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공영방송에서 괜찮은 다큐멘터리 콘텐츠가 나왔습니다.
다큐 인사이트-인재전쟁2 : 3부 최태원의 대답에서 최태원 회장은
지금의 AI를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리즈닝 AI” 단계로만 볼 수 없으며, 앞으로는 인간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 시대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보았고, 장기적으로는 AGI의 확산으로 인간 간 지식 격차가 오히려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AI 시대에는 특정 분야에만 깊이 파고든 스페셜리스트보다, 여러 영역을 연결하고 인간과 AI가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형 인재”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이 길러야 할 역량으로는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바디 스킬을 꼽았습니다. 시험을 잘 치르는 능력보다 본질을 질문하는 사고력, 변화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적응력,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공감, 그리고 몸을 매개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앞으로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입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대한민국이 ‘AI 네이션’으로 가기 위해 속도(Speed), 규모(Scale), 안전(Safety)의 3S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AI 생산 인프라를 뜻하는 AI Factory, 누구나 생활 속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AI for All, 그리고 새로운 제도와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AI City 개념도 제시했습니다.
요즘 저는 AI를 생각하면 늘 두 가지 감정이 함께 밀려옵니다. 하나는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막막함입니다.
AI가 중요하다는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합니다. 에이전트 시대가 온다,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 조직이 재편된다, 직업의 경계가 흐려진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질문은 훨씬 더 단순하고 절박해집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 일에서 AI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그리고 이 변화 앞에서 사람은 어떤 힘을 길러야 하는가. 최태원 회장의 메시지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바로 이 질문에 조금은 구체적인 방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가 리즈닝 AI를 지나 에이전틱 AI로 향하는 문턱에 서 있다고 말했고, 그 순간부터 경쟁력은 “무엇을 알고 있느냐”보다 “AI와 함께 무엇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로 이동한다고 짚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오래 붙잡히는 문장이 있습니다. 평범함은 이제 안전지대가 아니다.
과거의 평범함은 성실함과 표준화된 역량으로 설명될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절차를 잘 따르고, 평균 이상의 정확도로, 큰 오류 없이 일하는 사람. 산업화 시대의 조직은 이런 인재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AI는 바로 그 “평균적으로 잘하는 일”을 가장 먼저 흡수합니다. 문서를 정리하고, 정보를 요약하고, 초안을 쓰고, 패턴을 찾고, 심지어 코딩까지 돕습니다. 이제 평범함은 안정이 아니라 대체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 됩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천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남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맥락을 연결하고, 질문을 바꾸고, 의미를 해석하고, 사람의 감정과 동기를 움직이는 힘입니다. 그래서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제너럴리스트, 공감, 적응, 바디 스킬은 막연한 수사가 아니라 AI가 복제하기 어려운 인간의 마지막 핵심 역량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제 생각에 첫 번째는 “사용자”를 넘어 “설계자”가 되는 것입니다. AI를 잘 쓴다는 것은 단지 프롬프트를 잘 입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문제를 AI에게 맡기고, 어디까지 자동화하며, 어디서 인간이 판단해야 하는지 구분할 줄 아는 사람, 다시 말해 협업 구조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질문을 잘 만드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 결과물의 맥락을 점검하는 질문, 윤리와 책임을 묻는 질문. 이런 질문은 아직 인간의 몫입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이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디지털 감각과 기본적인 구조 이해가 필요해 보입니다. 꼭 모두가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AI 에이전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데이터와 워크플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동화와 코딩이 왜 현실의 생산성과 맞닿아 있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문해력은 독해력이 아니라 AI 구조 이해력에 가까워질지도 모릅니다.
바로 여기서 HR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커집니다.
AI 시대의 HR은 더 이상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제도를 유지하는 기능 부서에 머물 수 없습니다. 이제 HR은 조직이 AI와 공존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부서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직무를 자동화하고 어떤 역량을 재정의할지, 무엇을 성과로 볼지, 누가 핵심인재인지, 리더에게 어떤 행동을 기대할지, 그리고 이 불안한 전환기에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설계자여야 합니다. 특히 핵심인재의 정의는 바뀌어야 합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직무 경계를 넘어 협업하며, AI를 도구가 아니라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결과보다 문제 정의에 강한 사람. 과거의 “정답형 에이스”보다 미래의 “맥락 설계자”를 더 많이 찾아내야 합니다.
리더들에게도 숙제가 있습니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정답을 많이 아는 리더십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 사이의 긴장을 다루는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기술은 빨라지는데 사람은 불안해합니다. 시스템은 바뀌는데 역할은 아직 낡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이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AI 써봐”라고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변화가 필요한지 설명하고, 작은 성공 경험을 설계하고,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시키고, 구성원이 뒤처졌다는 수치심보다 성장의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갤럽 일터 현황 보고서 2026가 보여주듯 AI 활용 빈도와 생산성은 관리자의 적극적 지원과 크게 연결됩니다. 결국 AI 도입의 성패는 기술 부서가 아니라 현장 관리자와 HR이 함께 만드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AI 시대 HR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새롭게 쓸모 있어지는 방법을 설계하는 것.
이 말은 차갑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인간을 믿는 표현입니다. AI가 더 많은 것을 대신할수록 인간은 더 인간다워져야 합니다. 공감은 더 중요해지고, 신뢰는 더 비싸지며, 해석의 힘은 더 희소해집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위기라고 말하겠지만, 저는 동시에 이것이 HR에게 주어진 가장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AI가 표준을 대체하는 시대라면, HR은 이제 표준 인재를 관리하는 부서가 아니라 비표준적 가능성을 발굴하는 부서가 되어야 합니다. 평균적 역량을 측정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연결하는 힘, 질문하는 힘, 회복하는 힘, 협업하는 힘을 키워주는 시스템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최태원 회장이 말한 네 가지 근육은 어쩌면 개인의 생존 전략이자, 동시에 HR이 다시 설계해야 할 인재 프레임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AI 시대의 생존 전략은 거창한 데 있지 않습니다.
평범함이 대체되는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더 다르게 연결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발견하고, 키우고, 지켜내는 것이 앞으로 HR의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AI가 모두를 똑똑하게 만드는 시대일수록, 조직의 미래를 갈라놓는 것은 인간다움의 밀도일 것입니다. HR은 그 밀도를 설계하는 직무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HR의 질문도 달라져야 합니다.
“누가 더 우수한가?”가 아니라,
“누가 AI와 함께 더 넓은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가?”
그 질문을 먼저 던지는 조직만이, 평범함 이후의 시대를 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