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과 갈등 대응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컨설팅, no1gsc@naver.com)
직장내 괴롭힘의 유형
직장 내 괴롭힘은 한 사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는 자존감과 업무 의욕을 잃고, 동료들은 침묵하거나 편을 가르며, 조직은 협력과 신뢰를 잃는다. 반대로 모든 지적과 업무 갈등을 괴롭힘으로 간주하면 정당한 성과 관리와 의사소통마저 위축될 수 있다.
ESG 인증을 취득하기 위한 A기업으로부터 정도경영 강의를 요청받았다. 기업입장에서는 ESG인증 취득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얼마나 환경을 보호하는가? 사람과 사회에 어떤 책임을 다하는가? 얼마나 투명하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가?’에서 기준 이상의 점수를 취득하면 된다. 7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강의안을 작성하고, 점검표를 만들어 체크하고, 강점 강화와 약점 개선을 위한 토론과 발표, 실천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영역 중 하나가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강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우리 회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은 전혀 해당 없음에 체크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사전 점검표에는 긍정응답율이 30%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 이상의 긍정응답율이 40%가 넘었다.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 기준과 주요 유형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시행되면서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법 제76조의2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판단할 때는 행위자의 의도만이 아니라 행위의 내용과 정도, 발생 경위와 반복성, 당사자 간 관계, 피해의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다수의 구성원이 한 사람에게, 또는 업무 정보와 인맥을 가진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우위를 행사하는 경우도 검토 대상이다.
주요 유형은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공개적인 모욕과 폭언,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이다.
② 업무와 무관한 심부름을 반복적으로 시키거나 수행할 수 없는 일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
③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고, 회의와 소통에서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는 행위.
④ 사적인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집단적으로 따돌리고 불이익을 암시하는 행위다.
한 번의 언행도 내용과 정도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고, 사소해 보이는 행동도 반복되면 심각한 괴롭힘이 될 수 있다.
괴롭힘과 정당한 업무 지시를 구분해야 한다.
조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업무를 지시하고 성과를 평가하며 잘못된 결과를 지적해야 한다. 업무상 필요한 지시와 피드백을 모두 괴롭힘으로 볼 수는 없다. 반대로 성과를 이유로 모욕이나 위협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납기가 늦어진 직원에게 지연 원인을 확인하고, 개선 일정과 책임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 관리다. 그러나 동료들 앞에서 인격을 모독하거나, 실수를 빌미로 반복적으로 망신을 주고 퇴사를 강요한다면 정당한 관리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판단의 핵심은 지시의 목적과 필요성, 내용과 방법, 업무상 적정한 수준인지 여부다. 같은 지적이라도 구체적인 사실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과 인격을 공격하는 방식은 다르다. 조직장은 업무의 결과뿐 아니라 지시하는 과정도 관리해야 한다. 근로자 역시 정당한 업무상 요구와 부당한 대우를 구분하고,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인 행위와 상황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떻게 직장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관리할 것인가?
신고 접수부터 조사·보호·조치까지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거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사용자는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신고자의 직급이나 평판, 피신고자의 성과와 영향력이 조사 방향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 조사 담당자는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사람으로 선정하고, 필요하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응 절차는 다섯 단계로 운영할 수 있다.
첫째, 신고 내용을 접수하고 발생 시기와 장소, 행위, 관련자 및 자료를 확인한다.
둘째, 조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나 접촉에 따른 부담이 예상되면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필요한 보호조치를 검토한다.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셋째, 당사자와 참고인을 개별적으로 면담하고 이메일, 메신저, 업무기록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해 진술의 신빙성과 사실관계를 검토한다.
넷째, 조사 결과에 따라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고,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보호조치를 시행하며 행위자에게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한다.
다섯째,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를 기록하고 재발 방지 여부를 점검한다.
조사 중에는 신고자와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도 정당한 사유 없이 관련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피신고자에게도 구체적인 사실을 알리고 소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단정하거나, 반대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신고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신속함과 공정함은 함께 지켜야 할 원칙이다.
갈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재발을 막는 조직관리가 필요하다.
괴롭힘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전에 조직에 여러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특정 팀의 잦은 퇴직과 결근, 반복되는 부서 이동 요청, 회의에서의 침묵, 특정 관리자에 대한 지속적인 불만은 점검이 필요한 신호다. 물론 이런 현상만으로 괴롭힘을 단정할 수는 없다. 업무량과 리더십, 조직 운영상의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는 책임은 어느 한 사람에게만 있지 않다. 경영진은 원칙을 세우고, 인사부서는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며, 조직장은 일상에서 존중하는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근로자도 동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