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서베이(Culture Survey)가 신뢰를 잃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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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서베이(Culture Survey)가 신뢰를 잃기까지

기업문화 부서의 불편한 진실, '컬쳐 서베이 무용론'! - 지금에 이르게 된 배경과 개선을 위한 출발점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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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균(sense maker)Jul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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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K 아카데미 권석균 Research Fellow입니다. 지난 반년은 AI, 기업문화, Global에 관련된 글들을 올렸는데요, 하반기는 기업문화 진단에 초점을 맞추어 보려합니다.  

회원님들께서 몸담고 계신 회사의 기업문화 진단 장치는 컬쳐 서베이(Culture Survey)로 불릴 겁니다. 물론 기업문화 진단 방법에 컬쳐 서베이만 있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지난 10여년간의 모습을 보면 이제는 컬쳐 서베이가 곧 기업문화 진단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컬쳐 서베이는 HR의 1년 농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죠. 서베이를 돌리고 결과를 분석하기까지 한달 남짓이지만 밑작업은 훨씬 이전부터 시작됩니다. CEO께서 강조하신 경영 방침을 반영해야 하구요, 임직원들이 대답하기 어려워했던 문항들도 수정해야 하죠. 서베이 참여율을 높이면서 정확한 의견을 줄 수 있는 시기를 잡는 것 또한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혹시 회원님께서 이 일을 담당하고 계시다면 한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컬쳐 서베이 작업을 하고 싶으신가요?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시즌만 되면 나오는 컬쳐 서베이 무용론 때문입니다. 주무 부서가 들이는 공에 비해 현장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도 없는 일을 왜 해마다 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왜 이런 모습이 생기는걸까요?

오늘은 우선 기업문화 진단이 지나온 발자취와 더 나은 진단을 위한 출발점만 간략하게 제안드립니다.

 

기업문화 진단이 걸어온 네 번의 변곡점

기업에서 임직원 대상의 진단은 세계 대전이 끝난 시점부터 있었습니다. 전쟁 후 모든 것이 결핍이다 보니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시장은 찾아줬습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효율성이 중요했는데요, 진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때의 초점은 업무 도구가 얼마나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데 기여하는가에 있었죠.

그러다가 기업문화 진단의 초점은 임직원들의 심리로 이동합니다. 당시 조직이론 학계에서는 임직원들이 회사 생활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생산성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부상하는데요. 이에 발맞춰서 조직행동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조직몰입이나 직무만족이 회사에 들어오게 되죠.

2000년대 들어 기업문화 진단은 또 한 번 변화를 겪습니다. 진단 실행에 있어 가장 큰 고충은 진단 항목들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조직몰입이나 직무만족 등은 학계에서는 엄연히 구분되는 개념이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들 변수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까지 포함되다 보니 문항 수가 너무 많아지는 문제도 생기죠. 담당 부서 입장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수많은 비슷비슷한 질문들에 대해 응답해달라는 것도 경영진에게 유사한 개념 간 차이를 설명하는 것도 버거워집니다.

이에 맞춰 HR 컨설팅사들도 새로운 관점을 어필합니다. 자사가 보유한 진단 문항들은 기업의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만 추렸다는 것이죠. 당시 제가 몸담고 있었던 H 컨설팅사는 글로벌 기업들의 5년간의 주주 총수익률 TSR, Total Shareholder Return을 분석하여 이에 유의미했던 변수들로 진단 문항을 구성했습니다. 여전히 문항은 많았죠. 하지만 담당 부서 입장에서 보면 기업문화 진단은 매년 해야 할 일이고 추이 비교도 필요합니다. 결국 특정 컨설팅사와 다년간 계약을 맺고 동일한 모델을 적용하는 모습이 늘어났는데요, 덕분에 제가 있던 H 컨설팅사에서도 좋은 수익 모델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생기는데요. 사업 성과는 매년 악화됨에도 진단 점수는 높아지는 디커플링입니다.  다른 컨설팅사의 진단 모델을 썼다면 빠져나갈 여지라도 있지만 같은 회사의 모델을 쓰니 난감해졌죠. 사실 이 문제는 지금도 풀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경험하면서 기업들은 두 가지 방향을 지향하게 됩니다. 첫째 기업문화 진단은 우리 회사가 갖는 고유한 특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겠다, 둘째 사업과의 연관성이 높은 측면들을 진단해야겠다이죠. 실제로 2010년을 전후로 조직역량‧조직효과성‧핵심가치 등 다양한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방식도 서베이만 고집하지는 않았는데요. 글로벌 제약사인 P사는 조직역량 진단이라는 이름으로 경쟁사 대비 밸류 체인별 역량을 비교합니다. 저도 이 프로젝트에 들어갔었는데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S 그룹사는 의사결정 속도‧회의 보고의 생산성‧성과관리의 효율성‧임직원 보상 수준 등 주요 영역의 경쟁력을 질적으로 분석하죠.  이러한 접근들은 임직원들에게 기업문화 진단이 사업에 밀접한 무언가를 측정한다는 인식은 심어줍니다. 하지만 내부에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진단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그다지 지속되지도 타 기업으로 확산되지도 못하죠.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기업문화 진단은 핵심 가치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고 실천하고 있는지를 설문으로 묻는 현재의 ‘컬처 서베이’ 형태로 수렴됩니다. 우리 회사만의 고유한 상황은 반영하되 분석은 보다 용이한 설문 방식으로 가자, 그리고 가급적 문항은 줄이자는 취지가 담겨 있죠. 주로 임원 인사 시즌 전에 임직원들에게 설문을 돌리고 연도별 추이와 조직 간 점수 등을 비교합니다.

