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행하지 않는 사람을 탓하지 말라. 실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문화와 시스템을 점검하라.”
우리는 조직 안에서 일하면서 냉소적인 사람, 비관적인 사람, 낙관적인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 주도적인 사람. 우리는 조직 안에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난다.
냉소적인 사람은 “문제가 있는데 왜 아무도 해결하지 않지?”라고 말한다.
비관적인 사람은 “문제가 있는데 나는 못 해.”라고 한다.
낙관적인 사람은 “문제가 있지만 나는 해낼 수 있어.”라고 믿는다.
책임감 있는 사람은 “문제가 있으면 내가 도울게.”라고 제안한다.
주도적인 사람은 “문제가 있어서 지금 해결 중이야.”라고 말한다.
이 성향들은 정말 타고나는 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모든 것들이 이미 선천적 요인과 성향으로만 결정된다면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좋은 사람을 선발하고 모아놓는 것만으로 끝나게 되는걸까?
모든 리더는 “우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주도적인 사람을 원해요.” 라고 말한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보자. 그렇게 말하는 조직은 정말 ‘주도적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주도적인 사람은 단순히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주도적인 사람은 실행을 이미 시작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실행은 개인의 성향이나 책임감만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둘러싼 시스템, 문화, 리더십 구조가 주도성을 만드는 환경이다. 주도성은 개인의 내재된 성향이라기보다 환경적 자극과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조직구성원이 특정 문제에 어떻게 반응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나가는가는 고정된 성격보다 조직 내 구조와 상호작용 방식 즉 피드백과 평가, 소통의 방식 등에 의해 훨씬 더 강하게 결정된다.
사회심리학적 연구에서도 개인의 주도성은 외부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입증되어왔다. 예컨대 심리적 안전감, 보상 시스템의 명료성, 실행 권한의 위임 수준은 구성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시도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주도적 행동을 하는 데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조직은 개인의 성향을 선발할 수는 있어도, 그 성향이 지속되게 만드는 건 전적으로 ‘환경’이다. 실행이 끊기고, 책임이 전가되고, 결과가 불투명한 구조에서는 주도성은 생존할 수 없다. 오히려 조직은 스스로 냉소적이고 방어적인 사람을 길러내게 된다.
조직은 주도적이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다. 그러나 채용 이후 그 사람의 행동은 전적으로 문화와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다. 뛰어난 사람도 혼란스러운 구조에선 무기력해지고, 평범한 사람도 명확한 구조에선 실행력을 발휘한다.
아무리 주도적인 사람을 채용해도 다음과 같은 구조에선 실행은 멈춘다: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
실행 아이디어를 내도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
리더의 의사결정이 매번 번복되거나 일관성이 없는 환경
시행착오에 대한 패널티(개인에게 부과되는)가 크고 피드백이 부재한 환경
성과를 내도 인정이나 보상(기대보상)이 일관되지 않는 구조
이런 조직 구조는 개인에게 다음과 같은 ‘학습된 무기력’을 남긴다.
말해봤자 바뀌지 않는다
해봤자 인정받지 못한다
잘해도 돌아오는 것이 없다
나서면 책임만 커진다
사람은 조직에서 일하는 과정과 경험을 통해 실망을 배우고, 위험에 대한 회피를 학습한다. 한두 번의 실패 경험은 냉소를 낳고, 냉소는 곧 조직 전체의 ‘실행 의지’를 마비시킨다. 결국 지속가능한 실행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도적인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문화와 시스템 설계의 문제’다. 즉 실행이 가능한 구조는 주도적 행동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다. (Hackman & Oldham)
학습된 무기력: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1967년 발표한 실험을 통해 처음 정립한 이 개념은, 개인이 반복적인 실패 경험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믿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느끼는 경험이 반복되면, 개인은 더 이상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학습된 무기력은 조직 내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태도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반복되는 실패와 무시의 결과물이다.
많은 조직이 전략을 만든다. 하지만 전략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말할 뿐, ‘어떻게 하게 만들 것인가’는 말하지 않는다. 그 ‘어떻게’를 만드는 것이 구조이며, 실행을 가능케 하는 힘이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사람은 왜 냉소적인가?”가 아니라, “이 조직은 왜 냉소적인 태도를 만드는가?”라고 질문 해야 한다. 개인의 주도성은 선천적인 성향만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습되고 형성되며, 조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주도성을 강화하는 조직의 구조적 조건은
문제제기를 보상하는 문화: 문제를 발견하고 알리는 행동이 비판받거나 무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리더십 행동’으로 인정받는다. 이는 구성원이 문제 인식과 해결 과정에 스스로를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명확한 피드백 루프: 문제제기 → 실행 → 피드백 → 개선 → 인정의 사이클이 빠르게 순환된다.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의 인정과 피드백이 주도성을 유지시킨다.
심리적 안전 기반의 리더십: “틀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시도다.”라는 메시지가 위에서부터 일관되게 전달된다. 이는 도전적 행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심리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사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구조 속에서는 냉소적인 사람도 점차 행동하게 된다. 반대로, 아무리 주도적인 사람도 잘못 설계된 조직 안에서는 멈춘다.
주도성은 단지 성격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시스템과 상호작용의 구조에 의해 형성된다.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은 개인의 주도성을 배가시키기도 하고, 냉소와 회피로 퇴화시키기도 한다.
주도성은 개인의 성향과 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시스템과 상호작용의 문제다.
주도성: 사회심리학자 Thomas & Velthouse(1990)는 인지적 임파워먼트 이론에서 주도적 행동은 개인의 동기보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맥락에 의해 촉진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Amy Edmondson(1999)의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시도하며 개선하는 행동을 더 활발히 보인다고 한다.
사람은 시스템을 이기지 못한다. 주도성은 문화와 구조에서 나온다.
조직은 태도를 탓하기 전에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문제제기, 실행, 피드백, 인정의 구조가 순환할 때 실행은 습관이 된다.
HR은 평가가 아니라 설계를 해야 한다. 실행이 가능한 구조, 행동을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리더는 전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략이 실현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이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