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꼭 한 번쯤 이런 말을 듣습니다.
“최악의 리더는 유능한 팀원을 질투하는 사람이지.”
저도 한때는 그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리더를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을 잘하는 후배가 있으면 칭찬보다 견제가 먼저 나오고, 성과가 나면 같이 기뻐하기보다 묘하게 표정이 굳어지는 사람. 그런 리더 밑에서는 이상하게 열심히 할수록 눈치를 보게 됩니다.
잘하면 좋아해야 하는데, 잘할수록 미움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그런데 회사를 조금 더 오래 다녀보고, 팀장 자리에 올라 일을 하다보니 더 깊게 망가뜨리는 유형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혼자 일하는 임원 (리더) 입니다.
이 유형은 처음엔 오히려 괜찮아 보입니다.
책임감 있어 보이고 성실해 보이고, 누구보다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늘 바빠 보이고
저녁 늦게까지 자리에 앉아 있고, 주말에도 메시지가 옵니다. 회의에 들어가면 팀 현안을 제일 많이 알고 있고, 거래처 대응도 빠릅니다. 그래서 처음엔 “저 사람은 진짜 일을 잘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런 임원을 모신 적이 있습니다.
회의를 하면 늘 “편하게 얘기해보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 지나고 나니 알겠더군요. 편하게 얘기하라는 말은 있었지만, 결론은 늘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초안을 써가면 방향을 다시 잡고, 담당자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꼭 한 번 더 본인이 손을 댔습니다.
거래처에 메일을 보내도 뒤에서 따로 전화를 하고, 보고서도 큰 방향만 보는 게 아니라 표현 하나, 문장 하나까지 다시 고쳤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구성원은 배우는 게 아니라 의욕이 사라졌습니다.
어차피 마지막엔 임원이 다시 할 텐데 굳이 판단할 필요가 없었고, 먼저 움직여봤자 “그건 왜 그렇게 했냐”는 말이 돌아오기 쉬웠으니까요. 그때부터 사람들은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확인받는 데 익숙해집니다.
틀리지 않는 게 중요해지고, 잘하는 것보다 혼나지 않는 게 목표가 됩니다.

이런 리더들이 자주 하는 말도 비슷합니다.
“나는 이제 곧 빠질 사람이다.”
“이제는 너희가 해야지.”
“내가 언제까지 이걸 다 하겠냐.”
말만 들으면 정말 후배를 키우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아무것도 안 놓습니다.
권한도 안 놓고, 결정도 안 놓고, 관계도 안 놓고, 책임도 안 나눕니다. 힘들다고 말하면서 계속 본인이 다 쥐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이 터지면 꼭 이런 말이 따라옵니다.
“내가 했으면 이렇게 안 됐지.”
“그래서 내가 직접 챙기려고 한 거야.”
이 말을 듣는 순간, 구성원은 또 한 번 배웁니다.
아, 여기서는 성장하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게 안전하구나.
저는 이 지점이 참 씁쓸합니다.
혼자 일하는 리더는 대개 악의를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책임감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익숙하다는 것도 사실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유능함이 팀을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팀을 본인 주변에 묶어두는 방향으로 쓰인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그런 팀은 겉으로는 굴러갑니다. 하지만 속은 점점 약해집니다.
실무자는 오래 일해도 판단력이 자라지 않고, 중간관리자는 책임질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팀 전체는 한 사람의 컨디션에 따라 흔들립니다. 그 리더가 휴가를 가면 일이 비고, 자리를 비우면 다들 불안해합니다. 그리고 그걸 보며 리더는 말합니다.
“봐, 내가 없으면 안 되잖아.”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요.
그 사람이 특별해서 조직이 못 돌아가는 걸까요. 아니면 오랫동안 아무도 스스로 해볼 수 없게 만들어서 그렇게 된 걸까요. 저는 리더의 실력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얼마나 많은 일을 직접 처리했는지가 아니라, 본인이 없어도 팀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굴러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리더는 해결사여야 할 때도 있지만, 계속 해결사로만 남아 있으면 결국 조직은 성장하지 못합니다. 좋은 리더는 본인이 답을 제일 빨리 찾는 사람이라기보다, 다른 사람도 답을 찾을 수 있게 만드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위임은 일을 떠넘기는 게 아닙니다.
속도가 조금 느려지더라도 사람을 키우는 일입니다.
실수할 수 있는 자리를 내주고, 그 실수를 복기할 기회를 주는 일입니다. 사실 그 과정은 꽤 답답합니다. 그냥 내가 하면 더 빠를 때가 많습니다. 저도 후배와 일할 때 그런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마다 드는 “내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계속 따라가면, 결국 남는 건 유능한 한 사람과 수동적인 여러 사람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은 능력의 증거가 아니라, 어쩌면 리더십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정말 좋은 리더는 본인이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없어도 괜찮은 팀을 만드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