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업무를 하다 보면 조금 이상한 말을 동시에 듣게 됩니다. 회사는 ‘뽑을 사람이 없다’고 말하고, 구직자는 ‘갈 곳이 없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최근에는 두 말 모두 현재의 채용 시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기업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한 명을 채용하더라도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구직자들은 영어 점수를 만들고, 자격증을 따고, 인턴과 프로젝트 경험을 쌓으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도 2년, 3년씩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기업은 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고, 구직자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서로가 원하는 조건의 차이가 커지면서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미스매치 역시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업과 JD, 페르소나 등를 논의하다 보면 이러한 간극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요구되는 후보자의 모습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 업계 경험 보유 / 즉시 업무 수행이 가능한 수준의 직무 전문성
업무 유관 전공
특정 기술 또는 시스템 사용 경험
동일 직무 경력 N년 이상이면서 지나치게 잦지 않은 이직 이력
업무상 자유로운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
리더십 또는 조직관리 경험
해외근무 가능자
회사가 책정한 연봉 범위에 부합
각각의 조건만 놓고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건들이 하나의 후보자에게 동시에 적용되는 순간, 실제 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유니콘에 가까워집니다.
채용담당자로서는 후보자 풀이나 실제 지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고 말씀드리게 됩니다. 그럼에도 현업에서는 시장 어딘가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후보자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보자 풀이 제한적이라는 데이터를 제시해도 기준은 쉽게 조정되지 않고, 결국 채용 기간이 길어집니다.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기대 수준은 오히려 높아지고, 다시 적합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이 사람에게 기대하는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복적이거나 정형화된 업무를 AI가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은 사람에게 단순한 업무 수행 이상의 역할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하고, 협업하며, AI까지 활용해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직무 경험이나 전문성뿐 아니라 어학, 자격증, 프로젝트 경험, AI 활용 역량까지 더 많은 요소를 갖춘 지원자를 기대하게 됩니다.
구직자 역시 더 많은 스펙과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더 나은 보상과 근무환경,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기업을 기대하게 됩니다.
결국 기업은 더 좋은 지원자를 원하고, 구직자는 더 좋은 기업을 원합니다. 양쪽 모두의 기준이 높아질수록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접점은 오히려 좁아지고, 채용시장의 미스매치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이러한 미스매치를 새롭게 만든 원인이라기보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의 기대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면서 이미 존재하던 간극을 더욱 빠르게 벌리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구직자의 기대가 모두 높아지는 상황에서 포지션을 채우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채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먼저 살펴보려고 합니다. 적합한 지원자를 찾기 어렵다면 채용 기준이 시장과 맞지 않는지, 적합한 후보자에게 제대로 도달하고 있는지, 혹은 우리 회사가 그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는지 채용 과정 전반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따라 채용 기준부터 인재를 찾는 방식, 채용 브랜딩까지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1. 시장에 맞는 채용 기준 만들기
현업과 JD를 논의할 때는 실제 지원자와 후보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인재가 시장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확인합니다.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면 Must-have와 Nice-to-have를 구분하고, 경력 연차나 산업 경험 등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검토합니다. 사람이 없다고 결론짓기보다 왜 찾기 어려운지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2. 외부 채용만을 답으로 두지 않기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외부 채용만을 전제로 보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조직 전체의 인력 현황을 살펴보고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거나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성원이 있는지도 함께 검토합니다. 내부 이동이나 육성 등 다른 가능성까지 살펴보면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3. 기다리지 않고 필요한 인재를 찾아가기
공고를 올리고 적합한 지원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필요한 인재가 어떤 산업과 직무에 있는지 후보자 풀을 확인하고, 타깃을 구체화해 직접 소싱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교, 관련 학회 등 필요한 인재가 모여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잠재 지원자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습니다. 어떤 경로에서 적합한 지원자가 유입됐는지, 반복적으로 충족되지 않는 조건은 무엇인지도 살펴보며 다음 채용의 기준과 방법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4. 좋은 인재에게 선택받을 이유 만들기
기업이 지원자를 선택하는 것만큼 지원자 역시 기업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채용 홈페이지와 콘텐츠를 직접 개선하고, 캠퍼스 리크루팅 등 구직자와 만나는 접점을 확대하며 우리 회사와 직무를 알리는 채용 브랜딩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채용 과정에서의 안내와 커뮤니케이션 역시 하나의 후보자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을 찾는 것뿐 아니라 그 사람이 우리 회사를 선택할 이유를 만드는 것까지 채용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만으로 채용시장의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의 채용 관행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고용정책,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하는 제도적 지원 등 보다 큰 차원의 변화도 함께 필요합니다.
기업과 구직자의 간극이 커지는 지금, 서로의 기준을 낮추기보다 서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만들어가는 것이 채용담당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