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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도 배우는 법

지고도 배우는 법

지고도 배우는 법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 팀을 결정한다
세진
김세진Aug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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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이기는 법부터 배운다.

전술을 연구하고 기술을 연습한다. 상대보다 한 발 앞서 나가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한다. 잘하는 법, 실수를 줄이는 법, 경쟁에서 앞서는 법이 많은 교육과 훈련의 중심에 놓인다.

그러나 모든 경기에서 항상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고 뛰어난 전략을 세워도, 변수와 우연은 늘 존재한다. 컨디션이 무너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패배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온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는 그다음에 생긴다. '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지가, 개인과 팀의 성장 가능성을 결정짓는다.

이기면 덮이고, 지면 드러난다

패배가 결정됐을 때, 가장 먼저 드러나는 건 실력이 아니라 태도다. 누구는 고개를 떨구고, 누구는 고개를 돌려 탓할 동료를 찾는다. 패배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다. 나와 팀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우리 팀의 문화가 어디에 기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비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겼을 때는 많은 것이 가려진다. 전술의 허점, 개인의 컨디션 난조, 어딘가 삐그덕 대던 팀워크도, 모두 다 승리라는 결과에 덮인다. ‘이겼으니 괜찮다’는 안도감이 모든 균열 위에 덧칠을 한다. 승리의 순간에는 누구도 우리 팀의 문제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려진 것들은 사라진 게 아니다. 처음부터 없던 것도 아니다. 언제든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더 큰 균열로 돌아올 수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하지만 패배는 모든 걸 드러낸다. 평소 연습을 대충 하던 습관, 체력이 준비되지 않아 후반에 급격히 떨어지는 움직임, 서로 눈치 보며 책임을 미뤘던 모든 순간들, 소통과 리더십의 부재, 팀원 간 불신의 문화가 그대로 나타난다. 패배는 아프지만, 동시에 값지다. 승리 속에는 가려졌을 진짜 문제들을, 패배는 여과 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배움이 시작된다. 이길 때보다 더 많은 인사이트가 패배에서 나오는 이유는, 패배만이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축구팀은 경기 후 영상 분석을 할 때 ‘누구의 실수'가 아니라 ‘팀의 선택’에 집중한다.
'왜 그 순간 이 패스를 선택했는지'를 질문하고 '다음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를 함께 논의한다. 패스가 빗나갔던 장면은 더 이상 실수의 증거가 아니라, ‘다음 도전을 위한 연습문제’가 된다.

반대로 어떤 팀은 패배 후 특정 선수의 실수 장면을 여러 번 되돌려 보여주며 질책한다.
'왜 저기서 그렇게 했냐'는 질문을 가장한 공격을 한다.
이런 팀은 다음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오면 ‘시도’ 대신 ‘안전’을 택한다.
실수는 줄어든 것 같지만, 동시에 공격 전개는 답답해지고, 팀 전체의 에너지는 꺾인다.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팀의 다음 모습을 결정짓는다.
같은 패배라도 어떤 팀은 '지면서 배우고', 어떤 팀은 '지면서 작아진다'.

Fail Fast, Learn Fast

스포츠팀의 패배가 그렇듯, 기업도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겪는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차갑거나, 큰 예산을 들인 캠페인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어떤 조직은 책임자를 찾느라 바쁘다. '누가 이 결정을 내렸는가?', '어느 팀이 잘못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회의실을 가득 메운다.

반대로 어떤 팀은 실패 그 자체를 복기한다. '우리가 왜 이 결정을 내렸는지', '당시 어떤 데이터와 논리를 참고했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배운 점을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설계할 때 반영한다(물론 경우에 따라, 책임자를 정확히 찾아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Fail Fast’를 외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빨리 실패하라’가 아니라, ‘빨리 배우라’는 데 있다. 최대한 빨리 시도하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지체 없이 실패를 인정한다. 그리고 그 실패에서 배운 인사이트를 곧바로 다음 시도에 반영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팀의 학습 속도가 곧 경쟁력이 된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이자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

반대로 실패를 덮어두거나 책임만 묻는 조직은 'Fail Slow'에 빠진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서로에게 드러내지 못하고, 결국 더 큰 손실을 치른다. 'Fail Fas't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학습이다.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무엇보다 빠르게 배우는 것이다.

이기는 법만큼 중요한 지고도 배우는 법

지고도 배우는 법은 결국 심리적 안전감과 학습 태도에서 비롯된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어야 실패가 성장이 된다.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팀은 패배의 순간에도 서로의 잘못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운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다음 도전을 준비한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작은 실수도 학습의 기회로 전환된다.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우리가 이번에 배운 건 무엇일까', '이번을 계기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를 묻는 팀은 매번 한 걸음씩 더 단단해진다. 그 과정에서 선수는 다시 한번 뛸 용기를 얻고, 구성원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힘을 얻는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우리는 이기는 법을 통해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지고도 배우는 법을 통해 성장을 얻는다. 승리하는 이 순간이 지금의 성과를 증명한다면, 패배의 순간은 그다음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기는 법만 아는 팀은 일시적으로 강할 수 있다. 하지만 지고도 배우는 법을 아는 팀은 오래도록 단단하게 존재할 수 있다.


The Other Game은 팀과 선수의 성장을 위한 경기장 밖의 또 다른 게임을 이야기합니다.

스포츠에는 본게임 외에도 반드시 임해야 할 리더십, 팀워크, 팀 문화, 피드백, 마인드셋의 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경기력은 물론, 개인과 팀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세진
김세진
The Other Game
스포츠씬에서의 또 다른 게임, 리더십과 마인드셋에 대하여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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