 

컬쳐 서베이 무용론의 뿌리는 ‘효용 부재’

컬쳐 서베이 담당자들이 말하는 표면적인 고민은 이렇습니다. 첫째 컬쳐 서베이 항목별 점수들은 높은데 임직원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정도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렇게 형성되어 있는 점수가 좀처럼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 셋째, 간혹 몇 점 높아졌거나 낮아졌다고 하면 그 변화의 폭이 CEO가 신경을 써야할 정도인지 설명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하지만 근간을 들여다보면 컬처 서베이 무용론의 배경은 진단 결과와 그 이후의 활동들이 임직원들에게 그다지 효용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우선 경영진에게 지금의 컬쳐 서베이 결과는 핵심가치 구성 요소들에 대한 통계 데이터처럼 느껴집니다. 핵심가치 항목별로 얼마나 임직원들에게 공유되고 있는지에 대해 임직원 각자가 생각하는 점수의 평균에 불과한 것이죠. 경영 활동에 필요한 맥락에 대한 정보는 적고 기술적 통계만 있는, 다시말해 점수는 있는데 원인에 대한 단서는 얻기가 어려운 장부입니다.

직원들에게도 지금의 컬쳐 서베이는 그다지 효익이 없습니다. 팔로우업(follow-up)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사실 진단만 자주하고 내가 말한 점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한 희망고문이 되기 십상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담당 조직도 CEO도 난감합니다. 임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결과를 인사에 적극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룹사의 경우는 더욱 심한데요. 사람은 줄을 세우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담당 조직에서는 일부 공통 문항을 가지고 멤버사간/리더간 서열을 세우는데, 이게 또 리더들을 민감하게 만들죠. 리더들은 이 문항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지게 되고 실무진은 그다지 대안도 없는 진단 문항 개선에 또 시간을 쓰지만, 연말에는 또다시 무용론이 반복되는 무한루프에 빠지는 것이 지금이 모습입니다.

 

Re: think Point - 기업문화와 사업 성과간 관계

말씀드린 문제들에 대해 어떤 리더들은 주무 부서의 분석 역량 부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담당 조직들은 점수만이 아니라 임직원 인터뷰를 통해 점수가 낮은 영역에 대한 상세 현상과 원인, 개선 과제까지 도출해내려고 애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핵심가치의 어떤 부분이 잘 실천되지 않고 있으니 실천되게 해야 한다는, 이른바 손바닥 뒤집기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진단 항목들 자체가 이렇게 구성되어 있지 않은게 원인이지 않을까요? 이 문제는 담당 조직의 노력만 독촉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할 사항입니다.

저는 출발점으로 기업문화 즉 임직원들의 핵심가치 실천 수준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관점 재정립을 제안드립니다. 사실 컨설팅사 및 학계는 기업문화가 사업 실행력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선행지표라고 강조해왔습니다. 맥킨지 컨설팅사는 자사의 모델인 조직건강도 진단에서 사업과 기업문화간 관계를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다이어트와 근육을 키워야 하는 것에 비유하는데요. 기업문화는 사업 성과라는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현장에서 기업문화 진단은 사업의 아웃풋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올 한 해 사업 실적이 좋으면 점수가 높을 것이고 저조했다면 점수도 낮다고 예상하죠. 즉 지금까지 기업 임직원들에게는 '기업문화가 잘 작동되지 않아서 사업이 부진했다'보다는 '사업 성과가 안 좋아서 기업문화 점수가 낮게 나왔다'가 더 통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제는 기업문화 진단을 ‘사업이 부진한 다음 문화가 문제였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사업을 실행하기 전에 어떤 요건이 부족한지 확인하고 보완하자’는 의미로 접근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관점이 달라지면 진단 영역, 모델 등에 대한 변화가 뒤따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주요 사례들을 토대로 대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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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균(sense maker)
경영인프라 관련 소음과 신호의 구분, 그리고 의미 제시
HR/조직/기업문화에 대한 생각의 틀을 넓히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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