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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함 vs 창의성 : 촘촘할수록 우리는 덜 창의적이되는가?

촘촘함 vs 창의성 : 촘촘할수록 우리는 덜 창의적이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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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담
코치혜담Apr 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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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해질수록 우리는 덜 창의적이 되는가

― 구조는 인간을 어떻게 재구성할까요, 그리고 AI 시대 리더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서울의 지하철과 버스는 복잡한 도시 구조 속에서도 거의 시간을 어기지 않습니다. 몇 분 간격으로 촘촘히 운행됩니다. 승객은 고도로 통제되고 예측 가능한 흐름 속에서 이동합니다. 오늘날 도시의 거의 모든 시스템은 이와 유사한 정밀함을 자랑합니다. 교통, 의료, 행정, 금융, 물류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며 단 한 치의 "느슨함"도 용납하지 않으려 합니다. 시스템이 촘촘해질수록 예측 가능성과 효율은 극대화되지만, 그 이면에서 우리는 조용히 무언가를 잃어가도 있는지도요.

공간과 제도의 정밀함, 그리고 허용 폭의 축소

과거에는 의료적 개입조차 지금처럼 세밀하지 않았습니다. 자녀가 산만하다면 유년기의 자연스러운 특성이나 다소 독특한 성격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졌고, 개인 간 집중력의 차이는 개성의 한 발현일 수 있다고 해석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초 단위로 측정되고 예측 불가능을 줄이려고 하며 비효율로, 사회적 비용으로 간주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더 빠르고 정밀한 개입을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ADHD와 같은 진단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선제적이며 사전적인 행동 교정과 의료 개입이 더 보편적인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의료적 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회를 떠받치는 구조가 촘촘해질수록, 그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해석하고 규정하는 방식 역시 촘촘해집니다. 구조적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곧 인간의 행동, 해석, 그리고 존재 방식에 주어지는 허용 폭이 그만큼 좁아짐을 의미합니다.

AI가 도입된 일터, 업무의 미립화와 판단의 표준화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인공지능(AI)이 도입된 일터에서 더욱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다소 느슨하게, 때로는 직관에 의존해 운영되던 업무들이 이제는 AI가 생성하는 결과물로 대체됩니다. 업무는 더 작은 단위로 분해되고(미립화), 더 짧은 주기로 측정되며, 더 정교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 및 관리됩니다.

표면적으로 AI는 개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개별화된 업무 지원을 제공하여 자율성을 높이는 듯 보입니다. 텍스트 초안을 눈 깜짝할 새 작성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분석해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술은 업무 과정을 미세하게 쪼개고 구성원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며, 수많은 의사결정의 순간에 '표준화된 판단'을 은연중에 강제합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성이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모든 것은 이미 프로그래밍된 거대한 구조 안에서 안전하게 재단된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바틀렛의 실험: 낯섦을 배척하는 기억의 구조

이 지점에서 1886년에 태어난 영국의 심리학자 프레더릭 바틀렛(Frederic Bartlett)의 유명한 실험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바틀렛은 "정령들의 전쟁(The War of the Ghosts)"이라는 북미 원주민의 낯선 설화를 서구의 참가자들에게 읽게 한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그 내용을 기억에서 꺼내어 재구성하도록 했습니다.

이 설화는 서구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고유명사, 마법적 요소, 그리고 논리적으로 비약이 심한 생소한 전개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접한 참가자들은 혼란과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이야기의 낯선 세부 사항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졌을까요?

놀랍게도, 참가자들은 이야기를 자신들에게 익숙한 서양의 동화나 디즈니 영화와 유사한 인과적 구조로 재구성했습니다. 낯선 서사는 증발하고, 익숙하고 안전한 서사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더욱 흥미롭고 서늘한 발견은 이것입니다. “바보 같은 사람이 예외적으로 똑똑한 행동을 했다”는 식의, 구조적으로 어색하고 낯선 반전이나 비정형적 요소는 기억 장소에 아예 저장되지도 못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불편한 복잡함을 참지 못하고, 이를 신속하게 제거한 뒤 가장 익숙하고 매끄러운 구조로 재정렬해 버립니다. 이는 인간 본연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무언가 새롭고 이질적인 것을 마주했을 때 얼마나 쉽게 기존의 틀로 환원해 버리는지를 보여줍니다.

