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팀장은 권한은 없는데 해야 하는 건 많아서 힘들어요. 예전 팀장님들은 예산도 많고, 힘도 세고, 일도 많이 안 했던 것 같은데...” 최근 팀장들에게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가 들은 말입니다. 농담처럼 편하게 나온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는 꽤 많은 답답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저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랬지. 내가 보았던 예전의 팀장님들도 그랬었지. 요즘 팀장은 일하기 정말 힘들지.’
제가 직장생활을 하며 보았던 예전의 팀장님들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뽑고 배치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고, 평가와 승진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지금보다 넉넉했고, 정보 역시 팀장에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팀원 입장에서 팀장은 상당한 권한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채용은 인사부서와 회사의 TO에 따라 결정되고, 평가와 보상도 정해진 제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좋은 성과를 낸 팀원에게 보상을 더 해주고 싶어도 팀장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팀원의 복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도 회사의 기준과 예산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런데 책임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성과를 내야 하고, 팀원을 성장시켜야 하고, 조직문화도 관리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몰입도 챙겨야 하고 세대 간 갈등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팀장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책임은 있는데 권한은 없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몇몇 팀장들의 하소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Wong과 Laschinger는 일선 관리자들이 넓어진 관리 범위와 복잡한 역할을 떠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 권한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높은 업무 요구에 비해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 재량권(decision latitude)’이 부족할수록 관리자의 직무 긴장이 높아지고, 이는 소진과 낮은 조직몰입, 높은 이직의도와 관련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만난 팀장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느꼈던 피로감이, 데이터로도 이미 확인된 현상이었던 셈입니다.
이런 팀장들에게 “그래도 리더니까 잘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팀장이 느끼는 권한의 부족은 실제적인 문제입니다. 조직도 이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임을 부여했다면 그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권한과 자원, 그리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재량도 함께 주어야 합니다. 책임만 늘리고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팀장은 결국 위와 아래의 요구를 전달하고 처리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권한은 적어졌지만 영향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팀장이 연봉을 결정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팀원의 좋은 성과를 언제,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는 결정할 수 있습니다. 승진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 새로운 업무와 성장의 기회를 줄 것인지는 상당 부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복지제도를 바꿀 수는 없지만 팀원이 존중받으며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예산을 늘릴 수는 없더라도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지는 팀원들과 함께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작아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팀원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리더십은 거창한 제도보다 이런 일상적인 순간에서 만들어집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나 들어주는지, 잘한 일을 알아봐 주는지, 어려울 때 보호해 주는지, 성장할 기회를 주는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말해주는지. 팀원은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팀장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팀장에게는 과거와 조금 다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리더십이 ‘내가 가진 권한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리더십은 ‘제한된 권한 속에서 어떻게 영향력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권한은 조직이 줍니다. 하지만 영향력은 리더가 만듭니다. 신뢰를 쌓는 것, 좋은 질문을 하는 것, 필요한 순간에 피드백을 주는 것,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것, 팀이 집중해야 할 것을 명확히 하는 것, 어려운 순간에 책임지는 것. 이런 행동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팀장의 영향력이 만들어집니다.
물론 이것이 회사가 해야 할 일을 팀장 개인의 리더십으로 해결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조직은 조직대로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팀장에게 요구하는 책임만큼 필요한 권한과 재량을 주고 있는가?” 그리고 팀장도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나에게 없는 권한은 무엇인가?” 아마 여러 가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그것만 바라보고 있으면 답답함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질문을 더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무엇인가?”
요즘 팀장은 분명 쉽지 않은 자리입니다. 해야 할 일과 책임은 많아졌지만 자신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제한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권한이 적어진 만큼 리더십까지 작아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 시대의 좋은 팀장은 가장 많은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제한된 권한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사람과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사람 아닐까요?

The influence of frontline manager job strain on burnout, commitment and turnover intention - Wong, C. A., & Spence Laschinger, H. K.
1. Frontline managers face increasing job demands, wider spans of control, and complex responsibilities.
일선 관리자들은 넓어진 관리 범위와 복잡해진 역할로 인해 높은 업무 요구를 받고 있다.
2. However, they may lack sufficient decision-making authority to manage those demands effectively.
반면 이러한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의사결정 권한은 갖지 못할 수 있다.
3. The study examined 159 frontline managers from 14 teaching hospitals in Ontario, Canada.
연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14개 교육병원의 일선 관리자 159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4. Higher job strain was associated with greater burnout, lower organizational commitment, and stronger turnover intention.
직무 긴장이 높을수록 소진이 증가했고, 조직몰입은 낮아지며 이직의도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 Organizations should balance managerial demands with sufficient decision latitude to help managers perform effectively and sustainably.
따라서 조직은 관리자에게 요구하는 책임과 업무량에 상응하는 의사결정 재량권(decision latitude)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