 듣습니다. 결국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명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조직에서는 팀원에게 권한을 주거나 안주거나 결국 결과가 좋은 것만 팀장 평가에 반영하지 않습니까?

공감 팀원들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내는 감정쓰레기통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공감해 줄 수도 없고, 공감할 수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직책자의 불안감과 압박감은 누구도 공감해주지 않으면서, 팀원에게는 너그럽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입니까? 여기가 어린이 돌봄 집도 아닌데…

소통 조직 내 대부분의 갈등은 불명확한 R&R(역할과 책임), 비현실적인 일정, 자원 부족, 모호한 보상 체계 등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해 주지 않으면서 팀장이 소통을 잘해서 풀라고 요구합니다. 소통이라는 단어는 마술을 부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성장 회사에서 성장을 생각해 보면 직무 경험에서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수나 동료와 함께 야근을 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이 성장의 경험입니다. 지금은 개개인들이 자신의 업무를 혼자 합니다. 사수나 동료의 역할을 팀장이 혼자 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내 영향력의 경계선을 확인하다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내고 나니, 정신이 좀 차려집니다. 그렇게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계속 치이며 억울해 하기만 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가 던진 좋은 단어들에 짓눌리지 않는 방법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 내 행동의 영역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가 아닙니다. 거대한 목표에 에너지를 소진하는 대신, 내가 진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한 리더의 에너지 관리 전략입니다.

심리적안전감
할 수 없는 것: 회사의 평가 시스템을 바꾸는 것, 모든 위험을 팀장이 대신 막아주기
할 수 있는 것: 팀원의 의견에 비난하지 않기, 모르겠다고 말했을 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물어보기

1on1
할 수 없는 것: 조직의 보상을 약속하기
할 수 있는 것: 정기적인 약속을 하고, 대화에 집중하는 환경 조성하기

임파워먼트
할 수 없는 것: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팀원에게 모두 위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과업 범위를 사전에 합의하고, 점검시기 약속하기. 세부 실행방식에 간섭 않기.

공감
할 수 없는 것: 팀원들의 모든 불만 접수하기
할 수 있는 것: 감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구성원의 상황적 맥락을 확인하는 인지적 공감하기

소통
할 수 없는 것: 모호한 것을 현란한 화술로 무마하기
할 수 있는 것: 불명확한 지침은 상사와 먼저 조율해서 명확하게 하기

성장
할 수 없는 것: 팀원의 커리어를 책임지는 인생 멘토
할 수 있는 것: 담당 업무를 통해 팀원이 자신의 역량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나 피드백 준비하기

팀장님! 당신은 이미 충분히 괜찮은 리더입니다

회사가 건네는 좋은 단어들은 우리가 '완벽한 인격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테스트가 아닙니다. 직책자라는 자리는 자신의 에너지를 무한히 갈아 넣어 타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영웅의 자리도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별로인 사람인가?"라는 자책담긴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기억합니다. 그 불편함은 내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역할에 주어진 과도한 무게를 정직하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할 수 없는 거대한 요구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내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작은 반경이 선명해집니다. 회사의 보상 체계를 바꿀 수는 없지만 회의 시간의 표정을 선택할 수 있고, 팀원의 미래를 대신 살아줄 수는 없지만 질문 하나를 정성껏 건넬 수는 있습니다.

우리는 성인군자가 되기 위해 출근하지 않습니다. 조직의 결함 앞에서도 비난 대신 경계를 긋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을 정직하게 지켜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리더입니다.


정현
서정현
경험파트너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주제로 워크숍하는 코치이자 러닝 퍼실리테이터입니다. 생각을 발산하고, 모으는 미팅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함께 성장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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