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인류(Homo Archivarius)
바이브 워킹(Vibe Working)
요즘은 Ai를 사용하는 직원을 찾기 보다는 오히려 사용하지 않는 직원을 찾는것이 더 빠를 정도로 Ai의 보급과 활용율은 여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물론, 보안에 민감한 금융이나 첨단기업의 경우 보안 이슈로 굉장히 제한적으로만 활용 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는 이 흐름에 서핑보드를 타고 즐기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애써 흐름에 저항하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가?

오늘은 여러분들이 좀더 수월하게 흐름에 편승할 서핑보드 하나 추천 하고자 한다.
그건 바로 LLM이다. RAG의 개념과 조금 헷갈릴수 있겠지만, 둘을 다소 극단적인 사례로 비교하자면,
<RAG>
최부장 : 김대리, 5년전 거래처와 했던 기록 좀 알려줘
김대리 : 네 잠시만요, 문서 보관함을 검색해 보겠습니다. (잠시후) 당시 계약서 A와 회의록 B에 따르면, 거래처는 ○○이고 가격은 △△였습니다. 출처는 이 두 문서입니다.
<LLM>
최부장 : 김차장, 5년전 거래처와 했던 기록 좀 알려줘
김차장 : 아, 그 건 말씀이시죠? 처음에는 A 거래처와 진행했는데 조건이 좋지 않아 B 거래처로 변경했고, 거래 가격은 당시 최저가로 설정했습니다.
차이가 보이는가? 시험을 볼때, LLM은 기억과 추론으로 푸는 사람, RAG는 오픈북으로 자료를 찾아 출처를 보면서 푸는 사람 이라고 볼 수 있겠다
모든 총무가 머릿속 LLM을 장착하고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정작 우리의 머릿속에는 지우개만 여럿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항상 꼼꼼하게 기록하고 그것을 정리 해 둔다면 그것은 큰 자산이자 무기가 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김난도 교수가 이러한 키워드를 가져 왔다고 믿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두 개의 키워드로 이 문제를 비춘다. 하나는 저장인류(Homo Archivarius)다. 무엇을 남길지 고르기 전에 일단 저장하고, 필요할 때 AI로 찾아 쓰는 기록 방식이다. 선별이 저장보다 뒤에 오는 세계다. 다른 하나는 바이브 워킹(Vibe Working)이다. AI 도구를 하나 더 쥐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하나의 흐름으로 일하도록 업무 구조를 다시 짜는 것을 말한다
두 키워드는 각각의 챕터에서 별도로 소개되지만 사실 업무 프로세스 측면에서 본다면 뗄레야 뗄 수 없는 개념들이다. 저장이 없으면 바이브 워킹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록이 없는 팀의 AI는 일반론을 말하고, 기록이 쌓인 팀의 AI는 우리 회사 이야기를 한다. 1부에서 DX 없는 AX의 함정이라고 언급했던 부분의 연장선상 으로도 볼 수 있겠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림은 달랐다. Microsoft의 2024년 조사에서 생성형 AI를 쓰는 직장인의 78%는 회사가 제공한 것이 아닌 개인 도구를 쓰고 있었다. 그 뒤 1년 사이 상황은 달라졌다. 보안 기업 Netskope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AI 계정을 쓰는 비율은 47%로 줄었고, 회사가 관리하는 계정을 쓰는 비율은 25%에서 62%로 늘었다(Netskope Cloud and Threat Report 2026).
무기는 지급되었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을까? Microsoft의 2026년 조사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AI를 업무에 쓰는 지식노동자 2만 명에게 물었더니, AI를 활용한 업무 방식이 조직 차원에서 문서화되어 반복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AI를 가장 앞서 쓰는 '프론티어' 사용자조차 25%, 나머지는 14%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AI 성과를 가르는 요인의 67%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서 나왔다(Microsoft Work Trend Index 2026). "우리도 AX 도입했다"며 자랑하는 회사들은 수백만이다. 그러나 DX의 관점을 가지고 데이터를 쌓아서 미리 준비한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AI가 읽을 수 있는 업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담당자의 머릿속과 개인 폴더에 있던 것이 팀이 공유하는 장소에 텍스트로 있으면 된다. 총무 업무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업체 데이터베이스다.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견적서 파일을 폴더에 모아 둔 것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데이터베이스가 되려면 업체마다 그들에 대한 한 줄 평이 있어야 한다. 언제 어떤 일을 맡겼고, 결과가 어땠고, 다시 쓸 것인가. 특히 마지막 항목이 중요하다. "다시 쓰지 않는다"와 그 이유가 적혀 있는 업체 목록은 그 자체가 자산이다. 새 담당자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고, AI에게 "이 조건에 맞는 업체를 추천해 줘"라고 물을 수 있게 한다. 이 DB를 쌓아 나가는 과정은 정말 지루한 작업의 연속이다. 이 지루한 작업이 DX다. 그러나 DX 없이는 절대 AX도 없다.
