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면, 이번이 다섯 번째 도전이었습니다.
컨설팅 경험과 팀 프로세스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며 글감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저로 전공 도서도 한 권 냈고요. 그런데 제 이름으로 된 책을 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시작했다가 멈추기를 네 번 반복했습니다.
작년 10월, 우연히 강원국 작가님의 '직장인의 글쓰기' 특강을 들었습니다. PPT 한 장 없이 A4 두 장으로 강의를 하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제 마음을 흔든 건 책을 쓰게 된 계기였습니다. 청와대 연설비서관 시절, 대통령께서 '여기서 경험한 것을 책으로 써서 후배들에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 그걸 하지 않는 건 배임이다'라고 하셨답니다. 그 말이 『대통령의 글쓰기』가 되었다고요.
그날 결심했습니다. 다시 써보자고.
작가님이 강조하신 또 하나는 나만의 글쓰기 환경과 루틴이었습니다. 이 조언이 다섯 번째 도전을 완주하게 해준 열쇠가 되었습니다.
목차를 짜고 주제별로 써 내려갔지만, 전체 흐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이어 쓰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때 추천사를 써주신 박찬구 코치님이 스크리브너를 알려주셨습니다. 소설가와 시나리오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글쓰기 전용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고민은 시간만 늦출 뿐이라 바로 유료 결제를 하고 사용법 책도 한 권 샀습니다. 폴더로 원고를 나누고 참고문헌 각주를 다는 정도, 몇 가지 기능만 써도 충분했습니다. 도구를 바꾸니 흐름이 보였습니다. 이때부터 글 쓰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안 쓰는 노트북 하나쯤은 있으시죠? 저는 가끔 들고 다니던 MS 서피스를 깨끗이 정리하고 스크리브너와 오피스 프로그램만 설치했습니다. 규칙은 하나였습니다. 서피스를 켜면 작은 주제 하나(A4 약 3매)는 무조건 쓴다. 강의 비수기인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출판사가 정해지고 이듬해 3월까지, 서피스를 정말 줄기차게 켰습니다. 신기하게도 한창 쓸 때는 서피스를 여는 순간 글감이 떠올랐습니다.
행동심리학의 ABC 모델에 따르면, 행동은 그 앞에 놓인 선행요인(자극과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저에게는 스크리브너와 서피스가 그 선행요인이었습니다. 서피스를 켠다는 행동 자체가 "이제 글을 쓸 시간"이라는 신호가 된 것이죠. 환경과 신호가 의지를 더 탄탄하게 했습니다.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혹시 지금 주저하고 계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나보다 더 많이 아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책을 쓴다는 게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 현장에서 겪은 일들을 나만 알고 있는 것이야말로 배임일 수 있겠다고요. 그렇게 용기를 낸 결과가 이번에 나온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리더 수업』입니다.
지금 같은 이유로 망설이는 분이 계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경험을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은 배임입니다. 그 이야기를 세상과 나눠 주시겠어요?
#AI시대를살아가기위한최소한의리더수업 #최소한의리더수업 #비즈니스북스 #윤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