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기분과 감정이 소비의 핵심 동력이 되는 '필코노미(The Feelconomy)' 트렌드는 기업 내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직원의 '기분', 즉 웰니스는 구성원의 리텐션을 위한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다. 한국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응답자가 62.1%에 달하며, WHO는 우울증과 불안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 달러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이 강화되자, 이는 ESG 경영의 'S(사회)' 영역에서도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으며, 직원의 정신건강 관리는 기업의 핵심 리스크 관리 항목으로 부상했다.
전통적으로 복리후생을 담당했던 총무/인사팀은 2026년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운영의 핵심 허브 역할을 맡아야 한다. EAP는 심리상담, 힐링 프로그램 등 근로자가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조직 차원에서 관리해주는 전문 서비스다.
총무팀은 외부 EAP 전문 기관과의 계약을 주관하고, 직원들이 필요할 때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오프라인 상담은 여전히 심리적, 시간적 장벽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EAP 기업에서는 화상 상담, 전화 상담 등 원격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총무팀은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멘탈 헬스케어 솔루션을 법인 복지로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이는 건강을 지능처럼 관리하는 '건강지능(HQ)' 트렌드를 조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5년째 도입 중인 명상 앱 '마보'나 넛지헬스케어의 '트로스트'와 같은 디지털 EAP 프로그램은 시공간 제약 없이 임직원들이 스스로 마음 건강을 '지능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 나아가, AI 기술을 활용한 선제적 관리도 가능해지고 있다. AI가 영상, 음성, 눈동자 움직임 등 비언어 신호를 분석해 1분 내에 불안, 우울, 스트레스 상태를 파악하는 '클라이피' 같은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여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조기에 개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다양한 EAP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지만, EAP 도입의 가장 큰 쟁점은 1) 상담에 대한 인식 부족과 2) 비밀 보장의 문제에 있다. 이용자가 총무팀이나 인사팀에 내 상담 기록이 공유될까 봐 두려워한다면, 아무리 좋은 솔루션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실제로 EAP 관련 업무를 비전문가인 사내 전담 부서가 진행할 경우, 오히려 근로자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림막이 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했던 한 회사에서도 이러한 딜레마를 경험한 적이 있다. 임직원 건강검진 결과를 총무팀에서 수합하고 관리했는데, 한 직원이 "제 건강 정보가 회사에 공유되는 게 불편하다"며 항의한 적이 있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직원의 심리적 불안감은 이해할 만했다. 건강검진도 이런데, 정신건강 상담 기록이라면 그 민감도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2026년 총무팀의 EAP 아젠다는 단순 '솔루션 구매'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완벽한 익명성 보장을 위한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이를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총무팀은 '상담가'가 아니라, 직원들이 안심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히 EAP 이용률을 KPI로 삼아서는 안 된다. 대신, 'EAP 비밀보장 원칙 전사 공지 및 준수율 100%'와 같은 운영 원칙에 대한 지표를 KPI로 삼아야 할 것이다.
EAP는 이미 발생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사후적' 조치다. 2026년 총무팀의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역할은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는 '물리적 환경'을 구축하는 사전 예방이다.
지난번 아티클에서 언급했듯, "파티션을 다 없앴더니...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러한 잘못된 오피스 디자인이 직원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업이 잘못된 오피스 디자인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다시 EAP로 그 스트레스를 해결하려 비용을 지출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총무 단톡방에서 나타나는 트렌드 중 하나는 휴게 공간을 줄이고 워크스테이션을 늘려가는 것이다. 단순 비용적 관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난 글에서 언급한 TCO 개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합리성과 협업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빽빽한 콩나물 시루 같은 사무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행복할까? 심지어 현재 상황에서 일하는 공간이 줄어든다면?
구성원들의 리텐션은 떨어질 것이고, 이것은 턴오버율을 높여 퇴사와 채용에 대한 비용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 직원을 채용하고 온보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봉의 50~15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빽빽한 공간을 만들어 임차료 월 500만원을 아꼈다가,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핵심 인재 한 명을 잃는다면 그것은 수천만원의 손실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물리적 환경'을 TCO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그것은 비단 공간에 대한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총무가 제공하는 모든 복지, 커피머신 운영, 청소, 사무 공간을 청결하게 하기 위한 비용과 노력들. '이거 꼭 필요해?'라는 관점보다는 이로 인해 직원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감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이지 않는 비용들은 오히려 감소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총무팀은 EAP 도입과 동시에 '사무실 웰니스 점검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사무실의 소음 수준, 조명의 질, 공기 질, 그리고 사무실 내의 식물들로 인한 '녹지'가 직원들의 멘탈 헬스, 즉 필코노미의 핵심인 '구성원의 기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
사무실 웰니스 체크리스트:
□ 소음 수준: 개인 집중 공간은 40dB 이하 유지
□ 조명: 자연광 비율 및 조도 측정 (5001000lux 권장)
□ 공기 질: CO2 농도, 미세먼지 수치 모니터링
□ 녹지: 직원 10명당 1개 이상의 식물 배치
□ 온도: 쾌적 온도(2224°C) 유지 가능 여부
□ 프라이버시: 집중 업무를 위한 독립 공간 확보 여부총무팀은 사무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을 통해 사전적 스트레스 예방이라는 더 근본적인 웰니스 아젠다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2026년 총무팀의 EAP 아젠다는 두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심리적 안전감을 기반으로 한 EAP 프로그램 구축. 아무리 좋은 솔루션도 직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둘째, 스트레스를 사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애초에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는 물리적 환경 구축. 이것이 진정한 TCO 관점의 웰니스 투자다.
총무팀은 더 이상 '복지를 제공하는 부서'가 아니라, 직원들의 '기분'과 '웰빙'을 설계하는 웰니스 아키텍트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총무가 주도하는 'Green GA'의 실현에 대해 나눠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