둘째, 의사결정 로그다. 총무의 결정은 대부분 품의서에 남는다. 그러나 품의서에는 "무엇을 하기로 했다"만 있고 "무엇을 하지 않기로 했고 왜 그랬는가"는 없다. 인테리어 업체 세 곳 가운데 두 곳을 떨어뜨린 이유, 좌석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어디에도 없으면, 2년 뒤 같은 안건이 올라올 때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결정과 함께 기각된 대안을 한 단락씩 남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셋째, 표준 양식이다. 행사 기획안, 시설 점검표, 명절 선물 선정 기준 같은 반복 업무의 양식을 팀 혹은 조직 공통으로 고정한다. 양식이 일정하면 AI가 초안을 쓰기 쉽고, 사람이 검토하기도 쉽다. 양식이 사람마다 다르면 AI는 매번 새 문서를 처음 보는 신입처럼 행동한다. 결과물을 바로 쓰기도 쉬울 것이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일하는 순서가 바뀐다. 사람이 맥락을 주고, AI가 초안을 쓰고, 사람이 고치고 책임진다. 담당자는 서식을 채우는 시간을 줄이고 판단하는 시간을 늘린다. 바이브 워킹은 그 상태에 붙은 이름일 뿐이다.
올해 초부터 진행했던 사옥 이전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5년전 사옥이전은 어떻게 했어요?"였다. 꽤 오래전이었고, 당시 담당자는 이미 퇴사했다. 남은 것은 품의서 몇 장과 공사 도면이었다. 왜 그 위치의 그 건물을 선택했는지, 책상 선택과, 미팅룸 세팅 등, 세세한 히스토리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
이번에는 최대한 히스토리를 쌓았다. 업체 미팅이 끝나면 스마트회의록에 추가로 몇줄을 더 남겼다. 얼마나 들였고, 무엇이 걸렸고,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떻게 진행했는가? 이것은 판단의 기록이다. 석 달이 지나자 이 메모가 수십 개 쌓였다. 수십 개 메모를 모두 읽고 정리하고 기억하기 쉽지않다. 하지만 AI는 그것을 매우 쉽게 읽고 정리한다.
다음 사옥 이전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다음 사옥 이전 담당자는 "그때 어떻게 했어요?"질문은 건너 띄고 그동안 쌓인 거대한 암묵지, 맥락을 맞이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저장인류의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총무의 모습이 될 것이다.
이 글은 단순한 기록 예찬이 아니다. 몇가지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다.
하나는 개인정보다. 회의를 녹음하고 자동으로 요약하는 도구는 편리하다. 그러나 참석자 동의 없는 녹음은 편리함 이전에 법률 문제다. 업체 담당자의 연락처와 협상 과정, 구성원의 불만 사항은 모두 민감한 정보다. 저장은 쉽지만 삭제는 어렵다. 무엇을 저장하지 않을 것인가도 기록 체계의 일부다.
다른 하나는 기록 강박이다. 모든 것을 남기려는 팀은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한다. 저장인류의 요점은 많이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찾을 수 있게 저장하는 것이다. 폴더 이름 규칙 하나, 파일명에 날짜와 업체명을 넣는 습관 하나가 기록 양을 두 배로 늘리는 것보다 낫다. 기록은 자산이지만, 정리되지 않은 자산은 창고 임대료만 낸다.
' 내가 퇴사하면 사라지는 정보' 다섯 가지를 적어 본다. 업체, 사람, 장소, 절차, 암묵적 규칙 가운데 무엇이든 좋다. 모아 보면 열다섯에서 스물다섯 개가 나온다. 그 가운데 겹치는 것부터 공유 문서에 옮긴다. 한 시간이면 끝나는 작업이고, 이 한 시간이 다음 인수인계의 열 시간을 대신한다.
3부의 주제는 실행이다. 석 달 걸리는 제도 기안 대신 2주짜리 시범 운영으로 시작하는 총무팀의 일하는 방식을 다룬다. 해당 키워드는 해봄경제('Have-a-Go' Economy)와 폼팩터 시프트(Plasticity in the Form Factor Shif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