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직무전환의 성공모델

‘K-POP 데몬 헌터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하 ‘케데헌’)는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미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다. 한국의 K-POP 아이돌을 소재로 하는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이다.

케이팝 슈퍼스타 루미, 미라, 조이. 매진을 기록하는 대형 스타디움 공연이 없을 때면 이들은 또 다른 활동에 나선다. 바로 비밀 능력을 이용해 팬들을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K-POP 걸그룹이자 퇴마사인 주인공들이 저승사자 보이그룹으로부터 팬들을 지켜낸다는 컨셉도 흥미롭다는 평과 함께 악령을 사냥하는 퇴마 아이돌은 굿을 행하는 무당의 현대식 해석으로, 남산서울타워, 한국 음식, 사인검, 일월오봉도, 작호도 스타일의 호랑이, 기와집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도 호평받았다.

이 영화는 직무전환의 성공모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곡가 겸 가창자 이재의 직무전환 성공스토리

“더 이상 숨지 않아/ 찬란히 빛나는 나/ 이게 내 모습이야.” (OST 골든 가사 중)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이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가운데, 작곡가 겸 가창자인 이재(EJAE)의 스토리가 진한 감동을 주었다.

원래 이재의 꿈은 가수였다. 그는 2003년부터 10년 넘게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지만, K팝 아이돌의 꿈을 갖고 한국의 외국인학교를 다니며 데뷔를 준비했다. 그러나 데뷔는 몇 차례 무산됐고, 어느덧 아이돌이 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되었다.

당시 절망감을 이기고자 곡을 쓰기 시작했다. 미 뉴욕대 티시예술대학에 진학해 음악 산업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러던 중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를 만나 작곡의 길로 들어섰고, 레드벨벳의 ‘사이코’, 에스파의 ‘아마겟돈’ 등을 만들며 K팝 인기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다.

그가 케데헌에 참여하게 된 것은 2020년 말부터였다. 여기서 그는 실패인 줄 알았던 10년의 연습생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됐다. 곡 ‘골든’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유어 아이돌’에는 연습생 시절 목격한 과도한 팬덤 문화를 담았기 때문이다. 이듬해 주인공 루미의 보컬로도 결정됐다. 곡의 감정과 높은 음역대를 소화할 최적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울면서 녹음했어요. 연습생 땐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고, 작곡가로선 유명 작곡가 뒤에 가려져 상처 받기도 했거든요. 언젠가 그래미 작곡상을 받아 아시아인도 미국 음악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가 쓴 ‘골든’은 자격지심을 가진 이들에게 내 안의 빛을 일깨워주는 가사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늦깎이 제너럴리스트의 성공사례

“내 인생은 공식이나 이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상식에 기반한다.” (오드리 헵번)

위의 이재의 직무전환 사례는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사례와 겹친다.

오드리 헵번은 어린 시절부터 10년 넘게 발레를 배우며 발레리나의 꿈을 쌓아갔다. 하지만 170cm에 달하는 큰 키 때문에 발레리나의 꿈을 접어야 했다. 발레리나로서 성공하기에는 신체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현대 영국 발레의 초석을 세운 스승 ‘마리 램버트’는 자신에게 사사받던 헵번에게 냉정한 조언을 했다.

“너는 재능은 있는데, 천부적인 소질은 없어. 발레리나가 되려면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야 해.”

헵번은 스승의 조언을 받아들여 발레의 꿈을 접고 영화배우로 전향했다. 배우가 된 후에도 뮤지컬 영화에서 춤 실력을 선보이거나, 발레 동작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발레리나의 꿈은 접었지만, 그녀는 발레에 대한 사랑과 배우로서의 성공으로 충만한 삶을 산 것이다.

논픽션 작가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저서 『늦깍이 천재들의 비밀』에서 각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들이 폭넓은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지닌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전한다.

여러 직무를 경험한 후 천직을 찾은 이들 중에는 유명인도 적지 않다. 어린 시절 스키 레슬링