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우리는 직원이 퇴사할 때 ‘사직서만 받으면 문제가 없다’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의사를 번복하거나 사직일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법적 이슈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놓칠 수 있는 사직의 효력 발생 시기를 비롯하여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1. 사직서 제출과 사직의 효력 발생 시기
(1) 사직 의사표시의 법적 성질
사직의 의사표시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 의사, 즉 퇴직의 의사를 밝히는 것(해약의 고지)을 말합니다. 이는 근로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이므로,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즉, 사용자에게 도달한 때에는 근로자는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습니다.
반면, 사직의 의사표시는 ‘합의해지의 청약’으로서의 성격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이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관계 합의해지 청약을 하면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승낙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합의해지의 청약은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근로자에게 도달하는 시점에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므로, 근로자는 승낙의사를 고지받은 이후에는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습니다.
(2) 해약의 고지와 합의해지 청약의 구분
살펴본 바와 같이 해약의 고지인지 합의해지 청약인지에 따라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는 시점이 달라지므로 둘 간의 구분은 중요합니다.
여기서 사직의 의사표시가 해약의 고지인지 합의해지의 청약인지는 사직서의 기재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며,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는 일방적인 근로계약의 종료의 통보로서 ‘해약의 고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회사의 사직서 양식에는 수리나 승인을 구하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고, 회사 역시 사직서를 검토하고 수리하는 과정을 두고 있어서 실무적으로는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보아야 하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안전한 근로자 퇴직 관리를 위해서는 합의해지 청약으로 보아, 회사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한 시점, 즉 ‘사직서가 수리되었다고 근로자에게 통보된 시점’에 사직의 효력이 발생함을 전제로 퇴직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사직의 효력과 사직일
살펴본 바와 같이 사용자가 사직서를 수리한 날에 사직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당사자간에 계약종료시기에 관한 특약(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이 있다면 그 시기에 계약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고, 만약 사용자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거나 계약종료시기에 관한 별다른 특약이 없다면 민법 제660조의 규정에 따라 다음 2가지 경우로 나누어 판단할 수 있습니다.
☞ 근로자로부터 {계약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 임금을 일정한 기간급으로 정하여 정기일에 지급하고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로부터 {계약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1임금지급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발생
예컨대 임금기산일이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인 회사에서 근로자가 6월 15일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면, 당기(6월 1일 ~ 6월 30일) 후의 1기(7월 1일 ~ 7월 31일)가 지난 8월 1일에 퇴직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2. 사직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무 쟁점
(1) 사직서 미제출과 구두 사직의 효력
근로자가 퇴사하겠다고 구두로 통보하고 연락이 두절되거나,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두로 한 사직 의사표시도 충분히 효력은 인정됩니다. 다만, 구두로 사직의사를 표시한 후 그 의사를 번복하기도 하고, 사직의사를 번복하지 않더라도 사직일을 언제로 해야 하는지, 고용보험 상실신고 시 퇴직사유를 무엇으로 신고해야 하는지 등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급적 사직서를 제출받아 사직 의사와 퇴직일을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사직의사의 철회 가능성
근로자가 사직서를 낸 뒤 마음이 바뀌어 철회를 요구하는 경우, 철회가 가능한지는 그 사직이 해약의 고지인지, 합의해지의 청약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약의 고지라면 사용자가 통보를 받은 때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므로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직의사를 철회할 수 없습니다. 반면, 합의해지의 청약이라면 사용자의 승낙이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전에는 사직의사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직서 수리 통보 이전에는 근로자가 사직의사를 철회할 수 있고, 유효하게 철회되었음에도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종료하면 해고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회사는 사직서를 접수하였다면 수리 여부와 퇴사일을 신속하게 확정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명확히 통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즉시 퇴사 통보와 무단결근
근로자가 "오늘까지만 근무하겠습니다"라고 통보한 뒤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해서 곧바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것처럼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 민법 제660조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나야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고, 그 전까지 근로자의 근로 제공 의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따라서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출근하지 않은 기간은 무단결근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으로 계산되므로, 이 기간에 무단결근이 포함되면 평균임금이 낮아져 퇴직금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물론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무단결근을 반영한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보아 계산하므로 실제 퇴직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4) 퇴직일 변경과 조기 퇴직 처리
직원이 사직서에 기재한 퇴직일보다 앞당겨 수리하는 것은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인 ‘해고’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기재한 퇴직일을 앞당기려면 반드시 근로자와 협의를 거쳐 변경된 퇴직일이 반영된 사직서를 다시 받아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