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 공유에 관한 학술적 연구가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이를 조직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하지 못한다면 그저 서가에 쌓인 책에 불과할 것이다. 최근 10년간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서 자주 든 생각은, 이론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글에서는 조직의 다양한 층위에서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실무적 전략과 그 성공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식 공유 연구의 초기에는 매우 이론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많았었다. 하지만 점차 실제 사례를 분석하는 방향을 보여주었는데. 초기에는 조직 안에서 지식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수리적으로 모델링하는 연구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인터뷰나 설문조사 같은 다양한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 환경에서의 지식 공유에 대한 연구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방법도 더 정교해졌는데, 예전에는 개인 수준만 분석했다면, 이제는 개인, 팀, 조직 전체를 함께 보는 다층적 접근이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이론을 사용해 지식 공유를 설명하려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이론은 '계획된 행동 이론'으로, 사람들이 왜 지식을 공유하는지 설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여기에 '사회적 교환 이론'을 더해 신뢰와 상호 도움이 공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흐름이 포착되었다. '능력-동기-기회' 구조는 조직이 어떻게 지식 공유를 지원하는지 보여주고, '사회적 자본 이론'은 인간관계가 지식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특수한 상황, 예를 들어 위기 상황에서의 지식 공유나 조직 문화의 영향을 분석할 때는 다른 이론들도 사용되곤한다. 최근에는 기술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사회기술적 관점'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지식 공유가 조직 성과로 이어지는 여러 경로가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심리적 요소가 중요했다. 지식 공유에 만족하고, 공유하고 싶은 의향이 있으며,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더 많은 지식을 공유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확인된다. 조직 차원에서는, 개인들의 지식 공유가 조직의 지식 관리 시스템을 통해 혁신과 재무 성과로 연결되는것을 확인하는 연구들이 있었다. 리더의 지원이 직접적으로 동료 간 지식 공유를 촉진하며, 협력적이고 혁신적인 조직 문화가 암묵적 지식 공유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 팀 차원에서는, 프로젝트 단계에 따라 지식 공유 방식이 변화하는것이 포착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다가, 나중에는 '통합'하고, 최종적으로는 '역할 모델링'으로 발전해 간다. 팀이 자신들의 활동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반성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지식공유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협업 기술이 가상 환경에서의 지식 공유를 도울 수 있지만, 그 효과는 기술이 업무에 얼마나 적합한지, 조직이 얼마나 지원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흥미롭게도, 조직의 학습 지원이 너무 강할 경우 오히려 지식 이전의 효과가 줄어든다는 연구도 확인되었다.
지식 공유는 대체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혁신, 팀 효과성, 경쟁 우위 등 긍정적인 성과와 연관되어 있지만, 앞에서 밝혔듯이 이 관계는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조직 특성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지식 이전이 도움이 되기도, 영향이 없기도, 심지어 해가 되기도 한다. 모든 지식이 같은 방식으로 공유되는 것은 아니다.암묵적 지식(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노하우)과 명시적 지식(문서화된 정보)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유된다. 명시적이진 않지만 많은 경우 개인에게 내재되어있는 암묵적 지식의 공유에는 이타심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규범과 공유 의지가 중간 역할을 한다. 개인의 의지 또는 심리적 상태도 중요한 조직 문화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족 같은 분위기나 혁신을 중시하는 문화는 지식 공유를 촉진하지만, 경쟁적인 조직 문화는 오히려 지식공유를 방해한다. 또한직원 행복과 지식 공유는 서로를 강화하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복한 직원이 더 많은 지식을 공유하고, 지식 공유는 다시 직무 만족도를 높여 선순환을 만든다. 기술의 역할은 복잡하다. 기업용 소셜 네트워크와 협업 도구가 지식 교환을 돕지만, 그 효과는 사용자 습관, 신뢰, 팀원 간의 친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기술만으로는 지식 공유의 사회적 장벽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연구 방법에도 몇 가지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가 여전히 주요 방법이지만, 여러 시점에서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 대상이 다양성. 초기에는 서양 국가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터키, 중국, 말레이시아, 요르단, 튀니지, 크로아티아, 베트남 등 다양한 문화권으로 확대되어간다.
실제 현장 데이터와 컴퓨터 모델링을 결합한 방식이 등장. 이는 연구자들이 통제된 조건에서 이론을 검증하면서도 실제 사례에 기반할 수 있게 한다.
측정 방법이 더 정교화. 지식 공유 만족도, 협력적 분위기, 가상 지식 공유 등에 대한 검증된 척도가 개발되었지만, 암묵적 지식 흐름이나 조직 수준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나름 오랬동안 연구되었던 주제임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들이 보인다.
장기 연구의 부족. 지식 공유 관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장기적인 성과 영향은 무엇인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식 공유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연구 부족. 대부분의 연구는 긍정적인 요인에 집중하지만, 실제로 지식 근로자들은 시간, 노력, 경쟁 우위 상실이라는 실질적인 비용에 직면하곤 한다. 지식을 숨기거나 보호하는 행동에 대한 연구가 유용할 수 있는데. 몇몇 저널에서 스페셜 시리즈로 또는 가끔 몇몇 연구들이 있었지만, 지식공유의 부정적 측면과 같이 새로운 시각에서의 연구는 많지 않다. 특정 조건에서 지식 이전이 성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고. 경쟁 우위를 위한 지식 독점과 조직의 공유 압박 사이의 갈등도 더 연구해볼 가치가 있어보인다.
상황적 조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 지식 공유의 영향은 직무 특성, 산업 유형,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제한적이다.
다양한 수준(개인-팀-조직)의 통합 연구가 부족하다. 개인의 지식 공유 행동이 어떻게 팀 성과로 모이고, 이것이 다시 조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심도있는 연구들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개인-그룹-조직 사이에 이를 중간에서 이어줄 중간단위의 이론의 필요성이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조직 환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근무로의 전환, 가상 지식 공유의 장기적 효과, 조직 관행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장기간의 봉쇄 기간 동안 창의성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는, 지식 집약적 업무에서 가상 환경이 대면 상호작용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들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다양한 수준(개인-팀-조직)의 통합 연구가 부족한 점은 실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어떻게 개인의 지식 공유 행동이 팀 성과로 모이고, 이것이 다시 조직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Freedom & Responsibility Culture)'는 이러한 통합적 접근의 좋은 예다. 넷플릭스는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이를 조직의 성과와 연결하는 독특한 문화를 구축했다. '완전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 원칙에 따라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 과정을 구성원들에게 공개하고, '맥락이 아닌 통제(Context, Not Control)'라는 접근으로 리더가 세부적인 업무 방식을 통제하기보다 큰 맥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태럼(Talent Density)'이라 불리는 고밀도의 인재 환경을 조성하여 지식 공유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개인의 지식 공유 행동을 팀과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제공했다.
결국 조직 내 지식 공유와 성과의 연결은 단일 차원의 접근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개인의 심리적 메커니즘, 팀 수준의 공유 과정, 조직 문화의 영향, 그리고 기술의 역할이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산업 특성과 환경 변화를 고려한 맥락화된 접근이 필요하며, 지식 공유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인식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조직은 지식 공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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