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행복과 우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출발해,
멘탈헬스테크 팀을 운영하고 있는 SYMPLE의 김민수입니다.
첫 글로 인사드립니다 :)
위 질문은 제가 직장인의 마음건강을 다루는 과정에서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회사에서 맛있는 점심과 좋은 사무실을 제공하고,
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해서 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행복에는 가족, 친구, 경제적 상황, 건강, 삶의 목표처럼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직원의 행복에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요?
저는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직장’을 이야기할 때 종종 복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좋은 사무실, 충분한 간식, 리프레시 휴가, 유연근무제, 상담 지원 같은 것들입니다.
물론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원의 행복을 결정하는 경험은 훨씬 일상적인 곳에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는가.
내 의견을 이야기해도 괜찮다고 느끼는가.
잘한 일을 인정받고 있는가.
업무량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힘들다고 이야기했을 때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
그리고 퇴근한 뒤에는 정말 일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직원의 행복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보다 평범한 화요일 오후에 더 잘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저는 여기서 행복의 정의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조직이라고 해서 직원들이 매일 즐거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은 원래 어느 정도 힘듭니다.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려면 스트레스도 받고,
때로는 실패하고, 동료와 의견이 충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직에서의 행복을 단순히 긍정적인 감정의 양으로만 바라보면
이상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힘든 순간이 있어도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 상태’에 관심이 있습니다.
일 때문에 힘든 날이 있어도 회복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이야기할 수 있고,
내가 이 조직에서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보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행복한 조직은 스트레스가 없는 조직보다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회복할 수 있는 조직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조직이 어려워질수록 직원 행복에 관한 이야기는 종종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지금은 성과를 내야 할 때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회사가 성장해야 직원도 있는 것 아닌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회사의 존재 목적이 직원 개개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데 성과와 행복을 완전히 반대편에 놓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성과는 결국 사람이 만듭니다.
계속 지친 사람은 집중하기 어렵고,
조직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게 되며,
성장 가능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기회를 찾기 시작합니다.
특히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괜찮은 것도 아닙니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힘들어도 일을 끝낼 수 있고,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일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성과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사람의 상태가 괜찮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직원의 행복을 챙기는 일은 ‘직원에게 잘해주는 것’이라는 관점만으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직원들은 행복한가요?”
이 질문은 너무 방대합니다.
대신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 조직에서 회복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가?
특정 팀에서 업무 부담이나 관계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가?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 조직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지는 않았는가?
구성원들은 힘들다는 사실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를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있는가?
연 1회의 조직문화 설문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상태는 1년에 한 번만 변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가 몰리는 달도 있고, 평가 기간도 있고, 새로운 리더가 오기도 하고, 조직개편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직원의 행복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평균적인 만족도 점수만큼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회사가 직원의 행복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삶에는 회사가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적어도,
일 때문에 지속적으로 무너지는 환경을 만들지 않을 수 있고,
힘들다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을 수 있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발견하는 조직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성원이 자신의 일을 통해 의미와 성장, 관계와 성취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 행복에 관한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가?”
보다
“우리 회사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힘들 때 회복하고, 좋은 성과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인가?”
행복을 직접 만들어줄 수는 없어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은 설계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회사가 직원의 행복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책임일지도 모릅니다.
독자분들께도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반대로 회사가 직원의 행복을 위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