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인사담당자입니다] ① 스펙 없던 취준생이 인사담당자가 되기까지

[주니어 인사담당자입니다] ① 스펙 없던 취준생이 인사담당자가 되기까지

반 발짝 앞서 걷는 사람의 기록
HR 커리어취업준비생
홍준
홍준Jul 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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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피스트의 글을 읽다 보면 자주 멈추게 된다. 오랜 경험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 인사담당자로서 방향성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화두들. 그 사이에 내 이야기를 얹는 일이 오래 망설여졌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나는 시니어보다 취업준비생 쪽에 가까운 자리에 서 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기억도 아직 남아 있다. 그렇다면 그 막막함부터 적어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그래서 내 커리어의 시작부터 써보기로 결정했다.

졸업하던 날, 내게 남은 것

본래 나는 교사를 꿈꾸던 사람이었다. 대학 4년 동안 내 앞에 놓인 길은 하나뿐이었고, 그래서 흔히 '스펙'이라 부르는 것을 쌓아본 적이 없다. 졸업 요건인 토익 점수마저 학과 특성에 맞춰 한자 자격증으로 대체했다. 학위복을 벗고 나서 내 손에 남은 것은 앞으로 쓸 일이 있을지 모를 정교사 2급 자격증과 한국사능력검정, 그리고 한자 자격증 세 장뿐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임용을 준비할 수 없게 되었고, 유예 기간도, 마음의 준비도 없이 나는 취업 전선에 놓였다.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이력서의 초라함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제외하면 그 흔한 IPP도, 인턴 경험도 없었다. 경력란은 채울 것이 없어 하얗게 비어 있었고, '이런 나를 뽑아주는 곳이 있기는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유일한 강점에서 출발하다

그래도 하나쯤은 내세울 것을 찾아야 했다. 아무리 뒤져봐도 내게 남은 유일한 강점은 교육과 관련된 학과를 나왔다는 사실뿐이었다. 그 한 가지를 어필할 수 있는 자리를 찾다가 닿은 것이 인사 직무였다.

채용 사이트에 '인사'를 검색하니 인하우스 인사담당자부터 기업교육 회사의 교육담당자까지 다양한 공고가 쏟아졌다. 나는 그것들이 전부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사기업으로 진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검색 몇 번으로 정리될 일을, 그때는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직무에 대한 정의를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면접장을 전전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때의 내게 더 필요했던 것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을까?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한 기간은 반년 정도였다. 2~3일에 한 번씩, 스무 곳 남짓 이력서를 넣었다. 통근 거리는 따지지 않았다. 편도 2시간 이내에 있는 회사라면 업종과 위치를 가리지 않고 전부 지원했다. 고를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세울 경력이 없으니 대신 성의로 채웠다. 면접을 보러 갈 때는 그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 인재상을 외워 갔다. SNS 홍보 채널이 있는 곳이라면 최근 3개월치 게시물을 전부 확인하고 들어갔다. 내가 가진 것 중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면접 제안이 오면 가리지 않고 어디든 갔다. 그러다 보니 이상한 곳에도 발을 들였다. 순이익이 200억이라고 소개하면서 회사 홈페이지 하나 없는 곳, 면접을 보러 들어간 공간에 회사 로고도 사명이 적힌 팻말 하나도 걸려 있지 않던 곳.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면접에 응했다. 그때는 그만큼 절실했다.

그렇게 여러 번의 면접을 거치며 공고를 읽는 눈이 생겼고, 비로소 내가 어떤 직무로 가고 싶은지가 보였다.

그때부터는 방향을 좁혔다. 인하우스 HR을 중심으로 준비했고, 학부를 그나마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교육 산업군에 집중해 지원했다. 넣는 곳은 줄었지만 자기소개서에 쓸 말이 생겼고, 서류에서 떨어지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다 운이 좋게 한 곳에 합격해, 인사담당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하면 인사총무 직무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없어도 지원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1년 넘게 이 업무를 수행한 지금, 누군가 "이 직무에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경험 말고는 답할 것이 없다. 그래서 경력직을 우대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필수 자격이 없는 자리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한 사람이 눈에 띈다. 이에 현직 채용담당자의 입장에서 두 가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째, 노무 관련 지식

중소·중견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중요한 부분임에도, 스펙을 올리는 데 바빠 이것을 준비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성실함을 보여주는 것은 학력과 학점, 어학 점수로 이미 충분하다. 문제는 그 위에 무엇을 얹느냐다.

가장 확실한 것은 노무사 자격증이겠지만, 관심도를 보여주는 데는 1차 합격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평이 많다. 그러니 아직 20대 초중반으로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짧게라도 노무사 준비를 해보는 것이 충분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상태에서 인사 직무를 준비한다면 다른 방법을 권한다. 실무에서 자주 활용되는 핵심 판례를 살펴보거나, 오프피스트와 같이 HR 담당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실무진들의 고민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을 자기소개서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둘째, 포토샵과 일러스트 활용 능력

이건 내가 갖추지 못해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더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신입으로 입사해 실무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채용 공고를 고도화하는 작업, 온보딩 가이드 PPT 제작, 사내 캠페인 포스터와 카드뉴스까지.

나는 이 일들을 온라인 디자인 툴로 해결하고 있다. 물론 이런 도구들도 충분히 훌륭하다. 다만 사내에 공지되는 자료이다 보니 기존 템플릿을 어떻게든 우리 회사의 것으로 바꿔야 하는데, 변형의 폭이 크지 않거나 수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결과물을 실제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지원자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나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가진 지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준비된 자가 아닌, 도전하는 자가 기회를 얻는다

나는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반년 동안 2~3일에 한 번씩 이력서를 스무 통 가까이 넣었고, 부르는 곳이 있으면 편도 2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갔다.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고, 방향이 생기자 결과가 따라왔다. 기회는 준비가 끝난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도 문을 두드린 사람에게 왔다.

지금 이력서 앞에서 막막한 분이 있다면, 그 초라함이 자격 없음의 증거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간절히 도전하십시오.


다음 편에서는 인사 직무를 준비하며 제가 가장 궁금했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혹시 취업을 준비하며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얕은 식견이지만 최대한 준비해서 답변드리겠습니다.


홍준
홍준
인사를 배우고, 배움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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