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친구 아들'
전지전능한 존재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고, 대기업에 다니며 수억대 연봉을 받고, 20대에 이미 결혼과 출산을 마쳤으며, 모 회사 대표이기도 하다.
이 엄친아라는 키워드는 알파 메일(Alpha male)과도 연결된다. 보통 자신감과 주도성, 사회적 영향력과 매력을 두루 갖춘 남성을 일컫는다. 즉,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정답을 얼마나 잘 달성했느냐가 성공의 지표였다.
2027년의 트렌드로 김난도 교수는 ALPHA SHEEP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왔다. 알파 메일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알파 메일이 기존의 틀 안에서 뛰어난 사람을 뜻한다면, 알파 쉽은 자신의 생각을 실행하는 첫 번째 양, 즉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프론티어의 포지션이다.
시작부터 난관이다. 전통적인 총무는 프론티어라기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을 하나의 미덕으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항상 그늘에 가려진 채 각광받지 못하는 포지션이기도 했다.
2027년, 괜찮을까?
김난도 교수팀이 내놓은 2027년의 슬로건은 ALPHA SHEEP, 알파 쉽이다. 무리를 따라가는 양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갖고 먼저 움직여 무리를 이끄는 양을 뜻한다.
AI는 더 이상 신기술이 아니다. 전기나 인터넷 같은 기본 인프라다. 누구나 쓰고 있으니 단순히 쓴다는 사실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경쟁력은 다른 곳에서 가름난다. 누가 먼저 해보는가? 누가 제대로 고르는가? 누가 책임지는가?
총무에게는 다소 불편한 진실이다. 견적 비교표는 AI가 3분 만에 만든다. 공문 초안도, 행사 기획안도, 규정 개정안도 그렇다. 총무가 하루 종일, 혹은 일주일 걸려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이 누구나 뽑을 수 있는 결과물이 되어 버렸다. 이제 총무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이 시리즈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트렌드 책은 대개 소비자와 마케터를 위해 쓰인다. 총무가 읽으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열 개의 키워드를 총무 업무의 언어로 한 번 바꿔봤다. 순서는 슬로건을 따랐다. ALPHA SHEEP의 열 글자는 각 키워드 영문 제목의 머리글자다.
영문 제목 | 키워드 | 한 줄 뜻 | 총무에게 던지는 질문 |
|---|---|---|---|
Age of Ennui Society | 권태사회 | 자극은 과잉인데 재미와 의미는 결핍된 사회 | 사내 행사를 확대할 것인가, 축소할 것인가 |
Life ROI | 라이프 ROI | 시간과 관계까지 투자 대비 수익으로 환산하는 태도 | 구성원은 출근과 사내 행사의 가치를 어떻게 환산하는가 |
Plasticity in the Form Factor Shift | 폼팩터 시프트 | 기능이 아니라 형태와 사용 방식을 바꾸는 혁신 | 신청 절차, 비품 관리, 복지 제도의 형태는 10년 전과 달라졌는가 |
'Have-a-Go' Economy | 해봄경제 | 완벽한 준비보다 검증 가능한 실행을 앞세우는 흐름 | 석 달이 걸리는 기안 대신 2주간의 시범 운영이 가능한가 |
All Is Saved: Homo Archivarius | 저장인류 | 선별에 앞서 저장하고, 필요할 때 AI로 찾아 쓰는 기록 방식 | 업체 이력과 시설 기록은 담당자의 기억에 있는가, 데이터로 있는가 |
Seamless AI Integration: Vibe Working | 바이브 워킹 | 사람과 AI가 하나의 흐름으로 일하도록 업무 구조를 재편하는 일 | AI 계정을 지급한 이후 업무 흐름은 실제로 달라졌는가 |
Hold on to Your Customers! Retention Strategy | 리:텐션 전략 | 신규 확보에서 기존 유지로 옮겨 가는 무게중심 | 입사 첫날과 퇴사 당일, 총무는 어떤 인상을 남기는가 |
Every AI Needs the Human Edge | 휴먼엣지 | 결과물에 남은 사람의 판단과 책임이 곧 경쟁력 | AI가 작성한 기획안 어디에 총무의 판단이 반영되어 있는가 |
Embracing Menopause: the 'Half Signal' | 하프시그널 | 갱년기를 쇠퇴가 아닌 인생 반환점의 신호로 읽는 시각 | 회사는 40~50대 구성원에게 무엇을 지원하는가 |
Power of Taste Capital | 안목자본 | 만드는 능력보다 가려내는 능력이 희소해진 시대의 자산 | 견적서 셋 가운데 하나를 택한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가 |
정리하고 보니 질문의 절반은 새롭지 않다. 총무가 늘 하던 고민이다. 다만 AI가 업무의 기본값이 되면서 "나중에 정리하자"던 일들이 한꺼번에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열 개 항목의 각각 비중은 모두 다르다. 이 중, 총무 현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다음 세 가지 정도다.