창의성의 평균화: 우리는 비슷하게 똑똑해질 것이다

AI 기반의 일터와 사회는 바로 이러한 '익숙한 구조로의 회귀'를 기계적 속도로 강화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AI는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대단히 창의적인 것처럼 보이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새로운 조합을 만들고, 우리가 며칠 밤을 새워야 할 초안을 단 몇 초 만에 내놓습니다. 창의적인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AI의 복제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창의성의 본질은 방대한 데이터가 만들어낸 거대한 '평균값' 위에서 작동한다는 데 있습니다. AI가 제시하는 결과물은 가장 확률적으로 안전하고, 가장 보편적으로 수용 가능한 형태를 띱니다. 결국, 낯설고 불편하며, 효율적이지 않지만 예외적인 도약을 품고 있는 '이상하고 기이한 사고'는 알고리즘의 선택지에서 점점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기억이 익숙한 구조로 재구성되어 낯섦을 거세하듯, 창의성 역시 데이터의 안전한 패턴 안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입니다. 우리는 점점 더 빠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게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점점 더 서로 비슷하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혁신은 동질성 안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리더의 새로운 과제: '의도된 느슨함'의 설계

촘촘한 구조는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하여 우리에게 심리적, 물질적 안정감을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촘촘함은 우연성이 개입할 틈, 비정형적 사고가 발아할 공간을 질식시킵니다. 과거의 느슨한 사회와 조직에서는 당장 설명되지 않는 이상한 아이디어가 오랫동안 살아남아 숙성될 수 있었고, 당장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비효율적인 행동도 잠시 머물 수 있는 여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촘촘한 구조, 특히 AI에 의해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일터에서는 비효율은 발견 즉시 제거되며, 익숙하지 않은 생각은 즉각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됩니다.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강력하게 보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스스로가 낯설고 불편한 것을 견뎌내는 근력을 잃어버린다면, 인류의 창의성은 결국 AI가 제시하는 평균값에 수렴하고 말 것입니다. 전철이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운행되는 것은 분명 효율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그러나 조직의 모든 업무와 사고가 그토록 정밀한 궤도 위만 달린다면, 우리는 대체 어디에서 뜻밖의 목적지를 발견하고, 어디에서 아름답게 길을 잃을 수 있겠습니까?

이 거대한 전환점 앞에서, AI 기반 일터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은 완전히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성과를 더 촘촘히 관리하고, 업무를 더 세밀하게 분해하며, 판단을 더 정밀하게 보조하는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리더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핵심은 "효율의 극대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당장 이해되지 않는 낯선 이야기를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힘, 그리고 데이터가 증명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가능성을 믿어보는 힘입니다. 따라서 AI 시대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고차원적인 과제는 시스템을 촘촘하게 조이는 것이 아니라, 그 견고한 구조 한가운데에 ‘의도된 느슨함(Intentional Looseness)’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 즉시 평가되지 않는 실험 구간의 마련: 모든 프로젝트가 실시간 ROI로 측정되지 않도록, 실패나 무위로 돌아가도 안전한 ‘샌드박스’ 같은 시간과 자원을 공식적으로 배정해야 합니다.

  • 데이터와 다른 해석을 허용하는 회의: AI가 도출한 최적의 데이터 결과값 앞에서도, 직관이나 질적 경험에 기반한 반대 의견이 묵살되지 않고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해야 합니다.

  • 비효율처럼 보이는 탐색 시간의 보장: 업무를 미세하게 쪼개어 빈틈없이 채워 넣는 대신, 직원들이 목적 없이 사유하거나 이질적인 지식을 탐색할 수 있는 비어있는 공간(여백)을 의도적으로 허락해야 합니다.

AI는 놀라운 생성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인간의 진짜 '생성적 창의성'은 매끄러운 정답이 아니라 혼란을 견디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그리고 꽉 짜인 구조가 비워둔 여백 속에서만 자라납니다. 리더가 조직 내에 낯선 질문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빠르고 더 결점 없는 조직이 될 수는 있어도, 결코 어제와 다른 창의적인 조직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촘촘함을 통제하면서도 느슨함을 허용하는 용기, 그것이 다가올 기계 시대에 가장 인간다운 혁신을 이끄는 리더십의 본질입니다.


혜담
코치혜담
Conerstone Coaching Lab
삼성전자, GE, SKT, 피에스앤마케팅과 같은 회사에서 리더십, 조직개발,코치육성,마케팅영업교육과 같은 업무를 해오고 있으며 한국형리더십코칭을말라하다(2023)외 ESG2050(2023등의 공저자이자 경영, HR컬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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