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AI 만능주의와 데이터 격차

중소기업의 AI 만능주의와 데이터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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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훈
허태훈Jul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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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도 AI를 도입하고 싶은데 뭘 만들어주시나요?”

최근 중소기업 경영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준비된 데이터가 있는지를 되묻는다.흥미롭게도 대부분의 경영진은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말을 멈춘다. 현재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뜨겁지만 정작 AI가 무엇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술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부족하다는 증거다.

많은 이들이 AI를 하나의 ‘만능 해결사’나 마법사처럼 여기는 듯하다. 데이터가 없어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도 심지어 기존 업무 프로세스가 엉망이어도 AI만 도입하면 알아서 모든 것을 분석하고 혁신적인 답을 내려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AI는 무(無)에서 유(유)를 창조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규칙을 학습하고 패턴을 발견하는 기술일 뿐이다. 나는 기업의 성공적인 AI 활용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데이터(Data) → 규칙(Rule) → 패턴(Pattern) → 창조(Create)와 혁신(Innovation)

지금 수많은 중소기업이 범하는 오류는 가장 첫 단계인 '데이터'를 건너뛴 채 마지막 단계인 '창조와 혁신'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관리(HR)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 회사에서 누가 핵심 인재인지 AI가 찾아내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기업들이 많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

“회사에서 말하는 핵심 인재는 누구인가?”

성과가 높은 사람인가? 협업을 잘하는 사람인가? 문제를 잘 해결하거나 조직문화를 이끄는 사람인가? 아니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인가?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AI로 인재를 찾으려면 먼저 핵심 인재를 정의하고 그 정의를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최근 3년간의 성과평가, 교육 이수 수준, 프로젝트 참여 경험, 승진 속도, 리더십 평가, 근속기간, 직무 전문성, 동료 피드백 등이 기준이라면 이 지표들을 규칙으로 만들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AI는 그 축적된 데이터 안에서 패턴을 학습해 "우리 회사의 핵심 인재 후보"를 제안할 뿐이다. AI는 마지막 과정을 도울 뿐, 처음부터 핵심 인재의 기준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핵심 인재의 정의도 없고 평가 기준도 없으며 직무 기술서나 기초 데이터도 없다. 그런데 AI가 답을 줄 것이라 믿는다. AI는 없는 기준을 만들어 주지 않으며 없는 데이터를 대신 생성해 주지도 않는다. 기준이 없으면 AI도 판단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은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5년 12월 OECD가 발표한 한국 노동시장 AI 관련 자료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약 31% 수준으로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를 단순히 자본력과 투자 규모의 차이라고 해석하지만 내가 보는 심각한 차이는 '데이터 준비 수준'에 있다.

대기업은 지난 수년 동안 ERP, HRIS, MES, CRM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여전히 엑셀 파일, 담당자 개인 PC, 사내 메신저, 혹은 종이 문서에 업무 정보가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다. 같은 AI 엔진을 가져다 쓰더라도 학습할 데이터의 품질과 양에서 이미 출발선이 다른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AI 경쟁력의 격차는 어떤 최신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느냐에서 벌어질것이다. AI 시대는 기술 경쟁의 시대가 아니라 데이터 경쟁의 시대다. 좋은 AI 툴을 비싸게 도입하는 기업보다 당장 우리 회사만의 '좋은 데이터'를 차근차근 축적하는 기업이 결국 승리한다. 데이터가 쌓여야 업무 기준이 만들어지고 기준이 있어야 규칙이 생기며 규칙이 반복되어야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패턴 위에서 AI는 비로소 새로운 통찰과 창조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AI는 혁신의 시작점이 아니라 철저한 데이터 관리가 이루어진 기업에 주어지는 결과물에 가깝다.

이제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어떤 AI를 도입할까?”가 아니라 “우리 회사는 지금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E.O.D


태훈
허태훈
전략적 사고와 실무 경험을 가진 '일' 잘하는 전문가
전략적 사고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일'잘하는 HR/ER 전문가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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