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들이 질문을 안 해요

주니어들이 질문을 안 해요

AI가 답을 주는 시대, 선배의 자리_Offpiste PIONEER 3기, 그 여덟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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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
장세훈Sep 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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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정 중에 AWS 오피스를 방문했다. 거기서 한 시니어 개발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15년 전쯤 연구원이던 시절에는 연구가 한번 시작되면 2~3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일을 한 달이면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매우 공감되었다. 오래 걸렸지만, 그 시간이 자신을 지금 이 자리에 서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 오류를 찾고, 고민하고, 다시 시도하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AI가 오류를 찾고, 수정하고, 최적의 안을 내놓는다.

업무의 효율이 늘었으니 좋은 일이다. 몇 년, 몇 개월 걸릴 일이 한 달이면 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무언가가 같이 사라졌다. 길을 헤매며 찾던 시간이다. 그 시니어를 지금 자리에 세운 건 완성된 연구가 아니라, 오류를 찾고 고민하던 경험의 시간이었다.

AI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최근의 주니어들은 그 시간을 거치지 않고 결과에 도달한다. 그리고 AI가 내놓은 안을 최적의 안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AI의 성능이 좋아지니 99%까지는 정확할 수 있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 문제는 그 1%를 알아보려면, 정확히 그 헤매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쓴 창업 프로젝트에서 이걸 직접 느꼈다.

1차 서류가 통과되고 발표 준비에 들어갔다. 발표자가 자료를 만들어 왔는데, 열어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AI를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프레임이었다. 형식은 훌륭했다. 구조가 반듯하고, 문장이 매끄럽고, 빠진 항목이 없었다. AI가 잘 만들어 줬다.

그런데 내용과 순서가 아쉬웠다.

과제로 제출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자료였다. 사업계획서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건 공모전이었다. 경쟁이 있는 자리에서는 무엇을 강조할지가 명확해야 하고, 무엇을 먼저 말할지도 달라야 한다. 심사위원은 모든 항목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차이를 AI는 물어보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같은 도구를 써도 갈리는 지점이 있다. AI가 만들어 준 결과물을 한 번 검토하고 내느냐, 그대로 내느냐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개 경험치에서 온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아야 검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쉬운 부분에 코멘트를 남겼다. 이 항목이 왜 앞으로 나와야 하는지, 이 내용은 발표 자료에서 왜 제외해도 되는지. 답을 준 게 아니라 순서와 무게를 짚어 준 것이다.

강의를 들으며 여러 강사들에게 반복해서 듣는 말이 있다. AI는 적당히 잘하는 방식을 알려준다는 것.

개발자들도 이제는 손코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류도 AI가 찾고 고친다.

AWS 시니어가 2~3년 동안 하던 일을 지금은 도구가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 기획 1명과 개발 10명이었다면, 지금은 AI로 인해 기획 2명과 개발 1명이면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AI가 내놓는 건 평균적으로 옳고, 대체로 무난하며, 어디에 내놓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 답이다. 예전 같으면 며칠 걸릴 일을 몇 분에 끝낸다.

하지만 이 조직에 먼저 있었던 사람, 이 직무를 먼저 해 본 사람, 이 도메인에 먼저 발을 들인 사람이 아는 것까지는 자세히 알려주지 못한다. 여기서는 무엇이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지난번에는 왜 그게 문제가 됐는지.

물론 나도 요즘 AI에게 물어보고 만들어 달라고 한다. 어린 친구들이 쓰는 방식을 보며 배우고 있다. 속도는 내가 따라갈 수 없다. 다만 답을 받은 뒤에 한 번 더 보는 습관만은, 아직 내가 낫다고 생각한다.

회사 안에서는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고, 주니어는 그때마다 자주 사용하는 AI를 연다.

주니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AI는 이미 모두가 쓰고 있고, 무엇보다 편하다. 거기에 하나가 더 있다. 선배들에게 물으면 내가 부족한 사람처럼 그들에게 보일 수 있지만, AI에게 물어서라도 알고 있으면 잘 한다고 생각할꺼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AWS 시니어 개발자도 요즘 주니어나 신입직원들이 질문을 잘 안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생긴다고 했다.

AI가 아는 건 문서로 남은 일부에 불과하다. 아직은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는 게 많다. 그게 사무실에 출근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주니어에게는 시니어가 되기까지 새롭고, 어렵고, 어색한 상황이 계속 찾아온다. 시니어에게는 몇 번째인 일이, 누군가에게는 처음일 수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이렇게 해도 나중에 문제가 없을지. 이 판단은 문서에 적혀 있지 않다. 그 회사에서 그 일을 먼저 겪어 본 사람의 머릿속에 있다.

그런데 지금, 처음을 맞은 그 주니어는 옆자리 시니어가 아니라 AI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AI는 답을 준다. 망설임 없이, 표까지 그려서. 그 답은 대체로 맞다. 다만 우리 회사가 지난번에 그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모르고, 이번에 그렇게 하면 누가 곤란해지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런 건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경쟁력의 축이 기술에서 사고로 옮겨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 일을 겪으며 그 말이 실감났다.

만드는 일은 점점 도구가 한다. 남는 것은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만들어진 것이 맞는지 판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판별력은 헤매 본 시간에서 온다.

주니어 때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틀려 보고 실패해 봐야, 나중에 틀릴 수 있다고 말해 주는 시니어가 된다.

대표님 회사의 주니어들은, 요즘 누구에게 묻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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