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하는 리더의 위험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컨설팅, no1gsc@naver.com)
왜 침묵하는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공개적으로는 침묵하면서 뒤에서는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권력자에게는 순응하면서 약자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러한 모습은 특정 연령이나 계층의 특징이라기보다 권력과 이해관계, 위험 회피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행동 양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회사의 임원을 떠올려 보자.
임원이 기회주의, 위험 회피, 순응, 방관의 모습을 보인다면 조직과 구성원은 어떻게 될까?
임원은 지식과 경험, 인간관계에서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러나 원칙보다 자신의 자리와 기득권을 지키는 데 더 큰 가치를 두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CEO의 잘못을 회의에서는 침묵하면서도 회식 자리에서는 "사실 그 결정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는 영향력이 있는 인사가 훗날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줄 일을 알면서도 침묵한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 앞에서는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잘못임을 알면서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의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와 안전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왜 정의를 말하던 사람이 침묵하는가?
젊을 때 정의를 외치던 사람이 높은 지위와 재산을 가지면 왜 달라질까?
첫째, 잃을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직위, 명예, 재산, 인간관계는 모두 잃고 싶지 않은 자산이다.
둘째, 책임이 커지기 때문이다. 조직을 책임지는 위치에서는 말 한마디가 큰 영향을 미친다. 신중함이 결국 침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타협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작은 타협이 쌓이면 원칙보다 관행이 자연스러워진다.
넷째, 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권력을 비판했지만, 어느새 자신이 권력의 일부가 되면서 기존 체제를 지키려는 심리가 생긴다.
다섯째,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지금 참는 것이 조직을 위한 것이다."라고 자신을 설득하며 행동을 정당화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지위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침묵이 만드는 조직의 몰락
비겁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조직과 사회는 병든다.
모두가 문제를 알면서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잘못은 덮이고 약자는 더 쉽게 희생된다. 공식적인 말보다 뒷말이 더 신뢰를 얻고, 구성원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실망해 조직을 떠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러한 문화가 전염된다는 점이다. 원칙과 기준보다 눈치가 성공의 기준이 되는 순간, 조직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원칙을 지키는 삶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어야 한다.
할 말이 있다면 뒤에서 험담하기보다 당사자에게 예의를 갖춰 말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당당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행동해야 한다. 소문이나 편견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고 평가해야 한다. 작은 불이익이 있더라도 원칙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결국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철저한 자기 관리이다.
망해가는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일
위기에 처한 조직의 리더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혼자서는 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구성원과 함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며 모두를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석에서만 비판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결코 살아날 수 없다.
침묵하는 리더의 변화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한 명의 영웅이 나타나 조직과 사회를 바꾸어 줄 것이라는 기대도 버려야 한다. 개인과 조직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은 작은 일부터 원칙을 지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는 필요한 비판을 당사자에게 책임 있게 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은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반대 의견 때문에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한다. 또한 성과뿐 아니라 공정성과 윤리성까지 함께 평가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와 국가 역시 정의로운 행동으로 손해를 본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권력과 재물에 집착하기보다, 어른이라면 어른다운 품격을 보여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결국 도를 지키는 삶은 거창한 영웅적 행동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과 원칙이 충돌하는 순간에도 정직하게 말하고, 강자와 약자를 같은 기준으로 대하며, 뒤에서 비난하기보다 앞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건강해지고 조직은 바로 선다. 그리고 지도층일수록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