첫째, 기록이다.
총무의 노하우는 사람을 따라다닌다. 어느 업체가 하자 보수를 잘해줬는지, 지난 사옥 이전 당시 무엇이 누락됐는지 담당자는 안다. 그러나 담당자가 떠나면 그 맥락과 기록도 함께 떠난다. 지금까지는 다소 불편한 정도였다. 이제는 손실이다. 기록이 없는 팀의 AI는 일반론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기록이 쌓인 팀의 AI는 우리 회사 이야기를 한다. 같은 도구를 쓰고도 결과가 갈릴 수밖에 없다. 흔히 이야기하는 DX가 선행되지 않은 AX의 함정이다.
둘째, 선택이다.
여러 제안을 비교표로 정리하는 일은 공수도, 가치도 떨어졌다. 더이상 사람이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비교표 앞에서 최종 선택을 내리는 일은 고스란히 사람에게 남아 있다. 인테리어 공사를 맡길 세 후보 업체의 단가가 비슷할 때, 우리는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가? 각 업체와 현장에서 미팅을 하고, 담당자와 소통해 보기도 하며, 구성원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써 나갈지 디자인과 쓰임새를 머릿속에 그려 본 뒤에야 결정할 수 있다. 대부분의 총무가 최종 의사결정자가 아니기에 더더욱 시간이 걸린다. 이런 부분에서는 언제까지나 인간이 병목으로 남을 것이다. AI가 대신하지 못한다. 아니, 대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책임은 지지 않는다.
셋째, 인재 유지다.
채용 여건이 악화될수록 기업의 관심은 영입에서 유지로 옮겨 간다. 그런데 구성원이 회사를 체감하는 접점의 상당수는 총무 소관이다. 좌석 배치와 구내식당, 실내 공기질과 냉난방, 주차, 명절 선물, 입사 첫날의 자리 세팅이 모두 그렇다. 인사가 제도를 설계한다면 총무는 그 제도가 놓이는 일상을 운영한다. 구성원이 회사를 평가하는 근거는 제도 못지않게 이 일상에서 쌓인다.
알파 쉽을 '거창한 변화를 주도하라'는 주문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특히 총무의 본업은 여전히 회사가 멈추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달라지는 것은 본업을 수행하는 방식과 마음가짐이다. 따라가는 총무는 요청이 접수된 뒤에 움직인다. 검증된 업체에 맡기고, 전년도 방식을 답습하며, 지시가 내려와야 바꾼다. 앞서서 이끌어 나가는 총무는 요청이 오기 전에 문제를 발굴하고 작은 실험을 시작한다. 한 개 층, 한 개 팀, 2주 등 특정한 범위를 정해 운영해 보고, 효과가 확인되면 확대하고 그렇지 않으면 철회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근거를 기록으로 남긴다.
김난도 교수가 제시한 실천 원칙을 총무의 언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완성된 기획서를 기다리기 보다는 작은 범위에서 먼저 실행한다.
AI의 산출물을 그대로 전달 하지 않고 직접 선별한다. (인간의 병목을 만든다)
선택의 근거와 책임 소재를 결과물에 명시한다.
행사와 제도의 수를 늘리기보다 구성원에게 남는 경험을 축적하기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네 가지 모두 추가 예산이나 중요한 결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일의 순서를 조금 바꾸는 결정이다.
서류함과 담당자의 기억에 흩어진 정보를 AI가 읽을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다룬다. 해당 키워드는 저장인류(Homo Archivarius)와 바이브 워킹(Vibe Working)이다.
총무트렌드 2026에 이어 2027을 통해, 총무 현업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과 소통 하고자 2027년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