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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갑자기 멈췄다

챗GPT가 갑자기 멈췄다

사고의 핸들까지 AI에 맡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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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김진영Dec 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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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클라우드플레어 장애로 인해 챗GPT를 포함한 주요 AI 서비스들이 약 3시간 동안 작동을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기술적 오류 자체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 직후 펼쳐진 사무실의 풍경이었습니다. “자료를 검색하고 정리하느라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생각을 대신해주던 비서가 사라지니 멍해졌다”는 직장인들의 토로가 잇따랐습니다.

우리는 이 현상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도구가 사라지자 구성원의 사고(Thinking)와 업무(Working)가 마비되었다는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이라고 믿었던 성과들이 사실은 ‘AI에 대한 극단적 의존(Dependency)’이라는 살얼음판 위에 있었음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는 우리 조직의 ‘진짜 기초 체력’이 어느 수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경영진은 이제 “과연 AI가 없을 때, 우리 직원들은 온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는가?”라는 불편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해야 합니다.

리더가 경계해야 할 3가지 착시 현상

AI 도입 이후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조직의 역량이 강화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리더는 현재의 생산성이 도구에 기인한 착시 현상은 아닌지,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냉정히 점검해야 합니다.

첫째, ‘역량의 공동화(Hollowing out)’ 현상입니다. 과거 계산기의 등장으로 암산 능력이 저하된 것처럼, 생성형 AI의 보편화는 구성원의 정보 탐색 능력, 초안 작성 능력, 그리고 비판적 사고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뇌가 해야 할 인지적 노력을 도구에 떠넘기는 ‘인지적 하역(Cognitive Offloading)’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AI가 오류를 일으키거나 멈췄을 때 발생합니다. 도구의 결과물을 검증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지적 근력’을 잃어버린 직원은 위기 상황에서 순식간에 무능력해질 위험이 큽니다.

둘째, BCP(업무 연속성 계획)의 사각지대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화재나 서버 다운에 대비한 재난 복구 계획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적 도구의 부재’에 대한 BCP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특정 AI 벤더(OpenAI 등)의 서버 이슈가 곧바로 자사의 업무 마비로 이어진다면, 이는 외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공급망 관리(SCM)의 실패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는 명백한 경영 리스크입니다.

셋째, 주니어의 성장 사다리 붕괴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심각한 장기적 위험일 수 있습니다. 자료를 직접 찾고, 엉성한 초안을 다듬으며 논리를 세우는 ‘숙련의 과정’은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코스입니다. 하지만 AI가 이 과정을 건너뛰게 만들면서, 중간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결과값만 받아보는 주니어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훗날 리더가 되었을 때, 팀원이나 AI가 가져온 결과물의 맥락과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Insight)’을 과연 갖출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리더십의 대응, ‘AI 회복탄력성’을 길러라

그렇다면 AI 사용을 제한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비상시를 대비해 자동항법장치(Autopilot) 대신 수동 조종 훈련을 하는 파일럿처럼, 기업도 의존성을 관리하며 ‘잘 쓰기 위한’ 훈련을 병행해야 합니다.

우선, ‘AI 리터러시’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어떻게 프롬프트를 잘 쓸까?”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AI가 내놓은 답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사내 교육 커리큘럼에 팩트 체크(Fact-Check) 프로세스와 AI 결과물에 대한 비판적 독해 과정을 필수화하여 구성원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또한, ‘아날로그 워크데이’를 통한 사고력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마존이 파워포인트 대신 줄글 형식의 메모를 쓰게 하며 사고의 깊이를 강조하듯, 우리에게도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중요도가 높은 전략 기획 회의나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는 노트북과 AI를 잠시 내려놓고, 오직 화이트보드와 토론만으로 문제를 정의해 보십시오. 이는 구성원의 순수 사고력을 점검하고 강화하는 훌륭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내부 AI 시스템(Internal LLM) 구축을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 오픈소스 모델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자체적인 내부 AI 시스템 구축이 과거보다 용이해졌습니다. 외부 서버 의존도를 낮추고 보안성을 높이는 자체 시스템 운용은 디지털 리스크를 헤징(Hedging)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도구는 비서일 뿐, 핸들은 인간이 쥐어야 한다

이번 ‘챗GPT 먹통 사태’는 우리 기업들에게 귀한 예방주사가 되었습니다. AI는 분명 훌륭한 ‘비서’이지만, 비서가 출근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사’는 존경받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DX)은 AI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되 그 핸들은 인간이 단단히 쥐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조직이 핸들을 놓아버린 채 엔진의 힘에만 기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결국 위기의 순간, 조직을 구하는 것은 최첨단 AI가 아니라 구성원의 단단한 ‘생각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진영
김진영
비즈니스 코치
『위임의 기술』 『팀장으로 산다는 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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