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체계 단순화에 따른 인사제도의 변화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컨설팅, no1gsc@naver.com)
직급에서 역할과 직무 중심 HR로의 전환
직급을 줄이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인사관리의 기준이다.
기존에는 "과장이므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새로운 체계에서는 직무를 중심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어느 수준의 책임을 수행하는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직무별 Role Profile을 만든다. 예를 들어 인사담당자라면 HR Assistant, HR Specialist, HR Partner, HR Leader처럼 역할을 구분할 수 있다. L2 직원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L2 안에서도 전문성과 책임범위가 다를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직급 3단계와 역할 4~5단계를 조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급은 L1~L3으로 단순화하고 Role Level은 R1~R5로 운영한다.
이렇게 하면 "직급은 같지만 역할은 다르다"는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
직무기술서도 다시 작성해야 한다. 기존 직무기술서에 "대리급 경력 3~5년"이라고 적혀 있다면 이를 "연간 3개 이상의 핵심과제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처럼 역할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보상체계의 변화
직급 단순화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보상이다.
직급이 9개에서 3개가 되면 기존 직급별 급여표도 재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대리급 급여범위가 4,500만~5,500만원, 과장급이 5,300만~6,500만원이었다고 하자. 두 직급을 하나의 L2로 통합하면 L2의 급여범위가 4,500만~6,500만원으로 지나치게 넓어진다.
이때 단순히 하나의 급여밴드를 만들면 내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Pay Band 안에 Midpoint와 Range를 설정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L2의 연봉범위를 4,500만~6,500만원으로 설정하고 개인의 역할수준, 성과, 역량에 따라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승진과 임금인상을 분리해야 한다.
과거에는 과장 승진과 동시에 연봉이 500만원 증가했다면, 직급을 단순화한 이후에는 역할 확대나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실무적으로는 연봉 조정률을 0~8% 범위에서 성과와 Pay Position에 따라 차등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직급 통합으로 승진 가급이 사라져 임금 삭감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제도 변경 전후의 개인별 연봉 영향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인사운영 프로세스의 변화
직급이 단순해지면 인사발령 방식도 바뀐다.
과거에는 "대리 승진자 50명"이라는 방식으로 인사를 발표했다. 앞으로는 "L2 승급자 50명" 또는 "Senior Role 부여자 50명"처럼 역할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용도 마찬가지다. 대리급 경력 5년이라는 조건보다, 독립적인 프로젝트 수행 경험 3년처럼 역할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평가도 직급별 평가표를 없애고 역할별 기대수준을 설정한다.
승진도 ‘몇 년 근무했는가?’보다 ‘상위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HR 시스템의 기준정보도 변경해야 한다. 인사카드에 부서와 직급만 저장하지 말고 직급, Role Level, 직책, 직무, 전문분야를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1명의 직원에게 L2 / Role Level 4 / 평가 / HR이라는 4개의 정보가 연결될 수 있다.
제도 변화의 실행과 구성원 수용성 확보
직급체계 단순화를 하는 목적은 수평적이고 유연한 소통과 조직문화 개편도 있지만, 인사의 방향과 원칙을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이다. 직급체계 개편은 제도 수립도 중요하지만, 전 직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직급체계 개편은 사전 준비 단계부터 현업 조직장과의 취지와 설계 방향, 타사 동향, 파급 효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좋다. 개인별 Mapping과 보상/평가/승진 제도의 변화를 설명한다. "내 직급은 어떻게 바뀌는가.", "내 연봉은 어떻게 되는가.", "다음 성장단계는 무엇인가.", "승진은 어떻게 되는가.", "평가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0명 조직이라면 HR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는 대신 20~30명의 관리자에게 먼저 교육하고, 각 관리자가 소속 직원에게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제도 시행 후 3~6개월 경과 후 직원 설문 조사를 통해 제도 이해도, 성장경로 명확성, 평가 공정성, 보상 이해도를 5점 척도로 측정한다. 예를 들어 시행 전 이해도가 2.8점이었다면 6개월 후 4.0점 이상을 목표로 할 수 있다.
결국 직급 단순화는 인사제도의 축소가 아니다. 직급 중심 HR을 역할·직무·성과 중심 HR로 전환하는 작업이며, 성과 중심의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